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마음을 훔친 영화人 〈13〉

톰 크루즈(Tom Cruise)

40년째 대체 불가 주연이 된다는 것

© newsis(Photo by Brent N. Clarke_Invision_AP)

론 하워드 감독의 〈파 앤드 어웨이〉(1992).
미국 서부개척시대에 ‘랜드 러시(land rush)’라는 제도가 있었다. 미국 정부에 의해 개발제한구역으로 지정돼 있던 땅을 주민들에게 개방, 미리 나눠놓은 구획에 가장 먼저 도착한 이에게 집을 짓고 살 권리를 주는 제도로 ‘랜드 런(land run)’이라고도 부른다.

19세기 말 오클라호마에는 200만 에이커(8000㎢)의 땅을 나눠 갖기 위해 5만 명의 주민들이 모여들었다. 1889년 4월 22일 정오, 출발 신호와 함께 말과 마차를 탄 주민들이 미개간지에 말뚝을 박기 위해 일제히 달려 나갔다. ‘오클라호마 랜드 런’이라 부르는 이날을 소재로 한 영화가 톰 크루즈·니콜 키드먼 주연의 〈파 앤드 어웨이〉(Far And Away, 1992)다.

6000만 달러(약 650억 원)에 이르는 막대한 제작비를 들여 만든 이 영화의 압권은 광활한 평야에서 나팔 소리를 요란하게 울리며 수백 마리의 말과 마차가 질주하는 장면이다. 좋은 땅에 먼저 깃발을 꽂기 위해 흙먼지를 날리며 역주하는 웅장한 화면은 미국 서부개척시대의 혼돈과 낭만(?)을 박진감 있게 보여준다.

이 영화에서 톰 크루즈(Tom Cruise, 1962~)는 “내 땅을 일구는 것이 유일한 소망”인 조셉이란 캐릭터를 과하지도 모자라지도 않게, 마치 맞춤옷을 입은 듯 자연스레 표현해냈다. 많은 한국 관객들이 이 영화를 자신의 ‘인생 영화’로 꼽는 데는 거장 론 하워드 감독의 연출력 못지않게 톰 크루즈의 탄탄한 연기가 크게 작용한다.

톰 크루즈는 현재 가장 높은 출연료와 강한 흥행성을 지닌 배우 중 한 명이다. 할리우드에는 ‘2000만 달러 클럽’이라는 게 있는데, 영화 한 편의 출연료가 2000만 달러(약 220억 원)가 넘는 배우들을 일컫는 말이다. 톰 행크스, 키아누 리브스, 윌 스미스,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 등이 이 클럽에 포진하고 있다. 톰 크루즈는 1996년 〈미션 임파서블〉(Mission: Impossible)을 시작으로 클럽에 합류했고, 여러 매체 조사에서 가장 높은 수입을 올린 배우 명단에 2012년, 2005년, 2001년 등 수차례 올랐다.


어려운 집안 형편, 레슬링 선수 출신

브래드 버드 감독의 〈미션 임파서블 : 고스트 프로토콜〉(2011).
톰 크루즈는 미국 뉴욕주 시라큐스에서 엔지니어였던 아버지와 교사인 어머니 사이에서 1남 3녀 중 셋째로 태어났다. 부모는 그가 열두 살이 되던 해 이혼했고 크루즈 남매는 어머니와 함께 살았다. 집안 형편이 어려워져 어린 나이서부터 실질적인 가장 노릇을 했다.

‘미션 임파서블’ 시리즈에서도 볼 수 있듯 톰 크루즈는 위험 상황에서도 주눅 들지 않고 뛰어난 운동 신경을 보이는데, 이는 아마도 고교 시절에 레슬링 선수로 활동한 덕분일 것이다. 미식축구 등 다른 운동도 열심히 했는데 무릎 부상으로 선수 생활을 더 이상 이어가지 못했다.

연기로 관심을 돌린 그는 오디션에서 번번이 떨어지던 시기에 고급 레스토랑의 디너쇼 무대에 단역으로 출연하며 생계를 유지했다. 천신만고 끝에 톰 크루즈는 브룩 실즈 주연의 〈끝없는 사랑〉(Endless Love, 1981)에서 단역을 맡아 스크린 신고식을 치렀다. 이후 〈위험한 청춘〉(Risky Business, 1983) 주연을 거쳐 〈탑건〉(Top Gun, 1986)으로 청춘스타의 자리에 올랐다. 톰 크루즈가 전투기 F-14기를 모는 젊은 조종사 매버릭 대위로 출연한 〈탑건〉은 그해 전 세계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하며 대흥행을 일으켰다.

이후 〈컬러 오브 머니〉 〈7월 4일생〉 〈레인 맨〉 〈칵테일〉 〈야망의 함정〉 〈뱀파이어와의 인터뷰〉 〈미션 임파서블〉 〈제리 맥과이어〉 〈마이너리티 리포트〉 〈바닐라 스카이〉 〈엣지 오브 투모로우〉 〈우주전쟁〉 〈작전명 발키리〉 등 수많은 유명 영화의 주연으로 활약했다.


대본을 보는 남다른 눈

그가 나오는 영화는 일정 수준 이상의 완성도와 재미를 갖춰 배우로서 관객과 평론가들의 꾸준한 신뢰를 받고 있다. 이목구비가 뚜렷한 잘생긴 얼굴이 먼저 눈에 들어오는 배우지만 톰 크루즈의 연기력은 영화의 장르에 상관없이 아주 안정적이고 믿을 만한 수준을 유지해왔다.

특히 법정 스릴러인 〈어 퓨 굿 맨〉(A Few Good Men, 1992)에서 톰 크루즈는 연기파 배우 잭 니콜슨의 포스에 전혀 밀리지 않는 인상적인 연기를 펼쳐 보였다. 쿠바 관타나모 미 해군 기지에서 일어난 사건을 다룬 〈어 퓨 굿 맨〉의 후반부 법정 설전에서 불의(不義)와 분노의 카리스마를 내뿜는 잭 니콜슨과 맞짱을 뜨며 톰 크루즈가 ‘정의의 이름으로’ 호통을 치는 장면은 보는 이들에게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했다.

흥행성과 스타성에 비해 상복이 많지 않았던 톰 크루즈는 특유의 섬세한 감정 연기로 두 번의 골든글로브 남우주연상(〈7월 4일생〉 〈제리 맥과이어〉)과 남우조연상(〈매그놀리아〉)을 수상했다. 톰 크루즈는 대본 보는 눈이 뛰어나 작품 선택을 잘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대중이 자신에게 무엇을 기대하는지 잘 알고 있다는 얘기다. 이런 기대 유형에서 가장 멀리 떨어진 캐릭터는 〈콜래트럴〉(Collateral, 2004)의 무자비한 살인 청부업자였다. 이 영화에서 톰 크루즈는 마약 조직에 불리한 증언을 한 증인들과 담당 검사를 살해하기 위해 LA에 온 청부업자 ‘빈센트’ 역을 맡아 악한임에도 묘하게 감정 이입을 불러일으키는 연기를 선보였다.


대역 없이 고난도 액션 소화

톰 크루즈는 영화 촬영장에서도 성실하게 임하기로 정평이 난 배우다. SF 대작 〈엣지 오브 투모로우〉(Edge of Tomorrow, 2014) 제작 영상에 등장하는 스태프들의 증언에 의하면, 30~40kg에 달하는 무거운 슈트를 입고도 불평 한번 없이 항상 미소를 지었다는 후문이다.

잘 알려져 있다시피, 톰 크루즈는 ‘미션 임파서블’ 시리즈에서 위험천만한 고난도의 액션 연기를 대역 없이 직접 해내 숱한 화제를 뿌렸다. 〈미션 임파서블 2〉(2000) 오프닝의 맨몸 암벽 등반 장면은 메가폰을 잡은 오우삼 감독이 “당신이 죽으면 영화는 어떻게 찍느냐”고 극구 만류했음에도 안전줄 하나만 걸치고 직접 연기했다.

‘미션 임파서블’ 시리즈 5편인 〈미션 임파서블: 로그네이션〉(Mission: Impossible–Rogue Nation, 2015) 오프닝에서 군용 비행기에 매달리는 장면 역시 직접 찍었다. 공포에 질린 표정이 잘 담기지 않을 것을 우려해 고글 대신 특수 콘택트렌즈를 끼고 촬영했다고 하니 그의 프로 정신에 혀를 내두를 지경이다.

불어난 몸매와 늘어난 얼굴 주름이 세월의 흔적을 어쩔 수 없이 드러내지만 50대 후반의 나이에도 초대형 블록버스터를 제작하고, 직접 액션 연기를 소화하는 톰 크루즈의 놀라운 에너지는 앞으로도 한참 동안 스크린을 가득 채울 것으로 보인다.
  • 2021년 01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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