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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를 위한 제언 〈40〉 지역의 인생박사에게 배우라

깔깔대며 웃어대는 소리, 친구들의 이름을 부르며 뛰어다니는 발소리, 함박웃음을 터뜨리는 얼굴.

중미 평화의 선진국 코스타리카에서 우리의 평화 전시 ‘핵위협전’을 개최했을 때 노벨평화상 수상자 오스카르 아리아스 전 코스타리카 대통령 일행을 초대했을 때의 일이다. 국가 제창으로 엄숙하게 시작된 개막식 중이었다. 행사장과 벽 하나를 사이에 둔 ‘어린이박물관’에서 자유분방하게 떠드는 소리가 들려왔다. 전시 개막을 기다리고 있던 초등학생 250명의 목소리였다. 인사말을 하는 자리에서 나는 말했다.

“떠들썩하면서도 활기에 넘친 이 목소리, 이 모습이 바로 평화입니다. 바로 여기에 원폭을 억제하는 힘이 있습니다. 희망이 있습니다.”

내빈들은 찬동의 박수를 보내주었다. 행사장으로 쓰인 장소는 원래 형무소였다. “학교를 여는 자는 형무소의 문을 닫는다(교육의 힘으로 범죄를 없앤다)”고 했던 프랑스 문호 빅토르 위고의 신념에 찬 외침이 들려오는 듯했다.

근래 들어 안타깝게도 어린이가 희생되는 너무나도 가슴 아픈 사건이 잇따르고 있다. 절대로 있어서는 안 될 일이 일상적으로 일어나는 세상이 되었다. 재발을 막기 위해서는 통학길 등 지역을 모두 점검하는 것을 비롯해 방범시설을 증설하고 안전교육을 충실히 실행하는 등의 대책을 추진하는 것이 급선무이리라. 아울러 이러한 사건이 잇따르는 환경에서, 어린이가 어른을 불신하고 인간을 불신하는 마음이 깊어지고 있음을 결코 잊어서는 안 된다. ‘진정으로 안심’하지 못하면 ‘건전한 성장’은 없다. 안심하도록 해주는 것은 다름 아닌 우리 어른의 책임이다.


지역을 ‘안심’의 대지로

일본 시즈오카현에서는 이를 위해 의욕적으로 도전하고 있다. 그중 대표적인 일이 2000년에 출범한 ‘지역의 청소년 대화 나누기 운동’일 것이다. 지금은 많은 사람이 참여하는 커다란 현민(縣民)운동으로 자리 잡았다고 들었다.

“인간을 존중하도록 교육하기 위해서는 만인이 참여해야 한다”고 미국의 사상가 랠프 에머슨이 말했다. 이러한 사회의 교육력이 저하되고 있다. 그런 가운데 ‘지역의 청소년은 지역에서 키운다’는 마음으로 주위의 어린이에게 적극적으로 관여하려고 노력하는 분들의 모습에서 희망의 빛을 발견하는 사람은 나 혼자만이 아닐 것이다.

어떠한 때라도 자신을 받아주고 받쳐주는 마음의 대지를 가진 인생은 강하다. 일찍이 작가 이노우에 야스시 씨는 나와 주고받은 편지에서 소년 시절을 보냈던 이즈와 누마즈 지역에 얽힌 추억을 술회하면서 고향의 중요성을 언급했다. 어른이 되어서도 가슴에 늘 자리 잡고 있는 고향의 풍경에는 자신을 지켜봐 준 은인들의 존재가 여전히 빛나고 있기 마련이다.

나와 대담을 여러 차례 나눈 중국의 역사학자 장카이위안 교수도 고향인 창장(長江)이 지금의 자신을 만들어주었다며 정겨운 듯 말씀하셨다. 그는 가난한 소년 시절에 창장에서 함께 일한 나이 든 뱃사공에게서 ‘어떻게 하면 자기 일에 긍지를 가질 수 있는가’ 하는,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점을 배웠다고 한다.


어린이를 지키는 ‘키잡이’

장 교수도 나와 마찬가지로 전쟁으로 청춘이 짓밟힌 세대다. 대학에서 맘껏 공부할 수도 없었다. 그런 상황에서 장 교수에게 버팀목이 됐던 것은, 물살이 센 창장에서 매일같이 사람들을 배에 태워 책임지고 안전하게 데려다준 나이 든 키잡이의 삶의 모습이었다.

“아무런 명예도 지위도 없는 나이 든 키잡이였지만, 그는 제 인생에서 참으로 소중한 선생님입니다. 그 나이 든 키잡이는 제게 ‘인생의 박사학위’를 가진 선생님이었습니다.”

형식적인 지식의 전달로는 인간을 만들지 못한다. 머리를 들고 가슴을 펴고 사람들을 위해 진지하게 꿋꿋이 사는 모습을 보여야 비로소 젊은 혼을 깊이 계발할 수 있으리라.

생각해보니 지역도 ‘배 한 척’과 비슷한 점이 있다. 사회의 거친 파도에 심하게 흔들리면서도, 함께 탄 사람들이 무사히 각자의 목적지에 닿도록, 모두를 격려하며 끊임없이 마음을 쓰는 키잡이의 존재가 반드시 있어야 한다.

이노우에 야스시 씨가 쓴 한 구절이 떠오른다. 그는 자신이 젊었을 때와 현대의 젊은이들이 크게 다르다고 여기지 않았다. 부여된 생명을 가치 있는 일에 바쳐서 불태우고 싶다는 정열에 이끌리고 있는 것도 마찬가지이리라. 오직 다른 점은 “그것을 방치하지 않았을 뿐”이라고. 한마디라도 좋다. 자신을 걱정해주는 사람의 진심 어린 말에는 천근만근의 무게가 있다. 어린이의 웃는 얼굴이야말로 우리에겐 ‘최고의 훈장’이다. 그러한 지역사회를 만드는 노력이 지금 필요하지 않을까.

이케다 다이사쿠(池田大作) SGI 회장은 세계 각국의 지성인과 대화하면서 세계 평화와 문화·교육 운동을 해오고 있다.
유엔평화상, 세계계관시인상 등을 수상했고, 대한민국 화관문화훈장을 수훈했다. 《21세기를 여는 대화》(A. 토인비), 《인간혁명과 인간의 조건》(앙드레 말로), 《20세기 정신의 교훈》(M. 고르바초프), 《지구대담 빛나는 여성의 세기로》(H. 헨더슨) 등 세계 지성인들과의 대담집을 냈다.
  • 2018년 08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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