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를 위한 제언 〈43〉 미래를 여는 ‘활자문화의 르네상스’(1)

“활자문화는 사회의 빛이다.”

프랑스 문호 빅토르 위고는 이렇게 선언했다. 신념의 언론을 관철한 까닭에, 위고의 생애는 박해의 연속이었다. 수난을 겪으며 망명한 곳에서 걸작 《레 미제라블》을 완성한다. 1862년, 그 출판기념회에서 그는 유럽의 지성을 앞에 두고 “활자문화가 없다면 칠흑 같은 어둠이 계속된다”고 외쳤다. 위고는 멀리 21세기의 인류에게도 전해지라는 생각으로 작품을 남겼다고 한다. 그 감동적인 명작의 생명력은 지금도 시들지 않는다. 유감스럽게도 현대에 와서는 이렇게 스케일이 큰 동서고금의 명저를 접할 기회가 사회 전반에 걸쳐 줄어든 듯하다. 책뿐만이 아니다. 신문이나 잡지도 포함하여 이른바 ‘활자와 멀어지는 현상’이 심각하다.

‘책을 읽지 않는다’ ‘책이 팔리지 않는다’는 활자문화의 위기 속에서, 일본 교육계와 출판계는 진지하고 끈기 있게 노력하고 있다. 특히 청소년이 활자와 멀어지는 현상에 제동을 걸고, 희망찬 노력으로 정착해온 것은 학교 독서활동이다.

학교 독서활동의 연원은 지바현 고등학교가 20여 년 전 시작한 ‘아침 10분간 독서운동’에 있다. 이 독서운동은 현장에서 발신하는 교육 개혁으로서 커다란 공감을 형성하고, 그 취지에 찬동하는 학교가 눈 깜짝할 사이에 전국적으로 늘어났다. 지금은 독서활동을 실시하는 공립초등학교가 90%이고, 공립중학교도 80%에 달한다. 그 진전에 따라 각 학교가 도서관 정비를 추진하였고 소장하는 책을 늘렸다고 한다. ‘활자문화’의 저변을 확대하는 의미에서도 대단히 기쁜 일이다. 지바현에서 최초로 내디딘 귀중한 한 걸음이 감사하기 그지없다.

학교 독서에 관한 최신 조사에서도 초등학생이 한 달 동안 읽는 책이 평균 9.7권으로, 지금까지 기록상 최고였다. 단, 성장 연령과 함께 책에서 멀어지는 경향도 보여, 어떻게 습관을 들일 것인지가 과제로 대두되었다.


독서는 가장 가치 있는 기쁨

젊은 날에 ‘청춘의 일서(一書)’라고 할 만한 양서를 만난 인생은 행복하다. 내 경우에는, 그중의 한 권이 조시에서 태어난 문인 구니키다 돗포의 《아자무카자루노키》였다. 열여덟인가 열아홉 살 무렵에 이 책을 읽었다. 잔혹한 전쟁이 끝나고 차츰 자유롭게 책을 읽을 수 있는 시대가 되어 내 마음은 고양되어 있었다.

박봉을 쪼개 모은 용돈을 가지고 간다에 있는 헌책방 거리로 달려갔다. 바라던 책을 발견하면 설레는 마음을 억누르며 귀갓길을 재촉했다. 잠자는 시간도 아껴가며 한 쪽 한 쪽 깊이 음미하듯이 읽으며, 감명 깊은 말을 발견하면 그때마다 갱지로 된 잡기장에 베껴 썼던 기억이 정겹게 떠오른다. 좋아하는 책을 베껴 쓸 때는 긴 문장도 고생스럽지 않았다. 《아자무카자루노키》도 그중 하나다.

메이지시대에 고생하며 저널리스트를 지망한 구니키다 돗포. 그가 청춘 시절에 고투한 모습에 나도 ‘신문기자가 되고 싶다’는 꿈을 투영했다. 구니키다 돗포는 대단한 독서가였다. 이거다 싶은 책은 되풀이해서 속독하여 핵심을 파헤치려고 무척 노력했다고 한다. 감명한 명언 명구는 반드시 베껴 쓰고, 때로는 그 말을 벽에 붙여 놓고 인생의 지침으로 삼았다. 참으로 그에게 독서는 정신적인 투쟁이었을 뿐만 아니라 진검승부였다고 하겠다. 독서의 영역도 매우 넓었다. 칼라일의 《영웅숭배론》, 워즈워스나 바이런의 시집을 곁에 두고 읽었다고 한다.

위고나 괴테를 비롯하여 에머슨, 톨스토이, 셰익스피어, 졸라, 투르게네프의 작품과, 《헤이케이야기》 《겐페이 성쇠기(盛衰記)》 등의 일본 고전, 《논어》나 《장자》 등의 중국 고전의 이름도 보인다. 이러한 돗포의 ‘독서 목록’은 청년 시절의 나를 탐구의 길로 들어서게 한 이정표가 되었다.

그러한 선인들과 마음으로 나누는 대화는, 나의 영혼에 이루 헤아릴 수 없는 자양이 되었다. 지금 나는 그 은혜를 갚는 마음으로 기회 있을 때마다 청년들과 양서를 통해 대화를 나눈다.

일본 정부가 10대와 20대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신문이나 책 등의 활자 매체와 함께하는 시간은 TV 등 영상미디어를 보는 시간의 20%에 지나지 않는다. 미국 경제학자인 서로 박사를 만났을 때 그는 세계적으로 확산하고 있는 ‘활자를 멀리하는 현상’을 우려하며 이렇게 말했다.

“사람들은 영상미디어에 시각적·감정적으로 반응합니다. ‘동적인 것’에 흥미를 갖습니다. 이에 반해 활자를 읽으려면 ‘정적인 것’에 반응해야 합니다. 그러나 현대인은 이미 그것에 익숙하지 않습니다. ‘읽고 쓰기는 가능하지만 책을 읽지 못하는 사람들’이 지금의 사회를 형성하고 있습니다.”

확실히 독서와는 달라서 영상미디어는 ‘수동적’인 처지에서 볼 수 있다. 그렇지만 그 간편함이나 편리함에만 의존하다 보면, 어느 사이엔가 인간이 본래 지닌 ‘사고력’이나 ‘판단력’이 약해지지는 않을까.

독서는 즐겁다. 아침 독서운동에서 눈빛을 초롱초롱 밝히며 책을 펼치는 소년소녀의 얼굴이 이를 증명한다.

지바현 우라야스시를 무대로 한 대표작 《아오베카 이야기》를 쓴 야마모토 슈고로가 말했다.

“독서란 인간이 창조한 가장 가치 있는 쾌락 중 하나다.”

이케다 다이사쿠(池田大作) SGI 회장은 세계 각국의 지성인과 대화하면서 세계 평화와 문화·교육 운동을 해오고 있다.
유엔평화상, 세계계관시인상 등을 수상했고, 대한민국 화관문화훈장을 수훈했다.
《21세기를 여는 대화》(A. 토인비), 《인간혁명과 인간의 조건》(앙드레 말로), 《20세기 정신의 교훈》(M. 고르바초프), 《지구대담 빛나는 여성의 세기로》(H. 헨더슨) 등 세계 지성인들과의 대담집을 냈다.
  • 2018년 11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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