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인생을 바꿀 영화 〈19〉 〈대부 2〉

“친구를 가까이 둬라, 적은 더 가까이 둬라”

대한민국 젊은이들 사이에서 ‘헬(hell) 조선’이란 말이 유행한 적이 있다. 한국에서 생활하는 것이 지옥 같다는 표현일 게다. 그럴 만하다. 꿈 많은 학창 시절이 대학 입시 하나로 귀결되는 사회, 비싼 등록금 치르며 대학을 졸업해도 취업하기가 하늘에 별 따기인 사회, 돈이 없어 결혼을 못하는 사회, 아이 하나 낳아 대학 보내기까지 2억쯤 들기에 출산이 두려운 사회, 서울의 웬만한 아파트는 10억을 넘나드니 월급 모아선 내 집 마련이 불가능한 사회, 인구 대비 자영업자 비율이 OECD 회원국 평균의 세 배에 이르기에 점포 문 열고 1년을 버티기 힘든 사회….

그러나, 그러나 말이다. 내가 태어난 곳이 미국이 아니라고, 독일이 아니라고 한탄하기 전에 내가 태어난 곳이 내전으로 엉망이 된 사회라고 여겨 보면 어떨까. 신변의 안전을 염려하지 않아도 되는 민주화된 사회는 한풀 접어둔 꽤 괜찮은 사회다. 뒤집어 말하면, 아무리 경제적으로 풍요하다 해도 “겁을 먹은 자에게는 온 세상이 악마로 가득 차 있다”는 인도 속담처럼 ‘공포’가 만연한 사회는 결코 살 만한 사회가 못 된다. 그리스의 스토아학파 에픽테토스(Epictetos)의 말처럼 “불안한 마음으로 부유하게 사는 것보다 슬픔과 두려움에서 해방된 채 굶어죽는 것이 더 낫다.”

일반 시민들이 느끼는 일상의 공포 가운데 범죄 조직, 즉 조직폭력배가 있다. 마주 지나치다가 어깨 한번 잘못 부딪히면 맞아 죽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전설이 된 〈대부〉 3부작


범죄 조직을 본격적으로 다룬 최초의 영화이자 예술적 완성도까지 인정받은 작품이 바로 〈대부〉(Mario Puzo’s The Godfather) 시리즈다. SF 영화 장르에서 조지 루카스 사단의 〈스타워즈〉 시리즈와 미국의 대표적인 TV SF 드라마 시리즈 〈스타트렉〉이 ‘전설’로 자리 잡았듯 〈대부〉 3부작은 범죄 영화의 전설이다. 〈스카페이스〉(감독 브라이언 드 팔마, 1983),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아메리카〉(감독 세르지오 레오네, 1984), 〈언터처블〉(감독 브라이언 드 팔마, 1987) 같은 마피아 영화의 계보를 탄생시킨 영화인 까닭이다.

동명의 마리오 푸조 소설을 원작으로 프란시스 포드 코폴라(1939~)가 메가폰을 잡은 이 시리즈는 이탈리아 이민자 가족이자, 거대 범죄 조직의 핵심인 코를레오네 가문의 3대에 걸친 행보를 그리고 있다. 실제 이탈리아계 조직폭력배의 모습을 참고했다고 하지만, 영화에 그려진 마피아가 왠지 귀족적인 품위를 갖고 있는 모습이어서 개봉 당시에는 폭력을 미화한다는 비판도 있었다. 이 영화 이후로 등장한 많은 조직 폭력물이 조폭을 기품 있게 미화하는 것도 이 영화의 영향이라고 할 수 있겠다.

미국 영화계에 따르면 실은 영화 제작자들이 생명의 위협을 느껴서 그렇게 묘사한 것이라고 한다. 당시 마피아들은 정·재계는 물론 영화계까지 좌지우지하고 있었기에 자신들의 존재를 적나라하게 벌거벗기는 영화가 반가울 리 없었다.

이는 능히 예상 가능한 일이다. 한창 잘나가던 1970~80년대 홍콩 영화와 배우들에게도 그 유명한 범죄 조직 삼합회(三合會)의 영향력이 절대적이었고, 야쿠자 또한 일본 AV 영화 제작에 직접적으로 관여하고 있다. 그런 연유로 〈대부〉에는 ‘마피아’라는 표현 대신 ‘패밀리(family, 가족)’가 사용되고 있는데, 이는 마피아의 협박에 따른 궁여지책이었다. 그런데 막상 뚜껑을 열고 보니 마피아를 무슨 상류층 신사들처럼 묘사해놓아, 마피아들은 영화처럼 보이기 위해 단체로 영화를 보러 갔다고 한다.

〈대부〉 시리즈를 한마디로 요약하자면 ‘패밀리의, 패밀리에 의한, 패밀리를 위한 영화’라고 할 수 있다. 주인공들의 모든 행동의 동기는 대부분 가족, 혹은 ‘또 다른’ 가족(조직에 대한 은유적 표현으로서 패밀리)이다.


패밀리에 의한, 패밀리를 위한


실제 제작진 사이의 혈연관계도 비정상적일 정도로 높았다. 영화 음악을 담당한 사람은 감독의 아버지인 카마인 코폴라이며, 주인공 마이클(알 파치노)의 여동생인 코니 코를레오네 역을 맡은 탈리아 샤이어는 감독의 실제 여동생이었다. 감독은 자신의 딸 소피아 코폴라를 1편에서 코니의 아기로, 3편에서는 마이클의 딸 메리 코를레오네 역할로 등장시켰다. 20년에 걸쳐 제작된 시리즈임에도 방대한 등장인물 거의 대부분이 같은 배우가 담당하고 있다는 점도 이채롭다.

영화의 메인 스토리는 1945년부터 1997년까지 52년간이며, 프리퀄 시놉시스까지 포함하면 무려 96년에 걸친 거대한 서사시다. 이민자들의 성공 신화와 좌절, 가족에 대한 사랑 등 미국 보수층이 좋아할 만한 내용이 담겨 있어서 역사가 짧은 미국에서는 일종의 ‘미국 건국 신화’ 역할을 하는 작품이기도 하다. 각 편마다 러닝 타임이 2시간 50분을 넘고 특히 2편은 3시간 20분에 이르는 대작이다.

〈대부 1〉(1972)은 미국영화연구소(AFI)가 2007년 선정한 100대 영화에서 2위로, 영국 BBC가 2015년 선정한 ‘미국의 위대한 100대 영화’에서도 2위로 꼽혔다. 이 리스트에서 〈대부 2〉(Mario Puzo’s The Godfather Part II, 1974) 또한 10위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1편을 넘어선 최초의 속편’이라는 평을 듣는 걸작 〈대부 2〉는 제47회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무려 10개 부문 후보에 올라 작품상(프란시스 포드 코폴라), 감독상(프란시스 포드 코폴라), 각색상(프란시스 포드 코폴라), 남우조연상(로버트 드 니로), 미술상(딘 타불라리스), 음악상(니노 로타) 등 주요 6개 부문을 휩쓸었다.

비토 코를레오네(로버트 드 니로)의 어린 시절로 시작하는 2편은 그의 일대기와 네바다로 거점을 옮긴 마이클 코를레오네의 이야기가 교차해서 전개된다. 비토 코를레오네의 젊은 시절은 비토의 가족이 지역 마피아인 돈 치치에게 거역했다가 풍비박산이 난 1901년부터 비토가 미국에서 성공하고 돌아와 돈 치치의 배를 대각선으로 그어 복수를 하는 1923년까지를 다룬다. 마이클 코를레오네의 이야기는 마이클이 네바다로 이주한 후 쿠바 사업에 진출한 1958년부터 동업자이자 그를 배신한 하이먼 로스(리 스트라스버그)가 공항에서 살해당하는 1960년까지의 이야기다.


1편을 뛰어넘는 최초의 속편


다시 말해 〈대부 2〉는 아버지의 청년기와 아들의 청년기, 즉 절대 닿을 수 없는 두 세대의 뜨거운 시절을 나란히 병치함으로써 부자(父子)가 어떻게 다르고, 또한 얼마나 닮았는지를 치밀하고 유기적으로 보여준다. 3시간 20분이라는 긴 시간이 무색할 정도로 밀도 있게 전개되는 이 영화에는 미국 상원에서 ‘마피아 청문회’라는 이름으로 열린 대규모 청문회 신 등 잊기 힘든 장면이 많다. 그중 하나가 바로 결말에서 아버지 비토 코를레오네의 생일을 맞아 서프라이즈 파티를 준비하는 장면이다.

공교롭게도 이날은 일본이 진주만을 공격한 날이었다. 가족과 상의 없이 혼자서 군 입대를 결정한 뒤 자신의 뜻을 굽히지 않는 마이클, 여동생 코니(탈리아 샤이어)와 소개받는 카를로, 동생의 입대 소식에 주먹부터 나갈 뻔한 비토의 맏아들 산티노(제임스 칸), 군에 입대해서는 안 되는 이유를 열거하며 차분하게 설득하려는 코를레오네 패밀리 전담 변호사 톰 하겐(로버트 듀발), 입대를 축하해주려다 산티노에게 제지당하고 움츠러든 둘째 아들 프레도(존 카제일) 그리고 귀가한 부친을 맞으러 모두 떠난 키친룸에서 결국 혼자 남게 된 마이클…. 짧은 순간이지만 코를레오네 형제들의 성격과 혼자가 되어버린 마이클의 과거 모습을 통해 1950년대 미국 5대 범죄 조직의 하나를 이끌게 된 마이클 코를레오네의 됨됨이를 함축적으로 표현한 엔딩이다.

영화엔 인상적인 대사도 많다. 마이클 코를레오네가 아버지로부터 새겨들으라고 당부받은 말, “친구는 가까이 둬라, 허나 적은 더욱 가까이 둬라(Keep your friends close, but your enemies closer)”가 대표적이다.

3부작 전체를 통틀어 가장 유명한 대사 “난 그에게 거절할 수 없는 제안을 할 거야(I’m gonna make an offer he can’t refuse)”는 시리즈의 주인공인 비토 코를레오네와 마이클 코를레오네, 둘 다 구사하고 있다. 말이 ‘제안’이지 죽음의 공포를 동반한 ‘협박’이라는 걸 누구나 알고 있는 맥락에서 이 대사는 묘한 울림을 자아낸다. 패밀리(조직)를 지킨다는 명분하에 혈육을 제 손으로 죽이는 마이클 코를레오네의 단호하고 고독한 모습은 이 영화의 백미다.


약자의 양보는 공포심에서 온다


생애 최고의 연기를 펼쳐 보인 알 파치노가 벽이라도 뚫을 듯한 눈빛으로 “생에서 확실한 무엇이 있다면, 지난 역사가 가르쳐준 그 무엇이 있다면, 그것은 네가 어느 누구든 죽일 수 있다는 사실이다(If anything in this life is certain, if history has taught us anything, it is that you can kill anyone)”라고 말할 때 관객은 모골이 송연해진다.

우리는 〈대부 2〉를 통해 프랑스의 정치가이자 외교관인 탈레랑(Charles-Maurice de Talleyrand, 1754~1838)이 “나는 양 한 마리가 지휘하는 사자 백 마리의 군대보다 사자 한 마리가 지휘하는 양 백 마리의 군대를 더 두려워한다”고 고백했을 때의 그 ‘사자 한 마리’가 어떻게 탄생하는지를 여실히 목격할 수 있다.

아카데미 음악상을 받은 유려한 선율과 함께 묵직하게 전해오는 화면을 보면 영국 보수주의의 대표적 정치 이론가 에드먼드 버크(Edmund Burke, 1729~1797)의 말이 떠오른다. “약자의 양보는 공포심에서 나오는 양보”이며 “사악한 자들을 억제하는 것은 관용이 아니라 공포심”이라는 진실을 뼈아프게 인정하게 만드는 참으로 ‘잔인한’ 영화다.

Scene in English 명대사 한 장면

무엇보다 가족의 안정을 우선시하는 마이클에게 아내 케이(다이안 키튼)는 이혼을 요구한다. 조직의 재정과 법적 문제를 담당하고 있는 톰 하겐(로버트 듀발)으로부터 아내의 유산 소식을 듣고도 전혀 내색하지 않았던 마이클은 케이에게 “당신이 큰 아픔을 겪었던 것을 잘 알고 있다. 내가 앞으로 잘할 테니 마음을 돌려달라”고 말한다.


케이: 오, 마이클. 마이클, 당신은 장님이에요. 그건 유산이 아니었어. 그건 낙태였다고. 낙태, 마이클. 마치 우리 결혼이 실패인 것처럼. 불경하고 사악한 그 무엇. 난 당신의 아들을 원치 않았어, 마이클! 당신의 또 다른 아들을 이 세상에 내놓고 싶지 않았다고! 낙태였어, 마이클! 그 앤 아들이었어요, 마이클! 아들! 이 짓거리를 그만두기 위해 난 그 앨 죽여버렸다고!
Oh, Michael. Michael, you are blind. It wasn't a miscarriage. It was an abortion. An abortion, Michael. Just like our marriage is an abortion. Something that's unholy and evil. I didn't want your son, Michael! I wouldn't bring another one of you sons into this world! It was an abortion, Michael! It was a son Michael! A son! And I had it killed because this must all end!

(놀라움에 마이클의 눈이 커진다.)
(Michael's eyes begin to bulge.)

케이: 이제 다 끝난 일이란 거 알아. 그때에 난 알았지. 별 도리 없어, 마이클… 당신은 절대 날 용서 못할 거야. 2000년을 이어온 이 시실리 전통 때문에.
I know now that it's over. I knew it then. There would be no way, Michael... no way you could ever forgive me not with this Sicilian thing that's been going on for 2000 years.

(마이클이 자제력을 잃고 케이의 뺨을 후려갈긴다. 그녀가 소파에 쓰러진다.)
(Michael loses control. He slaps Kay across the face. She falls onto the couch.)

마이클 코를레오네: 나쁜 년! 내 애들은 못 데려가!
Bitch! You won't take my children!

케이: 데려갈 거야.
I will.

마이클 코를레오네: 내 애들은 못 데려간다고!
You WON'T TAKE MY CHILDREN!

케이: 걔들은 내 아이들이기도 해.
They're my children too.

이 장면에서 다이안 키튼은 알 파치노의 이글거리는 눈빛 연기에 맞서 한없이 여리지만 ‘아닌 건 아니다’라고 말하는 조폭 보스 아내의 복잡 미묘한 감정을 조금도 과함 없이 절제 있게 연기했다. 셋째 아이 유산 소식을 전해들은 마이클의 첫 반응은 “아들이었나?”였다. 조선 왕조와 마찬가지로 조직 권력의 영속성을 위해 필요한 건 ‘아들’이다. 그 이유로 케이는 낙태를 택한 것이다. 마피아의 수장으로서 마이클이 가장 우선시하는 건 패밀리다. 패밀리를 유지하기 위해 살인도 마다 않고 국경을 넘나들며 애를 써온 결과가 결국 ‘가족의 해체’라는 쓰디쓴 아이러니를 보여주는 신이다.
  • 2019년 04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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