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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버트 드 니로(Robert De Niro)

배우들이 우러르는 배우

© newsis(Xinhua:Haris Memija)
요즘은 예능 프로그램에서도 ‘메소드 연기’라는 표현을 종종 사용할 정도로 이 용어는 일상적인 표현이 됐다. 일반적으로 배우가 극중 배역에 몰입해 그 인물 자체가 되어 연기하는 방법을 일컫는다. 즉 연기자가 정신과 육체 등 모든 면에서 드라마 속 인물에 이입되어 연기하는 것이다.

비슷한 표현으로 ‘드 니로 어프로치(De Niro approach)’라는 게 있다. 할리우드 배우 로버트 드 니로(Robert De Niro, 1943~)의 연기에서 파생된 말로, “맡은 배역을 소화하기 위해 자신의 ‘외부적 조건’을 변화시키며 역할 속에 몰입하는 것”을 가리킨다. 체중 조절이나 눈빛, 표정 연기 등은 물론 ‘완벽하게 내 역할에 빠져든다’는 원칙을 고수하며 본인만의 세계를 구축하는 정통 연기 방식이다.


마틴 스코세이지 감독의 <분노의 주먹>(1980).
마틴 스코세이지 감독의 〈택시 드라이버〉(Taxi Driver, 1976), 〈분노의 주먹〉(Raging Bull, 1980, 〈성난 황소〉라고도 부른다)에 출연할 당시 로버트 드 니로는 몸무게를 늘렸다 줄였다 하면서 배역에 열중했는데, 거기서 생겨난 말이다. 특히 권투선수 제이크 라모타의 일대기를 그린 〈분노의 주먹〉에서 드 니로는 선수 시절의 라모타와 중년이 된 라모타를 차별적으로 연기하기 위해 8주 동안 몸무게를 27㎏ 더 늘릴 정도로 연기에 몰입했다. 이 영화에서 드 니로가 펼친 연기는 영화 역사상 최고의 연기 중 하나로 평가받는다. 그해 아카데미 남우주연상도 수상했다.

드 니로는 〈대부 2〉(Mario Puzo’s The God-father, 1974)에서 비토 코를레오네를 연기할 당시 〈대부 1〉(1972)에서 같은 인물을 연기한 말론 브란도와 목소리, 억양, 몸의 움직임 등 거의 모든 면에서 완벽한 싱크로율을 보였는데, 이 작품 또한 ‘드 니로 어프로치’의 대표작으로 언급되고 있다. 이와 관련해 드 니로는 이런 말을 한 적이 있다.

“배우들이 연기는 하지 않은 채 정형화된 인물들의 흉내만 내는 것은 잘못이다. 배우는 신체는 물론 내면까지 자신이 그려내는 인물이 되어야만 한다.”

할리우드를 대표하는 관록의 연기파 배우인 로버트 드 니로는 영화 역사상 최고의 배우를 꼽을 때 항상 언급되는 인물이다. 연기자로 출발한 쿠엔틴 타란티노 감독은 이렇게 회상했다.

“그는 우리 연기반의 우상이었고 그처럼 된다면 더 바랄 것이 없었다. 그는 말론 브란도처럼 모든 이들의 관심사였고, 그의 작품은 브란도의 작품처럼 여러 방향으로 사람들에게 영향을 끼쳤다. 젊은 감독 지망생들이 스코세이지처럼 되고 싶어 하듯이 배우 지망생들은 드 니로처럼 되고 싶어 했다. 그의 영화가 나오면 모두들 달려가서 봤다.”


마틴 스코세이지의 페르소나

뉴욕시 맨해튼에서 화가 아버지와 시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드 니로는 아버지가 동성애자임을 밝히며 가족을 떠난 이후 어머니 슬하에서 성장했다. 고등학교를 중퇴한 그는 거리의 건달들과 어울리면서도 연기 준비를 지속해 알 파치노를 배출한 HB스튜디오에 합격하며 연기자의 길로 들어섰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평생의 인연이 될 마틴 스코세이지 감독을 만나게 됐다.

스코세이지는 당시 뉴욕대 영화과를 갓 졸업한 패기 넘치는 감독이었다. 둘은 뒷골목에서 험하게 자란 이탈리아계라는 동질성 덕분에 빠르게 친해졌다고 한다. 두 사람 다 성공에 대한 집념이 남달랐기에 의기투합해 작업을 도모했고, 그 결과 〈비열한 거리〉(Mean Streets, 1973)가 탄생하게 됐다.


프란시스 포드 코폴라 감독의 <대부 2>(1974).
뉴욕 시내 이탈리아계 이민자들이 모여 사는 게토의 뒷골목에서 일어나는 갱 사회의 어두운 단면을 그린 이 영화로 스코세이지와 드 니로 모두 세상에 이름을 알리게 됐다. 그 후 드 니로는 ‘이탈리아계 미국인’ 인맥을 타고, 스코세이지 추천으로 프란시스 포드 코폴라 감독의 〈대부 2〉에 출연했다. 이 영화에서 그는 비토 코를레오네의 젊은 시절을 연기하며 말론 브란도에 밀리는 않는 연기를 펼쳐 아카데미 남우조연상을 거머쥐었다.

로버트 드 니로는 마틴 스코세이지 감독의 페르소나라는 말을 들을 정도로 스코세이지와 호흡이 잘 맞았다. “드 니로가 없었다면 지금의 스코세이지가 없을 것이고, 스코세이지가 없었다면 지금의 드 니로가 없을 것”이라는 말까지 있을 정도다. 사실 스코세이지 감독을 언급하지 않고는 1970~90년대 드 니로의 황금기를 이야기하기도 힘들다.

앞서 언급한 〈택시 드라이버〉와 〈분노의 주먹〉 외에도 이들은 〈코미디의 왕〉(The King Of Comedy, 1983), 〈좋은 친구들〉(Goodfellas, 1990), 〈케이프 피어〉(Cape Fear, 1991), 〈카지노〉(Casino, 1995) 등의 수작을 함께 만들었다. 이들은 2019년 흰머리가 성성한 나이가 되어서도 〈아이리시맨〉(The Irishman)을 함께 제작해 아카데미상 10개 부문 후보에 오르는 기염을 토하기도 했다.


폴 웨이츠 감독의 <미트 페어런츠 3>(2010).
“나는 가짜로 연기할 수 없었다”

배우로서 로버트 드 니로의 가장 큰 덕성은 근면함 내지 성실함이다. 이는 맡은 캐릭터에 대해 철저하게 준비하는 모습과 직결된다. 일례로, 근육이 강직된 후기뇌염 기면성 환자 역할을 맡은 〈사랑의 기적〉(Awakenings, 1990)을 찍을 때 그는 수많은 재활 환자들을 만났다. 자비로 런던으로 날아가 그곳에서 재활병원을 20년 이상 이용한 환자 아홉 명과 깊은 얘기를 나누며 수백 시간을 보냈다. 어떤 환자와는 36시간을 함께 지내면서 그가 앓고 있는 통증과 그가 깨어나고 잠드는 모습을 관찰했다.

이런 성실성과 빼어난 연기력이 합쳐져 많은 수작을 낳았다.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아메리카〉(Once Upon A Time In America, 1984) 같은 마피아 영화 장르 외에도 베트남 전쟁의 상처를 표현한 〈디어 헌터〉(The Deer Hunter, 1978), 백인 침략자들의 인디오 학살에 맞서 싸우는 선교사들의 모습을 그린 〈미션〉(The Mission, 1986) 등이 그렇다.

현상금 사냥꾼으로 나온 〈미드나잇 런〉(Midnight Run, 1988), 신부로 위장한 탈옥 죄수 역할을 맡은 〈천사탈주〉(We’re No Angels, 1989〉 같은 코미디 영화에도 출연하며 배우로서 입지를 넓히려 노력했다. 드 니로는 2000년대 이후 〈미트 페어런츠〉(Meet The Parents, 2000) 시리즈처럼 과거 출연작의 이미지를 가져와 터프가이로서 면모를 강조하는 특유의 코미디 캐릭터를 구축했다. 인터넷 쇼핑몰을 운영하는 30대 여성 CEO ‘줄스’(앤 해서웨이)를 보좌하는 시니어 인턴 ‘벤 휘태커’로 나온 〈인턴〉(The Intern, 2015)에서는 기존 이미지를 완전히 탈피, 푸근하고 지적이며 믿음직스러운 노신사를 완벽하게 구현하기도 했다.

낸시 마이어스 감독의 <인턴>(2015).
로버트 드 니로는 어느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한 적이 있다.

“나는 가짜로 연기할 수가 없었다. 영화가 환상이라는 것도 알고 영화의 첫 번째 법칙이 속이는 데 있다는 것도 안다. 하지만 그렇게는 못 한다. 나는 너무나 호기심이 많다. 나는 이들의 모든 성격을 겪어보고 싶었다.”

그런 덕분인지 로버트 드 니로는 반평생을 연기에 쏟아부으며 많은 세대에게 존경받는 배우로 남아 있다.
  • 2021년 03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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