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최고의 육각형 선수였던 유상철 감독, 그가 아프다

유상철 인천유나이티드 감독이 2019년 10월 19일 성남전에서 승리를 거둔 후 선수들을 안아주고 있다. © 조선DB
2019년 10월 19일 오후 4시. 인천유나이티드는 성남 탄천 종합운동장에서 열린 하나원큐 K리그1(한국 프로축구 1부 리그) 2019 34라운드, 파이널 라운드 그룹 B 첫 경기인 성남전에서 스테판 무고사(Stefan Mugosa)의 결승골에 힘입어 1-0으로 승리했다. 인천유나이티드는 이날 승리로 강등권에서 탈출했고, 선수들은 오열했다. 경기를 지켜보던 이천수 전력강화실장도 눈시울을 붉혔다. 평소와는 다른 모습이었다. 강등권 탈출이라는 값진 열매에 대한 ‘기쁨의 눈물’이라고 보기엔 분위기가 심상치 않았다. 유상철 감독의 낯빛이 어둡고 눈이 노래지는 등 전형적인 황달기를 보여 더욱 그랬다.

인천유나이티드의 주축 공격수 김호남은 눈물의 의미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나중에 알게 되실 겁니다. 죄송합니다. 제가 말씀드릴 수 있는 부분은 아닌 것 같습니다.”

유 감독은 경기 후 유달리 눈물을 많이 보인 선수들에 대해 “그동안 결과를 가져오지 못한 부분에 대한 눈물일 수도 있고, 이 현실 자체가 울분을 터뜨릴 수 있는 상황인 것 같기도 하다”면서 “한이 맺힌 게 있을 것이다. 현실적으로 인천이 위험한 위치에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것을 넘은 것에 대한 눈물일 것”이라고 말했다. 경기 직후 모 지역지 기자는 자신의 블로그에 유 감독 관련 글을 게재하며 확인되지 않은 병명을 언급하기도 했다.


현장에 있을 때 행복하다

유 감독의 지인은 19일 밤늦게 기자에게 전화를 걸어왔다.

“유 감독 몸이 조금 안 좋은 것 같아. 지금 병원에 데려다주고 오는 길인데, 인터넷에 난리가 났네(모 지역지 기자의 블로그 글 때문). 유 감독 가족들이 받을 충격 때문에 걱정이 크다. 유 감독이 정밀 검사를 받을 것인데, 구단은 내일 정도에 공식 입장을 발표할 것 같아.”

기자는 아무것도 묻지 않았다. 유 감독 지인의 목소리에서 대략적인 상황을 파악할 수 있었던 까닭이다. 그리고 다음 날 지인의 말대로 인천유나이티드 구단은 유 감독의 ‘건강 이상설’에 대해 공식적인 입장을 발표했다.

“최근 불거진 유상철 감독 사안에 대해 사실 관계를 말씀드리고자 이렇게 여러분께 인사를 올리게 되었습니다. 지난 19일 성남과의 원정 경기가 끝난 직후, 다양한 소셜 미디어 채널과 언론을 통해 유상철 감독의 건강 악화와 이에 따른 감독직 수행 여부에 대한 소문이 퍼지는 것을 지켜보았습니다. 유상철 감독의 건강 상태가 악화한 것은 사실입니다. 황달 증세로 성남전이 끝난 후 병원에 입원했으며, 현재 정밀 검사를 앞둔 상태입니다. 저는 구단의 대표이사로서 유상철 감독이 이번 시즌을 건강하게 마무리하기를 진심으로 바라고 있습니다. 구단을 사랑하는 팬 여러분도 저와 함께 감독님의 쾌유를 간절히 기도해주시길 간곡하게 부탁합니다. 부디 미디어 관계자 여러분께서는 그릇된 소문과 추측성 보도 등으로 유상철 감독님을 비롯한 주변 사람들을 힘들게 하는 것을 자제해주시길 부탁드립니다.”
- 전달수 인천유나이티드 대표이사

10월 19일 밤에 입원했다가 25일 퇴원한 유 감독은 27일 벤치에 앉았다. 유 감독은 “안 좋았던 수치도 많이 떨어졌고, 컨디션도 좋다”며 “구단에선 휴식을 취하라고 배려를 해줬는데, 내가 현장에 나가겠다며 버럭버럭 우겼다. 병원에 있을 때보다 현장에 있는 게 회복이 더 잘될 것 같아서다. 현장에 있을 때 행복하다”고 의지를 내보였다.

이날 유 감독의 인천유나이티드와 맞붙은 수원삼성블루윙즈의 이임생 감독은 충격, 고인이 된 조진호 전 감독(급성 심장마비), 희망 등을 언급하며 눈물을 쏟았다.

“(유 감독을) 그냥 안아주는 것밖에 할 수 없었습니다. 오늘 인천 선수들이 유상철 감독을 위해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득점에 성공했습니다. 유상철 감독에게도 희망이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유 감독은 “(이)임생이가 감수성이 풍부한 친구”라고 농을 던졌다. 두 사람은 동갑내기 친구로, 국가대표 생활을 하며 가까워졌다.


최고 명문 바르셀로나의 러브콜

1998 프랑스월드컵 때 국가대표로 뛴 유상철 감독. © 조선DB
유 감독은 공격과 수비에서 모두 약점이 없는 대표적인 육각형(축구 게임에서 비롯된 표현으로, 모든 능력을 고루 갖춘 축구선수를 지칭) 선수다. 골키퍼를 제외한 전 포지션을 소화한 ‘멀티 플레이어’였다. 미드필드와 최전방은 물론 수비까지 완벽하게 소화해낸 그는 한국 축구 역사상 최고의 선수 중 한 명이다. 2002년 한일월드컵 4강 신화의 주역이기도 하다. A매치 122경기에 출전해 18골을 넣었다. 그중 두 골은 1998년 프랑스월드컵과 2002년 한일월드컵에서 기록했다.

이런 유 감독에게 해외 명문 구단의 러브콜이 쇄도했다. 최고 수준의 유럽 클럽 이적설에 숱하게 휩싸인 것은 당연해 보였다. 명실상부한 유럽 최고의 클럽 바르셀로나도 유 감독에게 관심을 보냈다. 1998년 국내외 언론은 유 감독이 FC바르셀로나로부터 입단 테스트 제의를 받았다고 보도했다. 스페인 바르셀로나의 캄프 누(Camp Nou)를 홈구장으로 사용하는 FC바르셀로나는 100년이 넘는 역사를 자랑하는, 축구팬이라면 누구나 알 만한 세계적인 명문 축구단이다. 1899년 창단한 이래 스페인 정규 리그 우승 25회, 스페인 국왕컵(FA컵) 우승 30회,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우승 5회 등 무수히 많은 트로피를 들어올렸다.

유 감독의 이야기다.

“바르셀로나 측에서 테스트를 제의했다. 유럽 기자에게 전화가 오기도 했다. 한 에이전트가 중개했는데, 그때 선수들 사이에서는 에이전트에 대한 개념이 정확히 잡혀 있지 않았다. 소통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결과적으로는 내가 테스트를 보지 않겠다는 의사를 전달하면서 무산됐다. 지금 생각하면 아쉽다.”


한국 첫 프리미어리거 됐을 수도

2002년 6월 4일 부산경기장에서 열린 한국과 폴란드의 월드컵 첫 경기에서 유상철이 오른발 슛을 날리고 있다. © 조선DB
유상철 감독은 손흥민이 뛰는 잉글랜드프리미어리그(EPL)의 토트넘 훗스퍼와 협상 타결 직전까지 가기도 했다. 막판에 일이 꼬여 최종 결렬되지만 않았다면 한국 축구사 첫 프리미어리거로 박지성이 아닌 유상철의 이름이 새겨질 수도 있었다.

2006년 은퇴한 유 감독은 현재 스페인 프로축구팀 발렌시아에서 뛰는 이강인을 배출한 ‘날아라 슛돌이’에서 유소년을 가르쳤다. 2009년에는 춘천 기계공고 감독으로 부임해 청소년들을 이끌었다. 이후 2011년 K리그에 입성, ‘시민구단’ 대전 감독직에 올랐다. 팀을 잔류시키는 데 성공한 유 감독은 2014년 울산대 지휘봉을 잡았다. 2017년 12월 울산대를 떠나 전남 감독직에 오르며 K리그로 돌아왔다. 2018년 8월 물러난 유 감독은 2019년 5월 인천유나이티드 감독으로 임명됐다. 유상철 감독의 쾌유를 기원한다.
  • 2019년 12월호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톡보내기
  • 목록
  • 프린트
나도 한마디
이름      비밀번호  
스팸방지 [필수입력] 그림의 영문, 숫자를 입력하세요.
201912

201912

구독신청
낱권구매
전체기사

event2019.12

event
event 신청하기

더 볼만한 기사

10개더보기
상호 : ㈜조선뉴스프레스 / 등록번호 : 서울, 자00349 / 등록일자 : 2011년 7월 25일 / 제호 : 톱클래스 뉴스서비스 / 발행인 : ㈜조선뉴스프레스 이동한
편집인 : 이동한 / 발행소 : 서울시 마포구 상암산로 34, 13층(상암동, 디지털큐브빌딩) Tel : 02)724-6830 / 발행일자 : 2017년 3월 29일
청소년보호책임자 : 김민희 / 통신판매신고번호 : 2015-서울마포-0073호 / 사업자등록번호 : 104-81-59006
Copyright ⓒ topclass.chosun.com All Rights Reserved.

조선뉴스프레스 | 광고안내 | 기사제보 | 독자센터 | 개인정보 취급방침 | 인터넷신문윤리강령 | 청소년보호정책 | 독자권익위원회

내가 본 뉴스 맨 위로

내가 본 뉴스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