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마음을 훔친 영화人 〈10〉

시얼샤 로넌(Saoirse Ronan)

아역 배우라면 그녀처럼! 영화제 상 싹쓸이하는 90년대생

© newsis(Photo by Chris Pizzello/Invision/AP)
아이돌 출신 가수 중 댄스 실력이 가장 좋다는 평가를 받는 현아는 최근 한 예능 프로그램에서 “어떻게 그렇게 섹시하게 춤을 잘 추냐?”는 질문에 “일곱 살 때부터 춤을 췄으니 20년 넘게 매일 열 시간씩 해온 일”이라고 답해 주변을 놀라게 했다.

저널리스트 출신 작가 말콤 글래드웰은 저서 《아웃라이어》에서 미국의 신경과학자 다니엘 레비틴의 말을 인용, 이렇게 말했다.

“어느 분야에서든 세계 수준의 전문가와 같은 마스터 수준에 오르려면 1만 시간의 훈련이 필요하다(Ten thousand hours of practice is required to achieve the level of mastery associated with being a world-class expert in anything).”

1만 시간의 훈련이라 함은 대략 하루 세 시간, 일주일에 스무 시간씩 10년간 연습한 것과 같다. 가수 현아는 그 여섯 배인 6만 시간 춤을 춰온 셈이니 댄스에 관한 한 마스터의 경지에 오르지 않을 수 없는 연습량이다.

그레타 거윅 감독의 〈작은 아씨들〉(2019)
1994년생으로 올해 26세인 시얼샤 로넌(Saoirse Ronan)은 남들이 대학 졸업장을 받을 나이에 이미 연기자들의 로망인 아카데미 후보에 세 차례나 오른 배우다. 할리우드의 대명사이자 선댄스영화제를 창립한 로버트 레드포드(Robert Redford)도 감독상(〈보통사람들〉, Ordinary People, 1980)과 공로상(2002년)은 받았어도, 남우주연상은 수상하지 못했을 정도로 오스카는 ‘드림 어워드(dream award)’다.

그런 ‘엄청난’ 상을 로넌은 〈어톤먼트〉(Atonement, 2007)로 13세 때 아카데미 여우조연상에, 〈브루클린〉(Brooklyn, 2016)과 〈레이디 버드〉(Lady Bird, 2018)로 여우주연상에 노미네이트된 것이다. 올해 초엔 〈작은 아씨들〉(Little Women, 2019)로 다시 여우주연상 후보에 오르며 총 네 차례나 아카데미에 이름을 올렸다. 수상에는 모두 실패하긴 했지만.

촬영, 조명 등 영화 스태프를 포함한 미국 영화인들의 로망인 ‘미국영화예술과학아카데미(AMPAS)’ 회원에도 만 16세에 이미 초대됐다.


6세에 데뷔, 10세부터 주연 배우로 활약

그레타 거윅 감독의 〈레이디 버드〉(2018). 시골 가톨릭계 고교에 다니는 ‘크리스틴’ 역을 맡아 호연을 펼쳤다.
시얼샤 로넌은 뉴욕 브롱크스에서 태어났다. 그의 부모는 1980년대 불경기로 인해 고향 아일랜드를 떠나 뉴욕에 정착한 이민자였다. 새 정착지에서도 경제적 곤궁을 벗어날 수 없었던 가족은 로넌이 세 살이 되던 해 다시 아일랜드 더블린으로 거주지를 옮겼다. 그래서 그는 아일랜드와 미국 시민권을 다 갖고 있다.

미국인들도 발음하기 어려워하는 ‘시얼샤(Saoirse)’는 아일랜드어로 ‘자유’를 뜻한다. 풀네임은 ‘시얼샤 우나 로넌(Saoirse Una Ronan)’인데, ‘우나(Una)’는 아일랜드어로 ‘단결’의 의미다.

로넌은 여섯 살 때 단편영화에 출연하며 처음 카메라 앞에 섰고, 공식 데뷔 작품은 아일랜드에서 방영된 메디컬 드라마 〈더 클리닉〉(The Clinic, 2003)이다. 스크린 데뷔는 4년 뒤 할리우드 영화 〈절대로 네 여자가 될 수 없을 거야〉(I Could Never Be Your Woman, 2007)로 이루어졌다. 이 영화에서 로넌은 당대의 톱스타 미셸 파이퍼(Michelle Pfeiffer)의 딸로 출연, 할리우드 대세 배우에 밀리지 않는 연기를 펼쳤다는 평가를 받았다.

《아웃라이어》에서 글래드웰이 던지고자 하는 메시지는 이렇다.

“성공은 대부분의 사람들이 30초 만에 포기하는 일의 의미를 찾기 위해 22분간 열심히 매달리는 인내와 끈기 그리고 의지의 작용이다(Success is a function of persistence and doggedness and the willingness to work hard for twenty-two minutes to make sense of something that most people would give up on after thirty seconds).”

6세에 연기를 시작하고, 10세에 할리우드 톱스타와 맞짱 연기를 펼치고, 16세에 미국아카데미 정회원이 된 시얼샤 로넌은 ‘1만 시간의 법칙’을 정확히 구현했을 뿐만 아니라, 제 마음에 맞는 연기가 나올 때까지 끊임없이 자신을 괴롭힌 전형적인 노력형 연기자다.

그는 여타 배우들과 달리, 스크린 속 자신의 모습을 객석에서 지켜보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고 한다. 본인의 연기에 대한 불만 때문인데, 그나마 〈레이디 버드〉에 이르러서야 처음으로 “이 정도면 괜찮네”라고 여겼다고. 그는 이 작품으로 2018년 골든글로브 여우주연상(뮤지컬·코미디 부문)을 수상했다.


그레타 거윅 감독의 페르소나

조 라이트 감독의 〈어톤먼트〉(2007). 이 작품에서 로넌은 언니와 연인을 파국으로 이끄는 여동생 역을 맡았다.
로넌의 출세작은 〈어톤먼트〉였다. 이 작품에서 그는 언니와 그의 연인 사이를 오해해 그들을 파국으로 이끄는 여동생 ‘브라이오니’의 어린 시절 역을 맡았다. 현실과 환상을 혼동하는, 순수함과 어리숙한 악이 공존하는 캐릭터를 매끄럽고 강렬하게 소화함으로써 한국으로 중1 나이에 골든글로브와 아카데미 여우조연상에 최연소 노미네이트되는 기록을 남겼다.

이 당찬 10대 소녀는 〈반지의 제왕〉(The Lord Of The Rings) 시리즈로 유명한 피터 잭슨(Peter Jackson)이 메가폰을 잡은 〈러블리 본즈〉(The Lovely Bones, 2009)에서 또 한 번 신들린 연기를 펼쳤다. 이 영화에서 그는 첫 데이트를 앞두고 무참히 살해당해 이승도 저승도 아닌 경계 어딘가에서 헤매는 14세 ‘수지’ 역을 맡아, 남겨진 주변인들의 고통을 힘겹게 지켜봐야 하는 혼령을 생생하게 그려냈다. 덕분에 권위 있는 ‘크리틱스초이스어워드’ 아역배우상과 ‘새턴어워즈’ 최우수 신인배우상을 거머쥐게 됐다.

시얼샤 로넌은 감독 겸 배우인 그레타 거윅(Greta Gerwig)의 페르소나로 불린다. 시골 가톨릭계 고교에 다니는 ‘크리스틴’의 일상을 담은, 그레타 거윅의 장편 연출 데뷔작 〈레이디 버드〉에서 주연을 맡아 평단과 관객 모두의 호응을 받았고, 차기작 〈작은 아씨들〉 역시 성공적이었다. 로넌은 “〈작은 아씨들〉은 ‘조’ 역할보다 그레타 거윅에게 더 끌려서 선택했다. 만약 다른 감독이었다면 큰 관심을 갖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할 정도다.

존 크로울리 감독의 〈브루클린〉(2016). 아일랜드에서 뉴욕으로 이주해 미래를 꿈꾸는 ‘에일리스역’은 그의 실제 삶과 비슷하다.
로넌은 금발에 하얀 피부와 파란 눈, 그리스 조각상이나 신화 속 인물을 떠올리게 하는 청아한 외모의 신비로운 이미지를 가진 배우다. 서늘하고 냉소적이며 어딘지 몽환적인 분위기로 스크린을 채우는 연기자이기도 하다. 바로 그런 이유로, 혹독한 훈련을 통해 CIA 요원 출신 아버지에 의해 살인 병기로 키워진 16세 소녀 ‘한나’를 연기한 〈한나〉(Hanna, 2011)에서는 눈썹까지 금색으로 물들이며 파격 변신을 시도했다.

로넌의 연기는 그의 실제 삶에 제일 가까운 스토리인 〈브루클린〉에서 절정에 달한다. 장래가 보이지 않는 아일랜드에서의 삶을 접고 뉴욕 브루클린으로 이주, 낮에는 백화점 점원으로 일하고 밤에는 대학에 다니며 미래를 꿈꾸는 ‘에일리스’ 역할은 아카데미 여우주연상이 아깝지 않을 호연이었다.

할리우드에서 가장 굳건하게 입지를 다진 아역 출신 배우이자, 탄탄한 필모그래피를 구축한 20대 여성 연기자 시얼샤 로넌의 매력을 처음 접하는 이라면 웨스 앤더슨(Wes Anderson)이 작심하고 만든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The Grand Budapest Hotel, 2014)도 반드시 보기 바란다. 단언컨대, 당신은 그의 독보적 아우라를 영영 잊지 못할 것이다.
  • 2020년 10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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