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바로 크리스마스트리, 구상나무

한라산 윗세오름 구상나무 군락지. © 조선DB_이경호
우리나라 산에서 만날 수 있는 특별하고 멋진 나무가 있다. 한라산 영실탐방로에서 윗세오름으로 오르다 보면 촘촘히 놓인 나무 계단이 끝나는 지점이 나온다. 이곳에서 한 사람이 겨우 걸어갈 수 있을 만큼의 좁은 오솔길을 지나 검은색 바위를 디딜 때쯤, 은은하고 청량한 향기가 코끝에 감돈다. 여느 숲에서 맡게 되는 것보다 맑은 향기다. 이곳은 구상나무 숲이다.

구상나무는 소나무과 전나무속에 속하는 상록수로 바늘처럼 뾰족한 잎을 가진 침엽수이다. 꽃은 6월에 피고, 9~10월에 성숙하여 솔방울 모양의 열매가 하늘을 바라보며 달린다.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우리나라 높은 산에서만 스스로 자라는 나무이다. 우리나라에서도 지리산, 덕유산, 한라산, 속리산의 해발 1000m 이상 고지대에만 분포한다.

이 식물이 처음 발견되어 그 존재가 세상에 알려진 것은 어니스트 윌슨(Ernest Henry Wilson)이라는 식물 채집가에 의해서다. 그는 미국 아널드수목원 소속으로 1917년부터 1919년까지 관상 가치가 높고 추위에 강한 식물을 찾기 위해 우리나라 식물을 탐사하고, 채집했다. 그러던 중 1917년 7월 1일 한라산에서 구상나무 종자를 채집했고, 그 종자가 현재는 미국 보스턴 소재 아널드수목원에서 20m 높이의 큰키나무(교목)로 자라 있다.

© 임채은
2009년 즈음에 우리나라 식물 중 해외에서도 인기가 많은 식물을 조사한 적이 있다. 구상나무는 섬초롱꽃, 한라개승마, 한라비비추, 흑산도비비추와 함께 해외에서 가장 인기 있는 식물로 다섯 손가락 안에 꼽혔다. 구상나무는 향기뿐 아니라 전체적인 나무 형태도 피라미드 모양으로 매우 아름답다. 우리나라보다 일찍이 정원 가꾸기에 관심이 많았던 유럽에서는 구상나무를 제 모양 그대로 키워서 크리스마스트리로 꾸미기도 하고, 작은 품종으로 개발해서 정원을 장식하기도 한다. 최근에는 우리나라에서도 구상나무를 조경수로 종종 쓰는지 동네 아파트 단지에서 구상나무를 발견하고는 내심 반가웠던 기억이 있다.

크리스마스가 성큼 다가왔다. 비록 구상나무의 아름다움을 우리가 먼저 알아보지 못했지만, 전 세계 사람들이 좋아하는 크리스마스트리가 바로 우리나라의 나무다. 앞으로도 우리나라에서 구상나무의 멋진 자태를 오래도록 볼 수 있기를 바라본다.
  • 2018년 12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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