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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마음을 훔친 영화人 〈21〉

스칼릿 조핸슨 (Scarlett Johansson)

카페라테처럼 녹아드는 연기력!

에단 코엔, 조엘 코엔 감독의 〈헤일, 시저!〉(2016).
‘뉴욕’이라는 지명을 접할 때 당신은 어떤 이미지를 가장 먼저 떠올리는가? “이번에 업무차 뉴욕에 출장 다녀왔다”고 말할 때 뉴욕은 정확히 어디를 지칭하는 건가? 보통 미국 동부 ‘워싱턴’을 말할 땐 워싱턴시, 정확히는 워싱턴D.C.(District of Columbia), 즉 ‘워싱턴 컬럼비아 특별구’를 가리키지만 뉴욕은 뉴욕주, 뉴욕시, 맨해튼 등 세 가지 지명을 모두 지칭하는 표현이다.

하지만 우리나라 사람들이 뉴욕이라 말할 땐 대부분 뉴욕시 5개 자치구 중 하나인 맨해튼을 일컫는다. 세계 금융 중심지 월스트리트가 자리한 맨해튼에는 특색 있는 지역이 수두룩하지만, 그 가운데 뉴욕 최고의 부촌인 ‘어퍼이스트사이드(Upper East Side)’를 빼놓을 수 없다. 센트럴파크 동쪽에 위치한 어퍼이스트사이드는 세계 최고의 부호들이 살고 있는 조용한 주거지역이다.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에 올랐던 《파크애비뉴의 영장류(Primates of Park Avenue: A Memoir)》는 바로 어퍼이스트사이드에 사는 이들의 행태를 유쾌하게 풀어낸 책이다. 이 책의 저자인 웬즈데이 마틴은 예일대에서 문화연구와 비교문학 박사학위를 받고, 뉴욕에서 작가로 활동했다. 그는 어퍼이스트사이드에 6년간 거주하면서 상류사회의 습성이 ‘영장류’ 생태계와 닮아 있다는 결론을 내렸다. 국내 번역본의 부제가 ‘뉴욕 0.1% 최상류층의 특이 습성에 대한 인류학적 뒷담화’인 것도 이 까닭이다.

© newsis(AP Photo:John Locher)
할리우드 배우 스칼릿 조핸슨(Scarlett Jo-hansson, 1984~)이 열연한 〈내니 다이어리〉(The Nanny Diaries, 2007)는 바로 어퍼이스트사이드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 대학에서 경영학과 인류학을 전공한 ‘애니’(스칼릿 조핸슨)는 우연한 기회에 뉴욕 상류층 자녀를 돌보는 내니 일을 시작한다.

어퍼이스트사이드에서 애니가 만난 아이는 X가의 골칫덩어리 아들 ‘그레이어 X’(니콜라스 아트). 뉴욕 최고 상류층답게 집은 으리으리하다. 수많은 방과 죽을 때까지 신어도 남을 신발, 최고의 명품 옷들로 가득한 옷장…. 뉴욕 정통 럭셔리 부인 ‘미시즈 X’(로라 리니)는 단 한시도 애니를 가만 내버려두지 않는다. 첫날 아침부터 시작된 미시즈 X의 지시 목록은 끝이 없다. 티파니에 들러 ‘미스터 X’(폴 지아마티)의 손목시계 찾기, 그레이어 X의 초등학교 입학을 위한 추천장 챙기기, 프랑스어·수영 개인교습 시간 체크에 미시즈 X의 명품 옷 클리닝…. 아이 돌보는 일이라 재미있고 편할 것이라 여겼던 애니는 이게 내니 생활인지 집사 노릇인지 혼란스러워한다.


다큐 같은 정교한 연기력

소피아 코폴라 감독의 〈사랑도 통역이 되나요?〉(2003).
스칼릿 조핸슨은 홀어머니 밑에서 성실하고 반듯하게 성장해 속물 그 자체인 미스터 X 부부와 갈등을 겪으며 속앓이를 하는 젊은 여성의 모습을 아주 자연스럽고 현실감 있게 표현했다. 영화 속 배우의 연기를 보고 있는 건지, 다큐멘터리 출연자의 일상을 보고 있는 건지 헷갈릴 정도로 그의 연기는 마치 정교한 스위스 고급 시계의 톱니처럼 극의 흐름에 정교하게 맞아떨어졌다.

그의 자연스런 연기는 제61회 골든글로브에서 소피아 코폴라 감독에게 작품상과 각본상을 안긴 〈사랑도 통역이 되나요?〉(Lost In Translation, 2003)에서도 마찬가지다. 이 영화에서 ‘샬롯’ 역을 맡은 그는 갓 결혼해서 사진작가 남편을 따라 일본에 왔지만 낯선 환경과 불확실한 앞날에 번민하는 모습을 조금도 이질감 없이 그려냈다. 관객들은 인근 칵테일바에서 스치듯 목격했을 법한 어느 여성의 익숙한 모습을 화면에서 볼 뿐이었다.

그의 연기는 우리가 흔히 ‘열연’이라고 부르는 것과 결이 좀 다르다. 커피 원액에 속속들이 스며든 밀크가 카페라테 특유의 맛과 빛깔을 완성하듯, 스토리와 스크린 곳곳에 녹아든 그런 연기다. 그게 생각보다 쉬운 일이 아니란 걸 아는 눈 밝은 영화인들 덕분에 스칼릿 조핸슨은 〈사랑도 통역이 되나요?〉로 영국 아카데미에서 여우주연상을 받고, 골든글로브에서 여우주연상(뮤지컬코미디 부문) 후보에 오르며 연기력을 인정받았다. 이 영화가 개봉됐을 때 그의 나이 열아홉 살이었으니 성숙한 연기가 놀라울 뿐이다.

피터 웨버 감독의 〈진주 귀걸이를 한 소녀〉(2003).
매체에 따라 ‘스칼렛 요한슨’ ‘스칼릿 조핸슨’이라고 표기하는 데서도 알 수 있듯 그는 덴마크계다. 덴마크와 미국 국적을 모두 갖고 있다. 아버지는 코펜하겐 출신으로 미국에 이민 온 건축가며 어머니는 동유럽계 유대인이다.

열 살이던 1994년 데뷔해서 현재 37세라는 젊은 나이임에도 출연작이 50편이 넘는다. 어릴 때부터 다양한 영화에 출연하며 경력을 쌓았고, 고교 졸업생의 성장담을 블랙 유머로 푼 〈판타스틱 소녀 백서〉(Ghost World, 2000)로 좋은 평을 받았다. 2003년에는 17세기 네덜란드 화가 요하네스 베르메르의 동명 대표작을 소재로 한 영화 〈진주 귀걸이를 한 소녀〉(Girl With A Pearl Earring, 2003)에서 콜린 퍼스와 묘한 케미스트리를 보여줘 골든글러브 여우주연상(드라마 부문), 영국 아카데미 여우주연상 후보에 올랐다.


허스키한 목소리, 콤플레스에서 매력으로

케이트 쇼트랜드 감독의 〈블랙 위도우〉(2021).
스칼릿 조핸슨의 독보적인 개성은 허스키한 목소리다. 어렸을 때는 목소리 때문에 오디션에서 번번이 고배를 마셨다고 하지만 지금은 섹시함의 상징이자 그의 트레이드마크가 됐다. 인공지능과 사랑에 빠지는 남성을 그린 영화 〈그녀〉(Her, 2013)에서는 AI 운영체계 ‘사만다’ 목소리 연기만으로 제8회 로마국제영화제에서 ‘최고의 여자배우상’을 수상하고 제26회 시카고비평가협회상에서 여우조연상 후보에 올랐으니, 배우의 타고난 신체 요소도 활용하기 나름이라는 생각이 든다.

〈아일랜드〉(The Island, 2005)를 통해 SF 액션 대작에도 적합한 배우임을 증명한 그는 〈아이언맨 2〉 〈어벤져스〉 〈캡틴 아메리카: 윈터 솔져〉 〈어벤져스: 엔드게임〉을 거쳐 최근 〈블랙 위도우〉(Black Widow, 2021)까지 이른바 ‘MCU’에 주로 출연하며 천문학적 수입을 올리고 있다.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Marvel Cinematic Universe ·MCU)는 마블 코믹스의 만화를 원작으로 마블 스튜디오가 제작하는 영화 시리즈이자, 마블영화 속 히어로들이 활동하는 영화 세계관을 뜻한다. 영화를 중심으로 드라마, 만화, 기타 작품이 공유하는 가상 세계관이면서 미디어 프랜차이즈를 지칭한다.

혹여 ‘탁월한 재능을 액션 히어로물에 소진하고 있는 건 아닌가’라는 걱정(〈공각기동대: 고스트 인 더 쉘〉을 떠올려보길)은 접어둬도 될 듯하다. 2019년 전 세계 흥행 1위를 기록한 〈어벤져스: 엔드게임〉에 출연하면서도 그는 2차 대전을 소재로 한 〈조조 래빗〉(Jojo Rabbit)과 〈결혼 이야기〉(Marriage Story)를 같은 해 선보였고, 제52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여우주연상과 여우조연상 모두 노미네이트됨으로써 아카데미 사상 같은 해 2개 부문 후보에 동시에 오른 열두 번째 배우가 됐다.

덕분에 그는 2021년 6월 기준 할리우드 여배우 흥행 누적 랭킹 1위를 기록하고 있다. ‘스칼릿 조핸슨 주연’이라는 이유만으로 표를 예매하는 이들은 그러므로, 아주 현명한 선택을 하고 있는 것이다.
  • 2021년 09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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