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ssage | 잊지 못할 여정 – 태양의 마음으로

모스크바(下)

꿈을 향한 비상 평화의 궤도

1994년 5월 모스크바. 이케다 다이사쿠 촬영 ⓒ Seikyo Shimbun
모스크바의 / 추억이 많은 /
크렘린 / 지도자들과 / 만난 역사는


호화롭고 현란한 궁전과 건축물이 늘어선 ‘크렘린’은 ‘성채’를 뜻한다고 합니다. 동서 냉전 시대에 나는 이 성채에서 코시긴 총리, 체호프 총리 그리고 리시코프 총리 등 역대 총리와 만났습니다.

코시긴 총리가 “당신의 근본적인 이데올로기는 무엇입니까” 하고 묻기에 나는 “평화주의이고 문화주의이며 교육주의입니다. 그 근본은 인간주의입니다”라고 대답한 장면도 이곳에서 이루어졌습니다.

페레스트로이카(개혁)의 추진자이자, 냉전 종결의 중심인물인 고르바초프 대통령을 처음 만난 장소도 바로 크렘린입니다. 고르바초프 대통령과는 지금까지 열 차례나 거듭 대화했습니다. 소카대학교와 간사이소카학원에도 고르바초프 대통령과 라이사 여사를 모셨습니다. 라이사 여사는 아무런 대가 없이 가정과 사회를 지탱하는 여성의 활동에 담긴 가치를 이렇게 강조했습니다.

“가정을 꾸려 가족을 돌보는 데 얼마나 많은 인간성과 에너지가 필요한지 모른다면 이 얼마나 어리석은 일일까요!”

그 말에는 여사 자신의 훌륭한 어머니에 대한 감사가 담겨 있었습니다. 여사가 어머니에게서 받은 가장 소중한 선물은 “다른 사람들이 무엇을 필요로 하는지 알고 그 슬픔과 고통 속에 들어가겠다”는 ‘동고’의 마음이었습니다. 인간주의의 마음이 공명하는 데 국경은 상관없습니다.

모스크바에 머물 당시 숙소 열쇠를 관리하는 객실 담당 여성이 있었습니다. 내 아내는 복도에서 그분을 만날 때마다 “안녕하세요” “감사합니다” 하고 웃으며 말을 걸었습니다. 처음에는 반응하지 않던 그분도 어느새 같이 웃어주었습니다. 평화 교류를 위해 러시아에 왔다고 말하자 “우리 남편도 전쟁 때 목숨을 잃었습니다”라고 답하며 자신이 살아온 세월을 이야기해주었습니다.

“전쟁은 절대 반대한다” “생명은 무슨 일이 있어도 존엄하다” “누구에게나 행복하게 살 권리가 있다”고 외치는 어머니 그리고 여성들의 소리와 소리를 끊임없이 연결해 인간의 찬가, 생명의 찬가, 평화의 찬가가 더욱 드높이 울려 퍼지는 21세기가 되기를 기원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고락을 / 함께 나누는 / 우정의 길

모스크바에 있는 학교와 시설을 방문해 아이들과 교류한 일도 잊을 수 없는 추억입니다. 수업을 참관하거나 때로는 함께 정신없이 놀기도 했고, 아이들이 만들어준 인형을 선물 받았을 때는 모스크바의 이름을 따 ‘모스코’라고 지어 일본 아이들에게 선물하기로 약속했습니다.

“세계 어린이극장의 어머니”로 칭송받는 나탈리야 사츠 감독과도 대화했습니다. 사츠 감독 일행이 운영하는 모스크바 어린이극장에 등장하는 러시아판 피노키오는 ‘장난을 좋아하고 에너지가 넘쳐 지치지 않는’ 남자아이입니다. “인생은 아주아주 멋지다”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커다란 행복은 인간이라는 사실”이라고 믿고 성장합니다.

“사람의 생명 깊숙한 곳에 감춰진 ‘보물’, 본인조차 알아차리지 못한 그 가장 좋은 무언가를 찾아내 끄집어내고 싶습니다. 그리고 무대를 듣는 사람, 보는 사람에게 그 기쁨을 선사하고 싶습니다”라고 말하는 사츠 감독의 마음의 햇살을 받은 소년소녀들이 얼마나 다채롭게 ‘인간이라는 사실의 행복 드라마’를 써 내려갔을까요.


멋진 / 인생 장식하라 /
그를 위해 / 강인한 생명을 / 오늘도 구축하라


시(詩)의 나라 러시아가 자랑하는 푸시킨은 “육지와 바다를 다니며/내가 한 말로 사람들의 마음을 불타오르게 하자”고 읊었습니다.

지금 러시아에서는 사람들의 소원이 ‘물질적인 충족’에서 ‘정신적인 충실’로 바뀌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내 우인들은 인간의 생명에 내재한 가능성을 무한으로 여는 ‘인간혁명’ 철학을 생기발랄하게 배우고 이야기하며 우정을 넓히고 있습니다.

인간에게는 누구나 무력감을 뚫고 고뇌를 극복하는 강인한 힘이 있습니다. 또 서로 격려하면서 자신과 벗이 함께 행복해지는 길이 있습니다. 그리고 좋은 시민으로서 가치를 창조하고 사회의 번영을 위해 공헌할 사명이 있습니다.

사회에 공헌하기 위해 힘쓰는 어느 여성이 이렇게 말했습니다.

“모스크바의 겨울은 눈과 벌이는 싸움입니다. 그러나 사람들의 마음은 꿈을 향해 더욱더 뜨겁게 타오릅니다. 용기와 희망을 환하게 불태워 벗의 행복과 러시아의 발전을 기원하고 분투하겠습니다.”

세계 최고의 오페라, 발레의 전당 볼쇼이극장에서 상연한 차이콥스키의 〈호두까기 인형〉에는 ‘눈의 왈츠’와 ‘꽃의 왈츠’ 등 요정들이 아름답게 춤을 추는 장면이 있습니다. 눈도 꽃처럼 춤추고, 꽃도 빛처럼 춤추는 위대한 꿈에 살아가는 마음은 언제, 어느 계절에도 생기발랄하게 약동합니다.


풍설에 / 환희 차게 나서라 /
영광스러운 무대


이케다 다이사쿠(池田大作) SGI 회장은 세계 각국의 지성인과 대화하면서 세계 평화와 문화·교육 운동을 해오고 있다.
유엔평화상, 세계계관시인상 등을 수상했고, 대한민국 화관문화훈장을 수훈했다.
《21세기를 여는 대화》(A. 토인비), 《인간혁명과 인간의 조건》(앙드레 말로), 《20세기 정신의 교훈》(M. 고르바초프), 《지구대담 빛나는 여성의 세기로》(H. 헨더슨) 등 세계 지성인들과 대담집을 냈다.
  • 2021년 02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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