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를 위한 제언 〈44〉 미래를 여는 ‘활자문화의 르네상스’(2)

양서는 인류의 정신 유산

나와 대화를 거듭한 ‘아프리카의 인권 아버지’ 넬슨 만델라 전 남아프리카 대통령은 27년간의 가혹한 투옥 중에도 ‘인간의 권리’로서 독서를 관철했다. 옥중에서 영광스럽게도 내가 쓴 에세이의 영문판까지 읽었다.

만델라는 케이프타운 로번섬 감옥에서 읽은 그리스 고전극에서 두 가지 교훈을 얻었다고 했다. 하나는 “인격은 혹독한 상황에서 비로소 가늠할 수 있다”는 것과, 다른 하나는 “영웅이란 아무리 괴롭고 힘든 국면에 처해도 좌절하지 않는 인물”이라는 것이다.

명저를 통해 우리는 선철이 남긴 정신의 보배로운 유산을 계승할 수 있다. 그 유산에는 어떠한 시련에도 맞서는 용기가 넘친다. 그리고 온갖 고난을 극복할 수 있는 지혜와 힘을 솟구치게 한다.

활자문화는 인간 생명의 존엄을 상징하는 작용이다. 그렇기 때문에 양서를 엄연히 지키고 전하는 마음과, 양서를 새롭게 만들어내는 노력이 필요하다. “악서는 무용지물일 뿐만 아니라 해독을 끼치는 병균과 같다”고 철학자 쇼펜하우어가 갈파했다. 그중에서도 인권을 손상케 하는 허위나 악의에 찬 언론의 폭력은 활자문화에 대한 중대한 모독이다. 활자문화의 부패는 인간성의 부패이며, 활자문화의 쇠퇴는 문명의 쇠퇴이다.


계승되는 창조의 활기

예로부터 풍광명미한 자연이 펼쳐내는 풍토와 따뜻한 인정의 아름다움을 많은 문인이 구가했다. 아주 오래전 전쟁이 끝난 해 9월의 일이다. 극심한 식량난 속에서 폐병을 앓는 몸임에도 배낭을 짊어지고 물건을 사기 위해 지바현 마쿠하리를 찾아간 적이 있다. 세상 물정이나 인심이 모두 살벌한 때였는데 병든 나를 걱정하면서 귀중한 고구마를 많이 나눠주신 농촌 아주머니가 있었다. 그 친절이 얼마나 고마웠는지 모른다. 훗날 나는 《잊지 못할 만남》이라는 책에 이 아주머니에 관해 써서 감사함을 남겼다. 나는 무명의 존귀한 서민을 칭송하고 선양하는 것도 활자가 지닌 중요한 사명이자 책임이라고 생각한다.

돌이켜보면 다이쇼 시대에 인도주의 이념을 내걸고 문학계에 커다란 영향을 끼친 시가 나오야와 무샤노코지 사네아쓰 등으로 구성된 ‘시라카바파(白樺派)’ 사람들이 거점으로 삼은 곳도 지바현 아비코였다. 기타하라 하쿠슈는 한적한 땅을 찾아 이치카와시로 옮겨와 살고, 야마모토 유조도 현재의 이스미시에 머물며 대표작 《진실일로》를 집필했다. 산무시 출신인 이토 사치오의 《들국화 핀 무덤》은 마쓰도와 시바마타를 연결하는 ‘야기리의 나루터’가 무대이다. 기사라즈시가 고향인 여성 신문기자 마쓰모토 에이코는 아시오 광독(鑛毒)사건에서 정의의 펜을 들었다.

현대 중국을 대표하는 문학자로 일본과 우호를 위해 진력한 궈모뤄 선생이 거주했던 이치카와에는 기념관도 개설되어 있다. 지바현은 많은 언론인이 더없이 사랑하는 곳이다. ‘문화요람의 천지’였다. 이렇듯 훌륭한 활자문화의 창조 활기는 현재도 맥맥이 계승되고 있다.

그 한 예가 지바시에 사는 어머니들이 풀뿌리 운동으로 활발히 추진한 ‘읽어주기 운동’이다. 월 1회 열리는 수수한 모임인데 어린아이의 생명에 책을 읽는 기쁨이 확실히 깊어지고 있다고 한다. 인도의 식량위기를 구한 농학자이며 퍼그워시회의 전 의장인 스와미나탄 박사도 나와 함께 엮은 대담집 《녹색혁명과 마음의 혁명》에서 “부모는 ‘책을 읽는 즐거움’을 가장 먼저 전해주는 사람이다”라고 강조했다. 지역 단위에서 부모와 자식이 함께 활자문화를 활성화하는데, ‘육아’는 ‘육자(育自 : 자기 기르기)’이기도 하며, ‘교육’은 ‘공육(共育 : 함께 기르기)’이 된다.

독서는 마음을 활기차게 약동케 하는 힘이 있다. 뇌과학 연구에서는 하루 5분간 소리 내어 읽기를 지속하면, 어른의 뇌도 열 살이나 더 젊어진다고 밝혔다.

“인류를 더 좋은 인간으로 만드는 데에 활자문화는 신세계의 문을 열 수 있다.”

이는 ‘미국 인도(人道)의 어머니’ 로사 파크스 씨의 신념이었다.

책을 펼치는 것은 미래의 문을 여는 것이다. 청년의 생명에 양서의 신선한 활력을 불어넣고 싶다. 그리고 ‘활자문화의 르네상스’를 여는 금빛, 은빛 물결을 일으키고 싶다.

이케다 다이사쿠(池田大作) SGI 회장은 세계 각국의 지성인과 대화하면서 세계 평화와 문화·교육 운동을 해오고 있다.
유엔평화상, 세계계관시인상 등을 수상했고, 대한민국 화관문화훈장을 수훈했다.
《21세기를 여는 대화》(A. 토인비), 《인간혁명과 인간의 조건》(앙드레 말로), 《20세기 정신의 교훈》(M. 고르바초프), 《지구대담 빛나는 여성의 세기로》(H. 헨더슨) 등 세계 지성인들과의 대담집을 냈다.
  • 2018년 12월호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톡보내기
  • 목록
  • 프린트
나도 한마디는 로그인 후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201812

201812

구독신청
낱권구매
전체기사

event2018.12

event
event 신청하기

더 볼만한 기사

10개더보기
상호 :㈜조선뉴스프레스 / 등록번호 : 서울, 자00349 / 등록일자 : 2011년 7월 25일 / 제호 : 톱클래스 뉴스서비스 / 발행인 : ㈜조선뉴스프레스 이동한
편집인 : 이동한 / 발행소 : 서울시 마포구 상암산로 34, 13층(상암동, 디지털큐브빌딩) Tel : 02)724-6875 / 발행일자 : 2017년 3월 29일
청소년보호책임자 : 김민희 / 통신판매신고번호 : 2015-서울마포-0073호 / 사업자등록번호 : 104-81-59006
Copyright ⓒ topclass.chosun.com All Rights Reserved.

조선뉴스프레스 | 광고안내 | 기사제보 | 독자센터 | 개인정보 취급방침

내가 본 뉴스 맨 위로

내가 본 뉴스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