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잎 속에 숨어서 생활하는 나방류

글·그림 : 안능호 국립생물자원관 연구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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곤충은 치열한 생존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다양한 곳을 생활 장소로 이용해 왔다. 그중에서도 애벌레가 식물의 잎 등에 굴을 파고 그 속에서 생활하는 무리를 ‘잎속살이애벌레’라고 하는데 한자어로는 ‘잠엽성 유충(潛葉性 幼蟲)’, 영어로는 ‘리프 마이너(leaf-miner)’라고 한다. 종류에 따라서는 잎뿐만 아니라 줄기나 열매까지 자신의 거처를 확장하여 굴을 파거나, 굴을 파고 나서 벌레혹(gall)을 만드는 경우도 있다. 이러한 생활을 하는 곤충은 나비목과 딱정벌레목, 벌목, 파리목 등에서 관찰된다.

이들 곤충이 ‘잎속살이’를 선택한 이유는 무엇일까? 식물체에 굴을 파고 그 안에서 생활함으로써 천적을 비롯한 많은 위협으로부터 자신의 몸을 감출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먹이식물 잎 속에 파 놓은 굴은 먹이 공급이 수월하고 기온과 습도 등 외부 환경의 변화에도 견딜 수 있는 좋은 서식처가 된다. 이 때문에 상록활엽수의 잎을 먹이식물로 하는 굴나방류 중 일부는 애벌레가 잎에 굴을 파고 월동하는 종도 있다.

이러한 습성을 가진 나방류는 여러 과(family)에서 나타나며 각자의 진화 단계에서 독자적으로 습득한 공통적인 생활 방식으로 추측하고 있다.


그중에서도 굴나방류 애벌레의 형태는 굴 속 생활에 최적화되어, 몸이 납작하고 머리 부분이 몸보다 발달해 있으며 다리는 매우 짧다. 알에서 부화한 어린 애벌레는 식물의 잎, 때로는 줄기나 과일 등의 표면 근처에 들어가 굴을 파면서 성장하는데, 이때 생긴 굴의 모양은 마치 사람이 일부러 낙서를 한 것처럼 다양한 선이나 반점 모양의 흔적으로 나타난다. 굴나방류의 이러한 굴의 형태는 분류군과 종에 따라 독특한 모양을 하는 것이 특징이므로 전문가는 잎이나 줄기에 그려진 형태만을 보고도 종이나 속 등 분류군을 파악할 수 있다.

오랜 세월 자연적으로 습득한 곤충의 생존방식인 잎속살이는 주어진 환경에서 가장 안전하고 효율적인 방법을 찾아낸 곤충의 지혜가 아닐 수 없다.
  • 2018년 05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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