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마음을 훔친 영화人 〈1〉

크리스토퍼 놀란(Christopher Nolan) - 〈메멘토〉 〈인썸니아〉 〈배트맨 비긴즈〉 그리고 〈다크 나이트〉 〈인셉션〉 〈인터스텔라〉

당신도 모르는 당신의 마음을 탐험하는 천재 감독

‘배트맨’ 시리즈를 새롭게 해석해 스타 반열에 오른 크리스토퍼 놀란(Christopher Nolan, 1970~). 놀란 감독이 야심 차게 제작한 SF 영화 〈인터스텔라〉(Interstellar, 2014)의 기자 시사회를 가졌을 때 한 매체는 이렇게 보도했다. “스티븐 스필버그의 따스함과 스탠리 큐브릭의 명석함이 모두 담겨 있다.” 한 영화가 들을 수 있는 최고의 찬사였다. 할리우드에서 특A급 감독으로 분류되는 크리스토퍼 놀란은 개봉하는 영화마다 평단의 호평을 받아왔다. 게다가 관객의 호응까지 얻어 흥행몰이에 성공하고 있으니 할리우드에서도 그 유례를 찾기 어려운 특이한 감독이다.
© 셔터스톡
7세에 첫 영화, 10대에 첫 단편

1970년 런던에서 태어난 놀란의 본명은 크리스토퍼 조나단 제임스 놀란이다. 될성부른 나무는 떡잎부터 알아본다 했던가. 일곱 살 때부터 영화를 찍기 시작한 그는 19세 때 〈타란텔라〉라는 제목의 8mm 초현실주의 단편 영화를 만들었고, 작품성을 인정받아 미국 공영 방송망인 PBS(Public Broadcasting Service) 영상조합에서 상영 기회를 가졌다.

그는 대학 영화 소사이어티에서 16mm 영화를 만들면서 런던 대학에서 영문학을 전공했다. 1998년에 첫 장편 영화 〈미행〉(Following)으로 데뷔했는데, 이 영화는 토론토영화제, 로테르담영화제 등의 국제 영화제에서 호평을 받았다.

놀란을 스타덤에 올려놓은 영화는 불면과 기억, 심리에 관한 탁월한 고찰을 보여준 〈메멘토〉(Memento, 2000)다. 이 작품은 2000년 아카데미와 골든글로브 시나리오 부문에 노미네이트됐으며, 선댄스영화제 각본상, 시카고비평가협회상, LA비평가협회상을 수상했다. 또 그해 방송·영화 비평가협회가 꼽은 최고의 영화로 선정됐다.

〈메멘토〉는 주인공 레나드(가이 피어스)의 몸에 빼곡히 적힌 메모만큼이나 치밀하고 사실적인 미장센을 보여주면서도, 뿌리를 잃고 진공의 세계에서 부유하는 듯한 느낌을 주는 현실을 담고 있다. 이는 사실관계에 집착하면서도 역설적으로 현실 감각을 상실한 채 살아가는 주인공의 ‘내면의 리얼리티’를 극적으로 형상화한 셈이다.

실제로 놀란 감독은 매 영화마다 흥미로운 사건과 스토리를 설정하지만, 사건 자체보다는 인물의 내면을 묘사하는 데 방점을 찍는다. 〈메멘토〉의 대성공에 이어 그는 1997년 노르웨이에서 만든 〈불면증〉을 리메이크한 〈인썸니아〉(Insomnia, 2002)의 감독을 맡았다. 〈인썸니아〉는 불면증에 시달리다 정신이 혼미해진 윌 도머(알 파치노)의 시점을 적절히 활용함으로써 관객이 그의 황폐해진 내면에 가까이 가도록 유도한다.

복잡한 플롯을 능수능란하게 요리하는 놀란은 〈인썸니아〉에서도 여고생 살인사건의 범인을 찾는 이야기에서 불면증 혹은 죄의식으로 정신이 혼미해진 중년 형사의 내면을 향한 스토리로 부지불식간에 변모시킨다. A 이야기에 넋을 놓고 따라가던 관객은 어느 틈엔가 B 이야기를 궁금해하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동생 조나단 놀란과 작업


크리스토퍼 놀란은 〈메멘토〉 〈인썸니아〉를 거쳐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배트맨 비긴즈〉(Batman Begins, 2005)를 감독했다. 부인인 엠마 토마스는 독립영화 제작자다.

인물의 경험을 관객에게 전이시키는 데 탁월한 능력을 발휘해온 놀란은 〈다크 나이트〉(The Dark Knight, 2008)에서 고담시를 짓누르는 절망의 심연을 관객들도 체험할 수 있게 한다. 부패로 만연한 고담시가 단지 영화 속 공간이 아닌 우리의 현실 자체임을 인식하게 만드는 것이다.

‘배트맨’이라는 타이틀이 붙지 않은 최초의 배트맨 영화인 〈다크 나이트〉에서 가장 크게 활약한 스타는 역대 최고의 조커로 열연을 펼친 히스 레저(Heath Ledger, 1979~2008)다. 갑작스런 죽음으로 그에겐 유작이 됐지만, 히스 레저는 이 영화로 고인으로는 드물게 아카데미 남우조연상까지 수상했다.


에단 코엔, 조엘 코엔 형제와 마찬가지로 놀란은 형제가 함께 작업하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놀란보다 여섯 살 아래의 동생 조나단 놀란은 시나리오를 쓴다. 둘은 〈프레스티지〉 〈다크 나이트〉 〈인터스텔라〉 등을 함께 작업했다. 평단과 관객 모두에게서 인정받은 작품들이다.

현실적 영상을 추구하면서도 언제나 압도적 비주얼로 경탄하게 만드는 크리스토퍼 놀란의 연출력과, 어떤 이야기든 감정선을 극대화하는 각본가 조나단 놀란의 구성력은 엄청난 시너지를 자아낸다. 철저하게 사전 준비를 하는 조나단 놀란은 〈인터스텔라〉 때 4년간 시나리오 작업에 매달렸다. 그 기간 동안 그는 캘리포니아 공과대학에서 상대성 이론도 공부했다.

사실 〈인터스텔라〉는 우리 상상을 넘어서는 화면으로 충격을 안겼던 〈인셉션〉(Inception, 2010)의 거울 이미지라고 할 수 있다. 놀란은 “〈인터스텔라〉와 〈인셉션〉은 다양한 방식으로 관계를 맺고 있다. 둘은 일종의 ‘거울 이미지’이다”라고 말했다. 즉 두 영화의 모양새는 상당히 유사하지만 방향성은 정반대라는 뜻이다. 〈인셉션〉은 내면에 집중한 영화고, 〈인터스텔라〉는 밖으로 확장을 꾀하는 영화다.


히스 레저, 앤 해서웨이… 캐스팅의 귀재


〈인셉션〉의 주인공 코브(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와 〈인터스텔라〉의 쿠퍼(매튜 맥커너히)는 처한 환경이 비슷한 남자들이다. 아내 없이 홀로 자식들을 키우고 있고, 그 자식들과 떨어져 지내야 하는 처지다. 또 그들은 뛰어난 실력을 가진 전문가로 동료들과 함께 팀을 꾸려 사건을 해결한다.

놀란은 인간의 마음속을 탐험하길 즐기는 감독이다. 〈미행〉부터 〈다크 나이트 라이즈〉(The Dark Knight Rises, 2012)에 이르기까지 놀란은 불완전한 기억과 꿈속에서 헤매는 인물, 강박과 의심과 죄책감이 뒤엉킨 세계에 갇힌 인물들을 집요하게 탐구했다. ‘꿈속의 꿈속의 꿈’을 통해 인간의 무의식에 접근한 〈인셉션〉은 놀란의 내면 탐구의 정점을 보여준 작품이다. 하지만 〈다크 나이트〉 시리즈에서 보여줬던 것처럼 놀란이 창조하는 세계는 가상의 세계지만, 그가 매력을 느끼는 세계는 판타지의 세계가 아닌 현실 세계다.

놀란은 크리스찬 베일을 배트맨으로 캐스팅하고, 히스 레저를 조커로 출연시키고, 앤 해서웨이를 ‘캣 우먼’으로 발탁하면서 자신의 배우 보는 안목을 입증하기도 했다. 그는 출연 배우들과 끈끈한 인연을 이어가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배트맨〉 3부작과 〈프레스티지〉를 함께한 크리스찬 베일과 마이클 케인은 크리스토퍼 놀란 사단의 대표 멤버다. 조셉 고든 레빗, 킬리언 머피, 톰 하디, 마리옹 꼬띠아르, 와타나베 켄도 놀란의 작품에 두 차례씩 출연하며 감독의 신임을 받고 있다. 앤 해서웨이 또한 〈다크 나이트 라이즈〉에 이어 〈인터스텔라〉에 연이어 출연했다.
  • 2020년 01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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