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현진

4년 680억 원 이상! 몸값 치솟는 ‘코리안 몬스터’

글 : 최우석 조선뉴스프레스 기자  / 사진 : 조선일보 DB

코스와 구종을 다양하게 활용하는 류현진 같은 유형은 메이저리그에서 찾아보기 어렵다.
이번 FA 시장에서 높은 가치를 인정받을 것으로 보이는 이유다.
류현진이 연속적인 부상을 털어낼 수 있었던 데에는 가장으로서의 책임감은 물론 ‘재기’에 성공했던 전력, 특유의 낙천적인 성격, 타고난 근육이 있었다.
류현진이 2018년 9월 29일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와 치른 원정 경기서 역투를 하는 모습.
미국 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는 세계에서 야구를 가장 잘하는 선수들이 모이는 곳이다. 샌디 쿠팩스(Sandy Koufax)는 메이저리그 레전드 중 한 명이다. 1955년부터 1966년까지 12년 동안 LA 다저스에서만 뛰면서 165승87패 평균자책점 2.76, 탈삼진 2396개를 기록했다. 부상으로 일찌감치 은퇴했지만, 그가 남긴 족적은 경외심을 불러일으킬 만하다. 12년간 최고 투수에게 주는 사이영상을 세 차례(1963, 1965, 1966년)나 받았고, 다저스를 네 차례나 월드시리즈 우승으로 이끌었다. 특히 월드시리즈 통산 평균자책점 0.95로 큰 경기에 유독 강했다. 다저스 팬들은 ‘짧고 굵은’ 활약으로 강렬한 인상을 남긴 그를 영원히 잊지 못하고 있다. 선수 생활은 짧았어도 명예의 전당 입성은 ‘초스피드’였다. 1972년 86.87%의 높은 득표율로 명예의 전당에 헌액됐다.


“그냥 ‘Ryu’라고 불러주세요”

다저스의 전설적 투수인 샌디 쿠팩스가 7이닝 무실점 투구를 하고 내려가는 류현진에게 기립박수를 보내고 있다. © MLB TV캡처
2018년 10월 5일(한국시간) 다저스 홈구장인 다저스타디움(Dodger Stadium)을 방문한 쿠팩스는 5만여 명의 관중과 함께 한 선수를 향해 기립박수를 보냈다. 메이저리그 전설이자, 다저스의 영웅 쿠팩스를 자리에서 일어나 손뼉 치게 한 이는 ‘코리안 몬스터’ 류현진이었다. 그만큼 이날 MLB 내셔널리그 디비전시리즈(NLDS) 홈 1차전을 승리로 장식한 류현진의 투구는 빼어났다.

류현진은 2013년 2월 18일 전설 쿠팩스를 잠깐 만난 적이 있다. 당시 미국 애리조나주 글렌데일에 있는 카멜백랜치에서 진행하는 다저스의 스프링캠프를 찾은 쿠팩스는 MLB 첫 시즌을 준비하는 류현진에게 관심을 보였다.

쿠팩스는 그에게 “뭐라고 부르는 게 좋겠나?”라고 물었고, 류현진은 다저스 내에서 자신을 부르는 호칭인 ‘Ryu(류)’를 말해줬다. 자신감 넘치는 류현진의 답변에 쿠팩스는 엷은 미소를 지었다. 쿠팩스는 어쩌면 이때부터 자신이 류현진에게 기립박수를 보낼 날이 올 것이란 걸 직감했을지도 모른다.

류현진이 2018년 10월 2일 팀 동료로부터 샴페인 세례를 받고 있다.
쿠팩스의 엉덩이를 들썩거리게 한 이날 경기는 공교롭게도 류현진의 메이저리그 통산 100번째 선발 등판(포스트시즌 포함)이었다. 그는 브레이브스를 맞아 7이닝 무실점(4피안타 8탈삼진)했다. 7회까지 단타 4개만 맞았고, 볼넷이나 몸 맞는 공은 내주지 않았다. 브레이브스는 이번 시즌까지 포함해 무려 18번이나 지구 우승을 거머쥔 강팀이다. 다저스가 홈런 세 방 등을 터뜨리며 6-0으로 승리하면서 류현진은 2013년 10월 15일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와 치른 내셔널리그 챔피언십시리즈 3차전 승리(7이닝 무실점) 이후 5년 만에 포스트시즌 통산 2승째를 따냈다. 그는 샌디 쿠팩스, 제리 로이스, 오렐 허샤이저에 이어 포스트 시즌에서 7이닝 이상 무실점 투구를 2회 기록한 역대 네 번째 다저스 투수로도 이름을 올렸다.

류현진은 2006년 혜성처럼 등장했다. 송진우, 구대성, 정민철 등 내로라하는 선배들이 있는 한화 이글스에 입단한 그는 스펀지처럼 선배 투수들의 장점을 빨아들였다. 데뷔 시즌인 2006년 다승(18승), 평균 자책점(2.23), 최다 탈삼진(204개) 타이틀을 휩쓸며 국내 프로야구 최초로 정규 시즌 MVP(최우수선수)와 신인선수상을 동시에 거머쥐었다. 이후 7년간 한국 프로야구(KBL)를 씹어 먹은 류현진은 “한 살이라도 젊을 때 메이저리그에 가서 덩치 큰 외국 선수들을 상대로 내 공을 시험해보고 싶다”며 메이저리그 진출을 선언했다.


한국 프로야구 선수 최초로 메이저리그 직행

2012년 말 다저스는 류현진의 원소속팀인 한화에 포스팅 비용(공개입찰 금액)으로 2570만 달러(약 280억 원)를 내고 그를 영입했다. 계약 조건은 6년간 3600만 달러(약 392억 원)였다. 한국 프로야구 선수가 메이저리그에 직행한 것은 류현진이 처음이다. 첫 2년간은 순항했다. 류현진은 2013년 데뷔시즌 30경기에 선발등판해 192이닝을 소화하며 14승을 올렸다. 2014년 시즌에도 26경기에 나와 152이닝을 던져 역시 14승을 기록했다. 더 높이 날아오를 찰나, 부상이 발목을 잡았다. 2015년 4월 왼쪽 어깨 통증으로 부상자 명단(DL)에 오른 류현진은 결국 5월 어깨 관절와순(위팔뼈와 어깨가 닿는 관절 가장자리 연골) 수술을 받고 시즌 아웃 판정을 받았다.

이후 재활 단계에서 여러 차례 통증을 느껴 ‘거북이 회복’을 했다. 2016년 7월 8일 겨우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전에 복귀했지만 4와 3분의 2이닝 8피안타 6실점으로 난타당한 뒤 통증으로 부상자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이번에는 팔꿈치가 말썽이었다. 9월 왼쪽 팔꿈치에 괴사한 조직을 제거하는 수술을 받고 시즌을 마감한 류현진은 절치부심했다. 벼랑 끝에 선 류현진이 귀국 후 모든 외부 일정 없이 재활에만 매달린 것이다. 이번에도 실패하면 사실상 야구 인생이 끝날 수도 있다는 절박한 심정 속에 자신을 한계까지 몰았다.

2017년 재활을 완벽하게 마치고 돌아온 류현진은 25경기 등판해 5승9패 평균자책점 3.77로 예전에는 미치지는 못했지만, 그래도 부상 후유증을 어느 정도 털어낸 모습이었다. 계약 마지막 해인 2018시즌을 기대하게 했다. 아니나 다를까 류현진은 2018시즌 초반 괴물모드를 선보였다. 3승 무패, 평균자책점 2.12, 9이닝당 탈삼진 10.9개를 기록하며 ‘대단한 페이스’로 시즌을 시작한 것이다. 그러나 또다시 부상이 발목을 잡았다. 2018년 5월 3일 애리조나와의 경기에서 2회 도중 허벅지 통증을 호소하고 강판했는데, 검진 결과 왼쪽 사타구니 근육 파열로 판명됐다. 류현진의 가치는 하락했고, 재기는 불투명해 보였다.


실력 회복 확률 7%를 잡은 비결

류현진은 동산고 2학년 때인 2004년 왼쪽 팔꿈치 인대 접합 수술을 받은 뒤 재활에 성공한 경험이 있다.
류현진은 자신을 향한 하락세 예측에 항의라도 하듯 8월 복귀 후 메이저리그 진출 기간 중 가장 안정적인 피칭으로 9경기를 소화하며 선발 입지를 탄탄히 다졌다. 9경기에서 류현진은 4승3패, 평균자책점 1.88(53탈삼진 5볼넷)을 기록했다. 특히 시즌 막판 3경기에서는 3승 무패 평균자책점 0.47(19이닝 1볼넷 1실점)의 놀라운 기록을 보여줬다.

류현진의 포스트시즌 호투에 찬사가 끊이지 않는 것은 이처럼 여러 번의 부상을 이겨낸 결과이기 때문이다. 사실 류현진의 재기는 수술 집도의조차 “기적”이라 할 만큼 가능성이 희박했다. 류현진의 선수 복귀 확률은 40% 수준이었고, 원래 구속과 실력을 회복할 확률은 7%밖에 되지 않는 수술을 받고도 재기에 성공한 비결은 무엇일까.

첫째, 류현진에게는 재기에 성공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었다. 그는 동산고 2학년 때인 2004년 왼쪽 팔꿈치 인대 접합 수술을 받고 재활에 성공한 경험이 있다. 특유의 낙천적인 성격과 타고난 근육도 한몫했다. 고등학교 때 팔꿈치 수술을 받은 류현진의 재활을 도운 한경진 선수촌병원 원장은 “성격이 워낙 낙천적이다. 대개 재활하는 선수들은 작은 통증에도 예민한데 류현진은 달랐다”며 “어깨를 감싼 근육도 워낙 좋았다. 어깨관절을 근육이 잘 커버해주는 케이스다. 이런 이유로 수술 후에도 성공적으로 복귀할 수 있었던 것 같다”고 했다.


‘FA 로이드’ 효과

가장의 책임감도 류현진을 한 단계 더 발전하게 했다. 류현진과 배지현 아나운서는 2018년 1월 5일 서울 장충동 신라호텔에서 결혼식을 올렸다.
둘째, 소위 ‘FA 로이드’ 효과다. FA로이드(FAroid)는 ‘FA(자유계약선수)를 앞둔 선수가 금지약물을 복용한 것처럼 유난히 힘을 발휘해 생애 최고의 성적을 올린다’는 뜻으로 설명할 수 있다. 금지약물이란 근육강화제인 스테로이드를 말하며, FA(자유계약선수)와 스테로이드를 합성한 조어다. 그만큼 FA 자격을 얻기 직전 시즌 믿기 어려울 정도로 맹활약하는 선수가 많다는 것이다. 한 시즌 잘하면 평생 살면서 만져보기 어려운 돈다발을 손에 쥐게 되는데, 그만한 동기부여는 없다고 봐야 한다. ‘FA를 앞두고는 없던 힘도 생긴다’는 야구계의 속설이 올 시즌 후 FA가 되는 류현진에게 작용한 셈이다.

셋째, 가장으로서의 책임감이 강했다. 류현진은 올해 초 MBC플러스의 배지현 아나운서와 결혼했다. 시즌 시작 전 류현진은 유부남이 된 데 대해 “아무래도 편할 것 같고, 책임감도 더 생길 것 같다”고 했다. 가장의 무거운 책임감은 류현진을 한 단계 성숙하게 했다. 아내 배지현은 류현진이 등판할 때마다 직접 경기장을 찾아 응원하는 등 내조에 힘쓰고 있다.

류현진의 ‘슈퍼 에이전트’ 스콧 보라스(Scott Boras)는 FA 협상의 시작점을 4년 6000만 달러로 잡겠다고 못 박았다. 왼쪽부터 스콧 보라스, 네드 콜레티, 류현진, 매직 존슨 공동 구단주.
마지막으로는 신무기 장착이 있었다. 류현진은 다양한 구종을 던지는 투수다. 그럼에도 비시즌 동안 커브(높게 날아들다 홈플레이트 앞에서 뚝 떨어지는 변화구)의 회전수를 늘리는 등 변화구 보완에 중점을 뒀다. 여기에 지난해부터 던지기 시작한 커터(빠른 구속에 살짝 휘는 변화구)도 좀 더 예리하게 가다듬었다. 결과는 대성공. 특히 커브는 메이저리그에서도 최고 수준을 자랑한다. 이미 최고 수준의 체인지업(직구처럼 날아들다 떨어지는 변화구)을 보유한 류현진에게 신무기 장착은 호랑이가 날개를 단 격이었다.

류현진이 지금과 같은 위력적인 모습을 보이면 시즌 후 FA 시장에서도 높은 가치를 인정받을 전망이다. 류현진의 에이전트는 ‘슈퍼 에이전트’ 스콧 보라스(Scott Boras)다. 고객을 위해 구단으로부터 엄청난 돈을 뽑아내 미국 야구계에서 ‘악마’로 불린다. 언론을 이용하는 능력 또한 최고 수준이다. 최대한 타당성 있는 말로 여론을 형성한다. 최근 보라스는 “아직 류현진의 전성기는 오지 않았다”면서 그의 몸값 기준을 최소 6000만 달러(약 680억 원)라고 못 박았다. FA 협상의 시작점을 4년 6000만 달러로 잡겠다는 의미다. 보라스의 영업능력을 떠나, 에이스급 투수를 영입하려는 구단 입장에서 류현진은 군침을 흘릴 만하다.


‘전설’ 톰 글래빈처럼 장수할 가능 커

부상위험이 크고, 수명이 짧은 ‘파이어볼러(fireballer·강속구 투수)’가 아니라 더욱 그렇다. 류현진은 160km의 강속구로 상대를 윽박지르는 투수가 아니다. 애틀랜타 브레이브스의 전설 톰 글래빈(Tom Glavine)처럼 절묘한 컨트롤과 볼 배합으로 상대를 요리하는 유형이다. 톰 글래빈은 140km 중반 정도를 찍는 평범한 스피드에도 불구, 송곳 같은 제구력으로 메이저리그를 호령한 선수다. 1989년 14승으로 주목을 받은 그는 1991년부터 1993년까지 3년 연속 20승을 거두며 최전성기를 구가했다. 1998년과 2000년에도 20승 고지를 밟았다. 톰 글래빈과 같은 투수의 장점은 선수 생명이 길다는 점이다. 1987년 데뷔한 톰 글래빈은 2010년 44세의 나이로 은퇴했다.

송재우 MBC스포츠플러스 해설위원은 “코스와 구종을 다양하게 활용하는 류현진 같은 유형은 메이저리그에서 찾아보기 어렵다”며 “물론 컨디션이 정말 안 좋고 제구가 안 되는 날 고전할 수 있겠지만, 상황에 대한 임기응변이 뛰어나 웬만해서는 쉽게 무너지지 않는 만큼 시장에서 높은 평가를 받을 것이다. 계약 기간이 짧더라도 연평균 1000만 달러는 넘어갈 것 같다. 1500만 달러 전후도 가능하다”고 했다.
  • 2018년 11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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