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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영 천재 황선우

그의 전성기는 아직 오지 않았다!

2008년 8월 10일 베이징올림픽에 출전한 박태환은 한국 수영 사상 처음으로 금메달을 안겼다. 박태환이 자유형 400m 결승에 진출한 여덟 명 가운데 가장 먼저 터치패드를 찍고 환호하는 순간 함께 경기를 시청한 수영 강사였던 친구가 말했다.

“이건 정말 말도 안 되는 거야.”

수영 불모지 한국에서 박태환 같은 선수가 나왔다는 건 기적이나 다름없다는 뜻이었다. 박태환이 나타나기 전까지 그 누구도 우리 선수가 수영 종목에서 당당히 올림픽 메달, 그것도 금메달을 딸 것이라곤 예상하지 못했다.

2008년 당시 여섯 살이었던 한 꼬마는 박태환이 금메달을 따는 모습을 보며 수영선수의 꿈을 키웠다. 그리고 수영 동호인인 부모를 따라 물과 인연을 맺었다. ‘박태환 키즈’, 황선우 선수다.

“그때는 그게(올림픽 금메달) 얼마나 대단한 일인지 와닿지 않았습니다. 선수로 한 단계 한 단계 올라가고 한계를 경험하면서 올림픽 금메달이 정말 미친 일이라는 걸 깨달았죠.”

초등학교 6학년 때인 2015년 전국소년체전 대표로 선발되면서 본격적으로 수영선수의 길에 들어선 황선우는 자신의 롤모델인 박태환이 한국 수영사에 남긴 흔적들을 하나씩 지워가고 있다. 그가 주목받기 시작한 것은 박태환이 올림픽 금메달을 따고 딱 10년 뒤인 2018년. 당시 제37회 대통령배 전국수영대회가 열렸는데, 최우수상(MVP) 주인공이 중학생 황선우였다. 그는 접영 50m와 계영 800m, 혼계영 400m에서 우승했다. 그리고 2020년 11월 경북 김천에서 열린 국가대표선발대회 남자 자유형 100m 결승. 황선우는 48초25의 한국 신기록으로 우승했다. 박태환이 2014년 세운 한국 기록(48초42)을 고등학생 황선우가 6년 9개월 만에 0.17초 단축했다.


세계 주니어 신기록… 펠프스보다 빨라


황선우는 자유형 200m에서도 1분45초92의 기록으로 우승했는데, 이는 세계 주니어 신기록이었다. ‘수영 전설’ 미국의 마이클 펠프스가 그 나이 대 세운 기록(1분45초99)보다도 빨랐다. 한국 수영선수가 세계 기록을 보유한 것은 주니어와 시니어를 통틀어 황선우가 처음이었다. 이렇게 한국의 수영 천재는 코로나19로 연기된 도쿄올림픽에서 메달을 꿈꿨다.

“올림픽 목표는 자유형 200m 메달권입니다.”

지난 7월 25일 도쿄 아쿠아틱스센터에서 열린 2020 도쿄올림픽 남자 자유형 200m 예선에 나선 황선우는 대형 사고를 쳤다. 예선 전체 1위로 준결승 진출에 성공한 것이다. 1위라는 순위도 순위지만 기록이 대단했다. 1분44초62. 이는 박태환이 광저우아시안게임에서 세운 1분44초80의 종전 한국 기록을 0.18초 앞당긴 것이다. 다음 날 열린 준결승에서는 1분45초53을 기록, 상위 여덟 명이 나서는 결승 무대를 밟았다.

결승에서 황선우는 150m까지도 1위였다. 메달이 눈앞에 보이는 듯했다. 그러나 이는 오버페이스였다. 황선우는 마지막 50m에서 28초70으로 기록이 뚝 떨어지며 1위에서 순식간에 7위까지 내려갔다. 시합 후 황선우는 말했다.

“첫 100m 기록이 49초78이라고요? 너무 오버페이스를 했네요. 왜 마지막 50m에 힘이 달렸는지 납득이 돼요.”

황선우는 첫 메달 도전에서 아쉬움을 남겼지만 자신감을 잃지는 않았다. 그리고 이후에 열린 100m 예선, 준결승에서 세계를 깜짝 놀라게 했다. 예선에서 47초97의 한국 신기록을 내더니, 약 열다섯 시간 만에 치른 준결승에서 47초56의 아시아 신기록을 세웠다. 중국의 닝제타오가 2014년 자국 선수권대회에서 작성한 종전 기록(47초65)을 0.09초 앞당겼다.

100분의 1초를 다투는 단거리에서 이런 기록 단축은 이례적이다. 아시아 선수가 자유형 100m 결선에 나선 것도 65년 만이었다. 일본의 다니 아츠시가 1956년 멜버른올림픽에서 결선에 올랐다. 그리고 도쿄올림픽 100m 결선에 나선 황선우는 47초82의 기록으로 5위를 차지했다. 아쉽게 노메달로 올림픽을 마무리했지만, 해외 취재진은 한국 수영 천재에 높은 관심을 보였다.


아시아 선수의 한계를 극복한 ‘로핑 영법’

2021년 5월 16일 열린 도쿄올림픽 수영 국가대표 선발전에서 남자 자유형 200m 결선 레이스를 마치고 전광판의 기록을 확인하면서 놀라는 황선우. © 조선DB
1984년 LA올림픽부터 수영 취재를 담당했다는 스티브 푸터맨 미국 CBS 기자는 “세계적인 자유형 선수는 내가 30년 전부터 꿰고 있는데 ‘황’이란 이름은 이번에 처음 들었다”며 “카엘렙 드레셀(미국·100m 금메달리스트) 근육 양의 절반도 안 돼 보이는 선수가 어떻게 저런 수영을 하는지 놀랍다”고 했다.

넬슨 몽포르 프랑스 《텔레비지옹》 기자는 “태생적으로 단거리 수영은 아시아 선수가 불리하지만 ‘황’은 다른 것 같다. 잠영 실력만 더 보완한다면 2024 파리올림픽을 기대할 만하다. 오늘부터 그의 이름을 기억해두겠다”고 했다.

사실 황선우는 운동 신경이 좋은 편은 아니다. 힘이 부족하고 폐활량도 크지 않다. 게다가 체계적인 지원도 받지 않은 그가 ‘기록 파괴’ 행진을 이어갈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일까.

우선 황선우는 엇박자 수영으로 불리는 ‘로핑 영법(loping stroke)’을 구사한다. 보통 오른팔과 왼팔이 같은 박자로 스트로크를 하는 것과 다르게 황선우는 오른팔을 길게 뻗어 힘을 더 싣고, 왼팔은 짧고 빠르게 돌린다. 호흡도 오른쪽으로만 고개를 돌려 한다. 자칫 물속에서 균형을 잃을 수 있고 체력 소모도 크지만, 순간적으로 힘이 붙어 빠르게 가기 때문에 단거리 선수에게 적합한 영법이다.

또 그는 순발력이 뛰어나다. 올림픽 경기를 보면 세계 최고 선수들보다도 빨랐다. 발목이 유연한 것도 황선우의 강점. 발목이 유연하면 킥을 찰 때 저항을 줄여 더 빠르게 수영할 수 있다. 수영에 관한 확고한 고집과 신념도 황선우를 성장시키는 원동력이다. 그는 입고 먹는 것, 운동 방식 등 수영에 관련한 모든 것을 직접 고르고 판단한다. 유명 브랜드 제품을 후원 받는 대신 그가 직접 미국 브랜드 티어(TYR)를 구매해 사용하기도 한다.


3년 뒤 파리올림픽 때가 최전성기

황선우 선수가 2021년 7월 28일 일본 도쿄 수영센터에서 열린 남자 자유형 100m 준결승 전 코치와 얘기 나누며 활짝 웃고 있다. © 조선DB
한국 수영선수에게 박태환과의 비교는 숙명이다. 황선우는 “(박태환과) 같이 언급되는 것은 너무 좋은데 나는 나로 기억되고 싶다”고 눈을 빛낸다. ‘제2의 박태환’이라는 수식어를 넘어 ‘수영 황제’ 마이클 펠프스 같은 월드클래스를 꿈꾼다.

“펠프스는 어렸을 때부터 우상인 선수입니다. 열심히 노력해서 (펠프스처럼) 세계적인 수영선수가 되면 좋겠다는 생각을 항상 하고 있습니다.”

박태환은 2008년 베이징올림픽을 앞두고 트레이너, 치료사, 훈련 파트너 등이 있는 전담팀을 꾸려 체계적으로 실력을 키웠다. 2020 도쿄올림픽을 수영 인생의 터닝 포인트라고 의미를 부여한 황선우의 시선은 이미 프랑스 파리로 가 있다. 2003년생 황선우는 파리올림픽이 열리는 2024년엔 수영선수로서 최전성기라 할 수 있는 만 21세가 된다. 자신이 좋아하는 걸그룹 멤버들이 보낸 응원의 메시지에 수줍어하는 수영 천재의 20대는 어떤 모습일지 궁금하다.
  • 2021년 09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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