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ssage | 잊지 못할 여정 – 태양의 마음으로

런던1

역사를 빛내는 불굴의 숨결

© 셔터스톡
드넓은 하늘을 향해
폭풍우에도 꺾이지 않는
푸르른 나무의
자라는 모습
우리는 기다리며 지켜보노라


런던은 북위 51도에 위치한 나라로 겨울은 해가 빨리 져서 동지 무렵에는 오후 4시 전에 일몰을 맞이한다고 합니다. 본격적인 봄도 5월에 찾아옵니다. 길고 매서운 겨울을 이겨낸 만큼 햇살은 눈부시게 빛나고 녹음은 짙어지고 살아 있는 모든 것이 약동합니다. 전 세계에서도 가장 빛나는 계절이지 않을까요.

영국의 전래동요 ‘머더구스’에는 “3월의 바람과/ 4월의 비가/ 5월의 꽃을 데리고 온다”는 유명한 구절이 있습니다. 이 ‘5월의 꽃’ 즉 ‘메이플라워’로 모든 사람에게 친숙한 꽃이 바로 산사나무인데, 영국을 대표하는 꽃으로 꽃말은 ‘희망’입니다.

역경을 명랑하게 견디고 시련의 폭풍우마저 발랄하게 혼의 양식으로 삼아 때를 기다리고 만들어 마침내 ‘희망’의 꽃을 향기롭게 피워냅니다. 영국에는 그러한 불굴의 마음이 깃든 쾌활한 벗이 많습니다.


그립고
또 그리운
런던의
이 대화는
내 보배로다


아름다운 5월의 런던에 초대해준 분은 21세기 최고의 역사가로 칭송받는 아널드 J. 토인비 박사였습니다. 전 세계를 여행하며 역사의 현장을 둘러본 박사는 일본을 방문했을 때, 서민이 활기차게 활약하는 도쿄의 단지나 생명을 키운다는 자부심으로 가득한 홋카이도의 농가 등에도 발걸음을 옮겼습니다. 박사는 거의 마흔 살 정도 어린 저를 마치 자애로운 아버지처럼 따뜻하게 맞아줬습니다.

1972년 5월과 이듬해 5월, 런던에 있는 박사의 자택에서 대담했습니다. 2년이 넘는 기간 동안 총 40시간에 걸쳐 정치, 경제, 교육, 문학, 환경, 생명윤리, 문명, 종교 등 인류의 미래를 내다보며 종횡무진으로 대화했습니다. 그때 쌓은 추억은 한없이 많습니다.

우리가 진지하게 대화할 때면 늘 편안한 한때를 선사해준 분이 바로 박사의 최고 파트너 베로니카 여사였습니다. 잠시 휴식을 취할 때면 홍차와 수제 쿠키를 실은 손수레를 밀고 살짝 방에 들어와 “남편도 일본 차를 매우 좋아합니다” 하고 녹차를 타주곤 했습니다. 베로니카 여사는 케임브리지대학에서 여성으로는 처음으로 학사학위를 받은 총명한 분입니다. 제가 대담 중 짬을 내어 케임브리지대학교를 방문했을 때 베로니카 여사는 그 이튿날에 “제 모교를 방문해주셔서 진심으로 감사합니다” 하고 기뻐하며 말했습니다. 진정한 교양은 세련되면서도 거드름을 피우지 않는 배려 있는 행동으로 빛난다는 점을 웃음 지으며 몸소 보여줬습니다.


모두 함께
자, 이 세상의
꽃의 여정



위대한 저서 《역사의 연구》를 비롯해 독창적인 문명사관의 지평을 개척하고 평화와 인도주의적 신념에 찬 언론을 관철한 토인비 박사는 수많은 압박에 노출됐습니다. 그리고 가장 사랑하는 아들을 뜻밖의 죽음으로 잃었습니다. 그러나 많은 어려움 중에도 ‘도전’에 대한 ‘응전’에서만 인간의 전진이 있다는 역사관으로 일어선 박사는 몸소 “고뇌 속에서도 반드시 무언가 얻어내고야 말겠다”는 신조로 꿋꿋이 살아왔습니다.

그러한 박사를 베로니카 여사도 같은 마음으로 끝까지 엄연히 도왔습니다. 그렇기에 박사는 “이처럼 친한 반려자가 있는 사람에게 추방은 추방이 아니다. 아내의 애정이 있고 애정이 미치는 곳이 바로 조국이다” 하고 단언했다고 생각합니다.

새로운 길을 개척하는 인생에는 그만큼 크나큰 고난도 기다리고 있습니다. 그 고난 하나하나를 함께 격려하고 이겨내는 가족의 애정과 신뢰는 가장 깊고 강하고 존귀한, 살아가는 기쁨이라는 꽃을 끊임없이 피울 수 있지 않을까요.

이케다 다이사쿠(池田大作) SGI 회장은 세계 각국의 지성인과 대화하면서 세계 평화와 문화·교육 운동을 해오고 있다.
유엔평화상, 세계계관시인상 등을 수상했고, 대한민국 화관문화훈장을 수훈했다.
《21세기를 여는 대화》(A. 토인비), 《인간혁명과 인간의 조건》(앙드레 말로), 《20세기 정신의 교훈》(M. 고르바초프), 《지구대담 빛나는 여성의 세기로》(H. 헨더슨) 등 세계 지성인들과의 대담집을 냈다.
  • 2020년 01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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