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구대통령 허재’의 차남 허훈

타고난 재능, 지독한 근성

각계 불문 유명 인사 2세들의 삶은 부담감의 연속이다. ‘1세’들이 태생적인 비교 대상 없이 자신의 노력만으로 기량과 재능을 꽃피울 기회를 얻었다면, ‘2세’들에게는 그런 여유가 없다. 대중 앞에 나타날 때부터 그들은 이미 ‘1세’라는 막강한 경쟁 상대를 강요받는다. 시작부터 엄청난 부담을 안고 살아가야 하는 것이다. 1세와 직업이 같다면 더욱 그렇다.
이쯤 되면 부모로부터 물려받은 재능은 ‘선물’이 아니라 오히려 ‘저주’가 될 수도 있다. 물론 “콩 심은 데 콩 나고 팥 심은 데 팥 난다”라는 말처럼 물려받은 부모의 재능에 노력을 더해 성장 중인 이들도 있다.
2019년 11월 6일, 홈경기 시작을 몇 시간 앞둔 어두운 코트에서 드리블하는 허훈.
그의 어깨 근육을 두고 “허재의 선수 시절이 떠오른다”고 하는 팬이 많다. © 조선DB
낙천적 성격

‘농구대통령 허재의 차남’에서 ‘KT 소닉붐의 미래’로 호칭이 바뀐 농구선수 허훈도 그중 하나다. 허훈에게 유명세 자체는 부담스러운 것이 아니었다. 그는 태어날 때부터 ‘허재의 차남’이었고, 이런 이유로 유명세에 의연하게 대처할 줄 아는 청년으로 성장했다. 개구쟁이 같은 인상, 유별난 붙임성과 즐길 때 즐기는 낙천적 성격도 한몫했다.

“아버지가 허재라는 사실이 정말 자랑스럽습니다. 과거 아버지 후배였던 (신)종서(군산고 코치) 삼촌, (정)경호 삼촌 등 삼촌들을 많이 귀찮게 했어요. 삼촌들 방으로 컴퓨터 게임한다고 막 들어가고요. 만약 제가 다른 선수의 아들이라면 그게 가능했을까요? 아버지가 허재 선수이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을 겁니다. ‘허재 아들’이라는 부담감은 항상 있지만 크게 신경 쓰지 않으려고 합니다. 잘하고 못하는 건 결국 제 몫이니까요. 누구보다도 지는 것을 싫어하지만 성격 자체가 긍정적이라 스트레스를 잘 받지 않습니다.”


원래 꿈은 의사

허훈은 원래 농구엔 관심이 없었다. 형 허웅(DB 프로미) 옆에서 농구를 하다가 농구선수가 됐다.

“아빠랑 형 따라 옆에서 혼자 농구하다 보니 언젠가부터 정식 농구선수가 됐어요. 놀이로 시작했다가 여기까지 오게 된 거죠. 어릴 때 꿈은 의사였거든요.”

허훈은 형이 운동하다 다치면 고쳐주고 싶어 의사의 꿈을 가졌었다고 했다. 허훈은 용산중 시절부터 남다른 재능을 보였다. ‘허재 아버지’ 허준과 ‘허재 스승’ 양문의는 허훈 경기를 보고 장충동 족발집에서 “허재보다 낫다”는 이야기를 나누기도 했다.

그의 탄탄한 체형은 언뜻 선수 시절의 허재 전 감독을 연상시킨다. 허훈은 “조금만 웨이트트레이닝을 해도 근육이 빨리 발달하는 편”이라면서 “이런 건 정말 아버지를 닮은 것 같다”고 했다. 하지만 허훈은 타고난 재능 때문에 농구선수로 성공가도를 달리고 있다는 평가에는 손사래를 친다.

“농구 감각을 타고난 건 인정하지만, 제 성적은 피나는 노력이 뒷받침된 것입니다. 저는 고등학교 때부터 집에서 홈 트레이닝을 해왔습니다. 몸의 밸런스를 맞추기 위해 집으로 개인 트레이너를 초빙해 웨이트트레이닝을 했습니다. 프로에 들어오니 웨이트트레이닝의 중요성이 더 부각되더라고요. 아마추어 시절부터 홈 트레이닝을 받으며 체형과 체격을 단단하게 만들었던 게 큰 도움이 됐습니다.”


대표팀에서의 실패, 한 단계 성장하는 계기

2019년 8월 24일 인천삼산월드체육관에서 열린 현대모비스 초청 4개국 국제농구대회 대한민국과 리투아니아의 경기, 허훈이 슛을 하고 있다. © 뉴시스
대표팀에서의 실패도 허훈을 한 단계 발전시키는 데 한몫했다. 허웅과 허훈 형제는 2018년 8월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당시 나란히 태극마크를 달면서 ‘혈연 농구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당시 농구 대표팀을 이끌었던 허재 감독이 두 아들을 뽑았기 때문이다. 그런데 대표팀은 동메달에 그쳤고, 결국 허재 감독은 2018년 9월 사의를 표명했다.

“아버지가 사퇴하시고 나서 ‘아, 난 이제 정말 끝이구나. 대표팀에서 다시는 못 뛰겠구나’ 했어요. 그래도 그걸 계기로 성장했다고 생각합니다. 뭔가 좀 단단해졌다고 해야 하나? 반성도 많이 했고요.”

허훈은 끊임없는 훈련에서 돌파구를 찾았다. 슛 연습을 집중적으로 했다. 훈련 시작 30~40분 전부터 공을 던졌다. 허훈은 “들어간 것만 개수를 세는데, 보통 하루에 800개씩 넣었고 1000개를 넘기는 날도 많았다”고 했다.


3점 슛 1000개 들어갈 때까지 훈련

2016년 9월 6일 남자 농구 대표팀 허재 전 감독과 허웅(왼쪽), 허훈(오른쪽)이 진천선수촌에서 어깨동무를 한 모습. © 조선DB
허훈은 한 방송에서 3점 슛 연속 10개 성공에 도전했는데 23개를 연속으로 넣어 화제가 되기도 했다. 허훈은 농구월드컵을 앞두고 대표팀에 다시 뽑혔는데, 최고 수준의 선수들과 경쟁하면서 많은 것을 배웠다.

“이번 대표팀에서 가장 많이 느꼈습니다. 기술적인 부분에서 마인드까지, 유럽 선수들은 운동하는 모습마저 엄청 열정적이더군요.”

허훈을 지도했던 조동현 전 KT 감독은 그의 장점으로 ‘자기 관리’를 꼽았다.

“트레이너가 선수들에게 경기 전 버스에서 스마트폰을 보면 경기에 지장을 줄 수 있으니까 하지 말라고 합니다. 다른 선수들은 모르겠지만, 허훈은 그 말이 나온 뒤 버스에서 일절 스마트폰을 안 하죠. 밤에 밀가루 먹지 말라고 하니까 그 뒤에는 과일을 먹으며 몸 관리를 하고요.”

올해 스물다섯 살인 허훈에게도 당연히 약점은 있다. 수비다. 작은 신장(180cm)으로 인한 수비 열세 및 2 대 2 수비 능력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다. 허훈의 말이다.

“저는 수비를 못한다고 생각해본 적이 없어요. 자부심도 있습니다. 물론 2 대 2 수비에서 스크린에 자주 걸리는 건 인정합니다. 그럴 때는 센터의 도움이 필요하다고 봐요. 수비는 기술보다는 의지가 더 중요한 것 같습니다. 대표팀에서 김상식 감독님도 제게 수비 잘한다고 칭찬하셨거든요. 수비는 근성에서 비롯되는데, 제가 근성 하나만큼은 최고라고 생각합니다.”
  • 2020년 01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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