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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마음을 훔친 영화人 〈24〉

맷 데이먼 (Matt Damon)

장르 불문 연기 천재 뇌섹남

폴 그린그래스 감독의 〈제이슨 본〉(2016).
미국 할리우드에서 배우 맷 데이먼(Matt Damon, 1970~)과 벤 애플렉(Ben Affleck)은 절친한 사이로 유명하다. 10세 때부터 알고 지낸 둘은 〈굿 윌 헌팅〉(Good Will Hunting, 1997)의 시나리오 작업을 함께했다. 하버드대학에 다니던 맷 데이먼은 연극창작 수업 과제로 준비 중이던 희곡을 벤 애플렉의 도움을 받아 시나리오로 바꿔 완성했다. 천재적인 두뇌를 갖고 있지만 어린 시절 학대로 인한 상처와 가난 탓에 정식 교육을 받지 못한 ‘윌’(맷 데이먼)이 참된 스승(로빈 윌리엄스)을 만나 상처를 치유하고 변화해가는 이야기를 담았다.

이 영화는 아카데미 9개 부문 후보에 오르는 등 평단과 관객, 모두의 호평을 받았다. 맷 데이먼과 벤 애플렉은 아카데미 각본상을 수상했고, 로빈 윌리엄스는 아카데미 남우조연상을 받았다. 주연을 맡은 맷 데이먼은 아카데미 남우주연상 후보에 오르며 할리우드의 이목을 사로잡았다.

구스 반 산트 감독의 〈굿 윌 헌팅〉(1997).
맷 데이먼은 매사추세츠주 케임브리지에서 증권 중개인 아버지와 유아교육학 교수였던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났다. 어머니는 후에 칼럼 등에서 데이먼을 키운 경험을 바탕으로 자녀 양육과 교육관을 피력하기도 했다. 어린 시절부터 맷 데이먼은 문학에 재능을 보였다. 중학생 때 이미 시나리오와 단편 소설을 썼고 연극 연출도 했다. 고등학생 때는 이웃에 사는 저명한 진보 역사학자 하워드 진(Howard Zinn)과 교류했다. 하워드 진의 진심 어린 교육 방식을 〈굿 윌 헌팅〉 속 스승 캐릭터에 녹여내기도 했다.


20대에 벤 애플렉과 회사 설립

클린트 이스트우드 감독의 〈우리가 꿈꾸는 기적: 인빅터스〉(2009).
하버드대학 영문학과에 진학한 데이먼은 〈미스틱 피자〉(Mystic Pizza, 1988)로 영화계에 데뷔했다. 작은 역할들을 통해 꾸준히 연기자의 길을 밟다가 졸업을 앞두고 대학을 중퇴했다. 영화 〈굿 윌 헌팅〉의 성공을 경험한 그는 애플렉과 함께 1998년 TV 프로그램 및 영화 제작사 ‘라이브 플라넷’을 설립해 〈프로젝트 그린라이트〉라는 작품을 제작, 에미상 3개 부문 후보에 이름을 올려놓았다. 이 프로그램은 경험이 없는 감독들에게 독립영화계에서 성공할 기회를 제공하는 다큐멘터리 시리즈였다.

이후 데이먼은 〈라이언 일병 구하기〉(Saving Private Ryan, 1998), 〈리플리〉(The Talented Mr. Ripley, 1999) 등 상업적 성공과 호평을 모두 이끌어낸 영화에 출연했다. 맷 데이먼은 성실하고 모범적인 이미지가 강한 배우다. 또한 데뷔 이후 줄곧 안정적인 연기력을 선보여 영화팬들이 믿고 보는 연기자가 됐다. 클린트 이스트우드 감독의 〈우리가 꿈꾸는 기적: 인빅터스〉(Invictus, 2009)가 대표적인 사례다.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인종차별 정책에 맞서 27년간 수감 생활을 한 넬슨 만델라(모건 프리먼)는 대통령에 당선된다. 하지만 아파르트헤이트 정책으로 남아공 사회의 상처가 아물지 않았음을 깨닫는다. 때마침 남아공이 럭비월드컵 본선을 유치하게 됐고, 만델라 대통령은 럭비 국가대표팀 ‘스프링복스’를 통해 사회를 통합할 방법을 찾는다. 맷 데이먼은 1995년 럭비월드컵에서 우승을 차지한 남아공 럭비팀 주장 ‘프랑소아 피에나르’ 역을 맡았다. 역할을 소화하기에 체격이 작아 강도 높은 훈련을 통해 현역 선수에 걸맞은 몸집을 만들었고 남아공 언어 특유의 억양을 익혔다. 그는 “절제된 연기와 진실함이 잘 어울려 있다”는 평가를 받으며 아카데미 남우조연상 후보에 올랐다.


‘본 시리즈’의 반향

폴 그린그래스 감독의 〈제이슨 본〉(2016).
일반 관객들에게 맷 데이먼이 가장 큰 각인을 남긴 영화는 ‘본(Bourne) 시리즈’다. 배우에게 일생의 캐릭터를 만나는 일은 연기자 인생의 색깔을 바꾸기도 한다.

맷 데이먼이 스스로 “내 인생에 영향을 미친 캐릭터”라고 부르는 존재는 ‘제이슨 본’이다. 007시리즈로 대표됐던 첩보 영화계에 큰 반향을 일으켰고, 나아가 액션 무비에 한 획을 그은 명작 시리즈로 평가받는 〈본 아이덴티티〉 〈본 슈프리머시〉 〈본 얼티메이텀〉 등에서 데이먼은 기억상실증에 걸린 암살자 제이슨 본 역으로 스크린을 누볐다. 제이슨 본이 시리즈별로 각각 볼펜, 잡지, 수건을 이용해 CIA 비밀요원들을 제압하는 모습은 가히 압권이었다. 특히 매 편마다 수준 높은 액션, 근거리 격투신 대부분을 직접 소화한 맷 데이먼은 2016년 40대 중반의 나이로 시리즈 연장편 〈제이슨 본〉(JASON BOURNE)의 주연을 맡았다.

그는 〈본 슈프리머시〉(The Bourne Supremacy, 2004) 개봉 후 가진 인터뷰에서 “새로운 액션 배우로 떠올랐다”는 말에 이렇게 답했다.

“새로운 스타일의 액션 영웅은 듣기 좋은 말이다. 하지만 이 두 작품으로 액션만 하는 배우로 굳어질까 걱정도 된다. 그래서 〈붙어야 산다〉 같은 코미디나 〈오션스 일레븐〉 등 가능한 여러 장르 영화에 출연하면서 연기의 다양성을 유지하려 노력하고 있다.”

맷 데이먼은 감독이 영화의 중심이라는 생각을 갖고 배역에 상관없이 감독을 누가 맡느냐에 따라 영화를 선택한다고 한다. 할리우드 유명 감독들과 작업도 많이 했다. 앞서 언급한 스티븐 스필버그, 클린트 이스트우드, 폴 그린그래스 외에도 〈더 브레이브〉(True Grit, 2010)의 코엔 형제, 〈디파티드〉(The Departed, 2006)의 마틴 스코세이지, 〈마션〉(The Martian, 2015)의 리들리 스콧 감독 등이 그렇다.

스티븐 소더버그 감독과는 〈오션스〉 시리즈를 비롯해 〈인포먼트〉 〈컨테이젼〉 〈쇼를 사랑한 남자〉 등 다수의 작품을 함께 작업했다. 이 중 〈컨테이젼〉은 전 세계를 휩쓴 코로나19 상황을 거의 유사하게 예측했다는 평가를 받은 수작이다.


〈마션〉, 혼자 연기한다는 것

리들리 스콧 감독의 〈마션〉(2015).
맷 데이먼의 필모그래피에서 리들리 스콧 감독과 호흡을 맞춘 〈마션〉을 빼놓을 수 없다. 앤디 위어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한 이 영화에서 맷 데이먼은 화성에 혼자 남겨진 나사(NASA) 우주인 ‘마크 와트니’의 고투를 실감 나게 연기했다. 마크는 고립무원 상황에서도 절망하는 대신 논리적으로 생각하며, 부품들을 수리하고, 필요하면 새로운 물건을 조립하기도 했다. 기약 없는 구원의 손길을 기다리며 매일 아침 태양열 전지판을 닦고 식물을 키우는 등 부지런히 하루 일정을 채워나갔다. 맷 데이먼은 이런 마크를 훌륭하게 연기했고, 제88회 아카데미상 남우주연상 후보에 올랐다.

영화 〈마션〉 관련 인터뷰에서 맷 데이먼은 이렇게 말했다.

“화성에서 홀로 생존해야 한다는 설정 자체가 커다란 도전이었기에 출연을 결심했다. 이제껏 한 번도 시도해본 적이 없는 역할이었다. 아무도 없이 혼자 연기해야 한다는 점이 오히려 흥미로웠다.”

성실하고 책임감 있는 이미지에 참 잘 어울리는 발언이다.
  • 2021년 12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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