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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마음을 훔친 영화人 〈22〉

마이클 베이 (Michael Benjamin Bay)

과포? 과소평가된 감독!

〈트랜스포머: 최후의 기사〉(2017), 마이클 베이 감독(왼쪽).
업계 은어 중에 ‘과포(誇包)’라는 말이 있다. ‘과대 포장’의 줄임말로 실제 능력이나 됨됨이보다 부풀려 평가된 인물을 지칭할 때 사용한다. 영화, 드라마 등의 방송산업에서도 과포들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1960년대 충무로를 휩쓴 S는 ‘후시(後時) 녹음’ 시대였기에 어마어마한 인기를 누릴 수 있었다고 본다. 국민배우로 언급되는 A는 충무로가 인정하는 인간성에도 불구하고 초기 몇몇 작품을 빼면 연기가 일률적이고, 작품을 잘 만나 톱스타 반열에 올랐던 P는 미안한 얘기지만 연기의 기본 역량을 갖추지 못해 장르 영화에서 소비되다가 오랫동안 휴지기를 갖고 있다.

영화감독도 예외는 아니다. 구소련 출신의 안드레이 타르코프스키는 프랑스 칸영화제가 각별히 사랑한 감독으로 〈솔라리스〉 〈노스텔지아〉 〈거울〉 〈희생〉 등을 연출했다. “영화 역사상 가장 위대하고 영향력 있는 감독 중 한 명”으로 회자되며, 몇몇 영화평론가와 영화학도들 사이에서는 “진정한 작가”로 평가받기도 한다. 롱테이크를 통한 몽환적이고 명상적인 영상으로 유명하지만, 누구의 표현을 인용하자면 “낯선 구성, 느린 전개, 잦은 롱테이크 등에 힘들어하는 관객”의 한 사람으로서 필자는 그를 대표적인 과포로 본다.

영화의 작품성과 완성도에 대한 수다한 논의를 제쳐놓고라도 문학에 빗대어 한마디만 하자면, 윌리엄 셰익스피어, 미겔 데 세르반테스, 요한 볼프강 폰 괴테, 스탕달, 레프 톨스토이, 마크 트웨인, 프란츠 카프카 등 고전 작가들의 작품 중 당대 대중이 외면한 작품은 없었다는 엄연한 사실을 지적하고 싶다. 역사가 짧은 영화라는 매체의 속성상 소비자들의 호응 여부가 더더욱 관건이라 본다.


믿고 맡기는 흥행감독


이런 과포의 반대편에 과소평가된 인물 또는 작품이 있다. 미국 감독 마이클 베이(Michael Benjamin Bay, 1965~)가 대표적이다. 속이 다 시원해지는 액션과 쉼 없이 이어지는 폭발, 충돌신을 앞세운 전형적인 할리우드 블록버스터를 만드는 감독이다. 미국 시장 기준으로 누적 흥행 순위를 집계하는 ‘더넘버닷컴(www.the-numbers.com)’에 따르면 마이클 베이는 스티븐 스필버그에 이어 전체 흥행 2위에 올라 있다. 전 세계 기준으로는 스티븐 스필버그, 루소 형제(〈캡틴 아메리카〉 〈어벤져스〉 시리즈 등 마블 영화를 만드는 감독들)에 이어 4위다.

게다가 그는 소위 가성비가 좋아 투자자들이 가장 믿고 맡기는 감독이다. 광고업계에서 뮤직비디오와 상업광고로 명성을 쌓은 뒤 처음 총감독을 맡았던 〈나쁜 녀석들〉(Bad Boys, 1995)은 1900만 달러(약 220억 원)를 투자해 무려 여덟 배에 육박하는 1억 4000만 달러(약 1600억 원)를 벌어들였고, 니콜라스 케이지를 일약 스타덤에 올려놓은 〈더 록〉(The Rock, 1996)은 7500만 달러(약 870억 원)로 3억 3000만 달러(약 3800억 원)의 수익을 올렸다. 이후 〈아마겟돈〉(Armageddon, 1998)과 〈진주만〉(Pearl Harbor, 2001)이 1억 4000만 달러(약 1600억 원)를 써서 각각 5억 5000만 달러(약 6400억 원), 4억 4000만 달러(약 5000억 원)의 수익을 기록했다. 〈트랜스포머〉 시리즈로 벌어들인 막대한 수익은 따로 말할 필요도 없겠다. 심지어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인 〈6 언더그라운드〉(6 Underground, 2019)마저 넷플릭스 사상 최초로 8000만 회 넘는 시청 수를 달성해 당시 압도적인 시청률 1위라는 기록으로 넷플릭스 대중화에 혁혁한 공을 세우기도 했다.

마이클 베이는 블록버스터의 필수 요건인 화려한 영상에서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기라성 같은 연출가와 촬영감독이 넘쳐나는 할리우드에서도 엄청난 폭발신, 치밀한 전투신을 비롯해 전매특허인 자동차 추격신 등으로 영화의 시각 효과를 배가하는 감독이라는 인정을 받고 있다. ‘장인’으로 추앙받는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이 “액션신을 찍을 때 마이클 베이의 영화들을 참고했다”고 말할 정도다. 특히 그는 카메라 워킹과 구도, 정교하게 배치한 조명, 피사체의 공간감을 살린 화면 구성 등으로 관객의 시선을 스크린에 붙잡아놓는 능력이 탁월하다.


관객과 평단의 엇갈리는 반응

〈트랜스포머: 최후의 기사〉, 마이클 베이 감독(왼쪽)과 마크 월버그.
하지만 스토리의 개연성에서 극의 흐름을 깨는 구멍들이 나타나고, 과도한 시각 효과를 노린 ‘물량 폭탄’을 퍼붓는 영화라는 비난도 적지 않다. 그런 까닭에 마이클 베이는 평가가 극단적으로 갈리는 감독이기도 하다. 스트레스 풀자고 가벼운 마음으로 극장에 들어서는 관객들에게는 더할 나위 없는 쾌감을 선사하지만, 다양한 작품을 섭렵하고 예술적 감흥까지 기대하는 관객들에게는 “정신없는 이미지와 귀를 찌르는 굉음들의 축적일 뿐”일 수 있다.

특히 평론가들은 그의 영화를 저평가하기 일쑤다. 영미권 일각에서는 그의 영화 스타일을 ‘베이헴(Bayhem)’이라고 부리기도 하는데, ‘대혼란, 아수라장’을 뜻하는 단어 ‘mayhem’과 그의 이름 ‘Bay’를 합친 조어다.

그러나 다수 관객이 잠시도 지루해할 새 없이 두 시간 넘게 스크린에 집중할 수 있게 만드는 능력은 누가 뭐래도 상업영화 감독으로서 최고의 미덕이다. 아무나 할 수 없는 일이고, 돈을 쏟아붓는다고 되는 일도 아니다. 숀 코네리와 니콜라스 케이지의 호흡이 돋보인 수작 〈더 록〉은 차치하고라도, 2012년 리비아에서 발생한 테러 사건과 일촉즉발의 구출 작전을 소재로 한 〈13시간〉(13 Hours: The Secret Soldiers of Benghazi, 2016)은 9월 초 기준 IMDB 평점 7.3(10점 만점)이라는 높은 점수를 얻을 정도로 완성도를 인정받았다. IMDB(Internet Movie Database)는 전 세계 5400만여 명이 가입한 영상 관련 온라인 데이터베이스다.


최고의 수작은 〈진주만〉

마이클 베이는 영화 제작 과정에서 감독으로서 소신(?)을 고집스럽게 관철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트랜스포머〉 촬영 때는 “영화에서 로봇 캐릭터가 인간보다 돋보이는 건 안 된다”고 주장해 내러티브상 로봇이 등장해야 적절한 장면에도 억지로 인간을 끼워 넣고 비중을 늘려 일부에선 “미군이 주인공이냐?”는 비아냥을 받기도 했다.

마이클 베이를 〈트랜스포머〉 시리즈 감독으로만 알고 있다면 〈진주만〉을 꼭 보길 권한다. 실사를 적절히 배합한 완성도 높은 특수효과와 역동적인 카메라 워크, 잘 짜인 구성, 전쟁 영화 특유의 휴머니즘 등이 20년 전 영화라는 사실을 무색하게 한다. 60년 된 실제 전투기와 복제 항공기가 숨 가쁘게 오르내리며 전투를 벌이고, 폭탄 투하로 아수라장이 된 항공모함 선상의 참상을 그린 장면들은 그 사실감과 핍진성에 혀를 내두르게 된다.
  • 2021년 10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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