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ssage | 잊지 못할 여정 – 태양의 마음으로

이스탄불(上)

생명이 이어준 역사와 희망

튤립
형형색색의
벗들과
나란히 피는
동화 나라로구나


1992년 6월 아름다운 인류의 옛 도읍 이스탄불을 방문한 필자를 맞이한 것은 사랑스러운 튤립이었습니다. 일본 어린아이들이 가장 먼저 그리는 꽃 중에 튤립이 많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습니다. 누구에게나 친숙하고 사랑스러우면서도 늠름한 자태를 뽐내는 이 꽃의 고향은 바로 터키라고 합니다.

도야마현과 니가타현을 상징하는 튤립은 터키의 국화로 사랑받는 꽃입니다. 18세기 이스탄불을 중심으로 다양한 문화가 풍요롭게 꽃핀 평화롭고 안정된 시대를 ‘튤립 시대’라고 불렀습니다. 튤립의 꽃말인 ‘박애(博愛)’는 예로부터 전 세계 많은 민족을 받아들인 이스탄불의 따뜻함을 상징하는 듯합니다. 원래 이 ‘꽃말’이라는 문화도 터키에서 탄생했습니다. 상대를 생각하는 마음을 꽃에 담아 전하는 풍습이 전 세계로 확장된 것입니다.

이 천 수백 년에 이르는 역사를 자랑하는 이스탄불은 비잔티움, 콘스탄티노플, 이스탄불 순으로 이름이 바뀌면서 로마제국, 비잔틴제국, 오스만제국의 수도로서 그리스·로마 문화, 기독교 문화, 이슬람 문화의 요충지로 번영했습니다. 그리고 이곳을 출발해 유라시아대륙을 횡단하는 ‘비단길(실크로드)’, 대해를 건너는 ‘바닷길(마린로드)’은 일본으로도 이어졌습니다. 다양한 사람과 문화가 왕래하고 살아 숨 쉬는 이 세계적인 도시를 뒷받침한 정신은 무엇일까요.

이스탄불의 어느 지도자는 “‘인간’으로서 언제나 ‘인간의 가치’를 가장 우선으로 생각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그리고 “다른 민족과 문화, 모든 것을 평등하게 존중해야 한다”고도 말했습니다. 다채로운 튤립이 꽃피는 도시는 명랑하게 ‘먼저 인간이 돼라’ 그리고 ‘자기답게 살아가라’며 격려합니다.

아아 이스탄불!
그곳은 모든 것을 수용하고
모든 것을 잇는
그리고 모든 것을 살리는
매력 넘치는 문화의 요람


터키 속담에 “근사한 말 한마디가 철문을 연다”는 말이 있습니다. 어디에서나 마음이 통하는 대화를 나누면 새로운 문이 열립니다. 문화의 도읍인 이스탄불 사람들과 우정을 맺기 시작한 것은 1962년입니다. 수천 곳의 상점과 세계 각지의 물자가 모이는 활기 넘치는 그랜드 바자르를 찾아가 봤습니다. 그곳에서 만난 사람들에게 말을 걸면 살갑게 웃으며 “일본 사람! 일본 사람!” 하고 환영해줬습니다.

웅장하고 아름다운 수많은 건축유산을 둘러보며 특히 16세기 대건축가 시난의 작업에 감명받았습니다. 시난이 직접 작업한 수백 개의 건축물은 지진에 강하다는 특징이 있습니다. 일본과 비슷한 지진의 나라 터키에는 400년이 넘은 건물도 적지 않게 남아 있습니다. 그 이유 중 하나는 철저하게 기초공사를 했기 때문입니다. 그것은 만반에 걸쳐 통하는 도리일 것입니다.

이스탄불은 세계에서 유일하게 아시아와 유럽을 잇는 도시이기도 합니다. 보스포루스 해협을 끼고 도시 동쪽에는 아시아, 서쪽에는 유럽이 있어 선인들이 이 두 곳을 연결하는 다리를 놓고자 도전해 그 꿈을 실현했습니다. 일본도 힘을 보탰습니다. 최근에도 터키와 일본이 협력해 이 다리의 내진과 해저로 이어지는 지하철 건설을 추진(2013년 10월 개통)함으로써 두 나라의 든든한 우호를 보여줬습니다.

평화를 향한
희망의 가교
금의 다리 이스탄불


터키 격언에 “좋은 벗은 곤궁에 처했을 때 여실히 드러난다”는 말이 있습니다. 또 “빵 하나가 있으면 반쪽은 가난한 사람과 나눈다”는 말도 있습니다. 터키와 일본은 생활습관과 문화 그리고 역사에서도 공통점이 많아 깊은 우정의 유대가 있습니다.

1890년 터키의 친선사절단이 일본을 떠나 귀국하는 길에 대여객선 에르투그룰호가 태풍을 만나 와카야마현 남쪽 바다 한가운데서 조난돼 500명 이상이 목숨을 잃었습니다. 와카야마의 기이오섬 사람들은 필사적으로 구조를 지원하고 식료품과 의복을 제공하며 정성껏 그들을 돌봤습니다. 생존자 약 70명은 고베에서 치료를 받은 후 일본 배를 타고 터키로 돌아갔습니다.

그런가 하면 1980년대 중동에서 분쟁이 발발한 당시 현지에 남은 일본인 200여 명을 터키 사람들이 구출한 일도 있습니다. 진정한 우인들이 목숨의 위협에도 개의치 않고 한 행동을 100년 전 구조의 ‘보답’이라고 말한 사실도 잊지 못할 역사입니다.

이케다 다이사쿠(池田大作) SGI 회장은 세계 각국의 지성인과 대화하면서 세계 평화와 문화·교육 운동을 해오고 있다.
유엔평화상, 세계계관시인상 등을 수상했고, 대한민국 화관문화훈장을 수훈했다.
《21세기를 여는 대화》(A. 토인비), 《인간혁명과 인간의 조건》(앙드레 말로), 《20세기 정신의 교훈》(M. 고르바초프), 《지구대담 빛나는 여성의 세기로》(H. 헨더슨) 등 세계 지성인들과 대담집을 냈다.
  • 2020년 09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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