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손흥민과 ‘英’ 손흥민의 결정적 차이

대한민국 7번 캡틴 손흥민은 ‘두 얼굴의 사나이’로 불린다. 빨간 대한민국 대표팀 유니폼을 입으면 침묵하다가도, 소속팀의 하얀색 유니폼을 입으면 펄펄 날기 때문이다.
10월 2일 손흥민은 영국 런던의 토트넘 핫스퍼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9-2020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조별리그 B조 2차전 홈경기에서 바이에른 뮌헨(독일)을 상대로 전반 12분 선제골을 터뜨렸다. 올 시즌 UEFA 챔피언스리그에서 넣은 첫 골이자 프리미어리그 포함 시즌 3호 득점이었다.

이로써 손흥민은 ‘차붐’ 차범근 전 감독이 보유한 한국인 유럽 최다 골 기록(121골)에 2골 차로 근접했다. 차 전 감독은 1978년부터 1989년까지 12년간 독일에서 뛰면서 372경기에서 121골을 넣었다. 손흥민은 27세로 전성기를 구가하고 있어 기록 경신은 시간문제로 보인다. 토트넘에서 133경기를 뛴 손흥민은 EPL 아시아 선수 통산 최다 득점(44골) 기록, UEFA 챔피언스리그 본선(32강부터) 아시아 선수 최다 득점(12골) 기록도 가지고 있다.


두 얼굴의 사나이

소위 유럽 리그를 씹어 먹는 손흥민이지만 국가대표 유니폼을 입으면 그 파괴력이 반감되는 모습이다.
‘대표팀’ 손흥민과 ‘토트넘’ 손흥민의 가장 큰 차이는 ‘스프린트(전력질주)’ 여부에 있다. ⓒ 조선DB
소위 유럽 리그를 씹어 먹는 손흥민이지만 국가대표 유니폼을 입으면 그 파괴력이 반감되는 모습이다. 파울루 벤투(Paulo Bento) 감독 부임 이후 지난 1년간 A매치 13경기에 출전(10월 4일 기준)한 손흥민은 지난 3월 콜롬비아를 상대로 단 한 차례 득점을 올리는 데 그쳤다. 최근 치러진 월드컵 아시아 지역 2차 예선 투르크메니스탄전에서도 세 차례 슈팅을 시도했지만 골은커녕 유효 슈팅도 없었다.

손흥민은 국가대표 유니폼을 입고 뛴 A매치 83경기에서 24골을 넣었다. 경기당 0.3골 정도를 넣고 있는데, 이는 과거 대한민국 축구 국가대표 최고의 해결사 본능을 보여준 차범근(136경기 58골), 황선홍(103경기 50골), 김도훈(72경기 30골)은 물론이고 최용수(69경기 27골), 이동국(105경기 33골)에 미치지 못한다.

서호정 축구 칼럼니스트는 “그 시절 선배들이 주로 상대했던 팀들의 수준을 감안할 필요는 있지만, 손흥민은 차범근이라는 거목을 능가할 수 있는 페이스를 유럽에서 보여주는 선수”라며 “순수 기량만 놓고 보면 선배들 이상이지만, 대표팀에서의 활약은 아쉬운 게 사실”이라고 했다.


동료들의 실력 차이?

대한민국 국가대표 손흥민과 영국 토트넘 핫스퍼 손흥민의 차이는 어디서 비롯되는 것일까.

흔히 사람들은 ‘동료선수의 차이’를 꼽는다. 그러니까 토트넘 핫스퍼에는 손흥민에게 날카로운 패스를 넣어주는 크리스티안 에릭센(Christian Eriksen·덴마크 국가대표), 델레 알리(Dele Alli·잉글랜드 국가대표)나 전방에서 든든하게 버텨주는 해리 케인(Harry Edward Kane·잉글랜드 국가대표)이라는 세계적인 스트라이커가 있지만 국가대표에는 이런 선수가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는 단순 논리다. 전 국가대표 선수들을 비롯해 전문가들은 이렇게 분석하지 않았다. 2002년 월드컵 4강 주역인 이천수 인천유나이티드 전력강화실장의 이야기다.

“분석하다 보면 우리 국가대표팀에 에릭센, 해리 케인 같은 선수가 없다는 말이 나올 수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 국가대표가 현재 월드컵 아시아 지역 2차 예선에서 맞붙는 팀들을 보면 토트넘이 경기하는 영국 프로축구 팀보다 약합니다. 게다가 약팀은 무조건 수비적으로 축구를 하죠. 수비 라인을 최대한 내려 공간을 주지 않고 미드진과 수비진의 간격을 최소화해 손흥민 선수가 볼을 잡는 것조차 힘들도록 수비적으로 나옵니다. 저도 겪어봤지만 이렇게 수비만 하는 팀을 만나면 사우나에 있는 것처럼 답답합니다. 현대 축구에서 열 명을 제치고 골을 넣는 선수가 어디 있습니까. 긍정적인 시선으로 손흥민 선수를 봐줘야 합니다.”


리오넬 메시도 대표팀에서 고전

국가대표에서 손흥민은 투톱과 측면 공격수, 때론 플레이메이커까지 너무 많은 역할을 맡는다.
게다가 상대는 손흥민만 집중 견제한다. ⓒ 뉴시스
왕성한 활동량으로 중원을 휩쓸던 국가대표 미드필더 조원희는 이렇게 분석했다. 그는 한국인 역대 여섯 번째 영국 프리미어리거이기도 하다.

“세계 최고의 선수로 꼽히는 리오넬 메시(Lionel Messi)도 국가대표 경기만 가면 골을 못 넣는다고 비난을 받습니다. 그런데 아르헨티나 대표팀 면면을 보면 다 세계적인 선수들입니다. 프로팀 동료보다 대표팀 동료가 못해서 메시가 못하는 것일까요. 전 아니라고 봅니다. 아르헨티나와 맞붙는 상대는 다 수비적으로 하고, ‘메시만 막으면 된다’는 생각으로 집중 견제를 합니다. 강팀들도 극단적 수비 축구와 침대 축구(고의로 그라운드에 드러누워 시간을 지연시키는 플레이)에는 고전을 하기 마련입니다.”

이천수는 “손흥민은 집중 견제에 시달리고 있다. 아시안컵에서 볼 수 있듯이 상대 수비수들은 항상 손흥민에게 붙어 있다. 특히 볼을 잡으면 두세 명이 달라붙는다”며 “손흥민이 뭔가를 할 만한 공간이 나지 않는다”고 했다.


전술로 손흥민 장점 살려야

토트넘의 마우리시오 포체티노 감독은 탁월한 스프린트 능력을 앞세워 뒷공간을 침투하는 손흥민의 능력을 절대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 조선DB
그렇다면 해결책은 없는 것일까. 굳이 찾자면 전술이다. ‘대표팀 손흥민’과 ‘토트넘 손흥민’의 가장 큰 차이는 ‘스프린트(전력질주)’ 여부에 있다. 손흥민은 탁월한 스프린트 능력을 앞세워 뒷공간을 침투하는 것을 즐긴다. 폭발적인 스피드만으로도 충분히 위력적인데 슈팅까지 좋다. 오른발, 왼발 가리지 않고 때리는 슈팅은 정확도와 파워를 겸비했다. 상대 수비 입장에서는 선택지를 좁힐 수 없으니 곤혹스러울 수밖에 없다.

토트넘의 마우리시오 포체티노(Mauricio Pochettino) 감독은 이 같은 손흥민의 능력을 절대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전력질주를 하기 위해서는 두 가지 조건이 필수인데, 공간과 템포다. 포체티노 감독은 미끼 공격수를 내세워 손흥민에게 공간을 만든다. 손흥민은 빠른 속도로 그 공간으로 침투하고, 미드필더들은 그쪽으로 빠르게 패스를 한다.

“손흥민 활용법, 매 경기 고민한다”는 파울루 벤투 국가대표 감독은 현재 4-1-3-2 전형을 주축으로 삼고, 경기 중 4-3-3 포메이션으로 변형을 준다. 최근에는 스리백도 테스트하고 있다. 그 안에서 손흥민이 투톱과 측면 공격수, 때론 플레이메이커까지 너무 많은 역할을 맡는다. 그러다 보니 전방에서 득점을 할 수 있는 움직임에 집중하기보다 미드필드 3선까지 내려와 빌드업을 돕는 상황이 발생한다.

2022년 카타르월드컵 본선행, 나아가 본선에서 16강 이상의 성적을 원하는 한국 축구 입장에서는 가장 강력한 무기인 ‘손흥민 활용법’을 반드시 찾아야 한다.
  • 2019년 11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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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건의 글이 있습니다. 작성일순 | 찬성순 | 반대순
  유병용   ( 2019-11-02 ) 찬성 : 4 반대 : 0
누가 보아도 축구는 어느 한 개인이 특출하게 잘한다고 자신이 혼자 잘할수는 절대 없다 팀전체요원의 품격높은 수준이 받처 주었기 때문이다 자기 포지션에 최고의 기량이 있는 것이다 한국 국가대표팀은 자기 포지션을 감당할많한 선수 부재로 한국팀에서 빛을 못 발하는 것은 누구도 똑같은 생각이라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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