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를 위한 제언 〈37〉 어린이는 ‘미래의 태양’Ⅱ

- 목적을 자각하면 재능의 싹은 쑥쑥 자란다 -

어렸을 때를 되돌아보면 예의범절이나 가정교육을 요란스럽게 받은 기억이 없다.

어머니는 좋은 학교에 가라 하시거나, 출세해라, 위대해져라 같은 말은 한마디도 하시지 않았다. 가업인 김 제조업의 작업장에서 친구들과 시끌벅적대며 놀고 있어도 화를 내거나 싫어하는 기색을 보이신 적이 없다.

어머니는 김 양식을 비롯해 모든 가사를 도맡아, 한겨울에도 이른 아침부터 늦은 밤까지 작은 체구로 불평 한마디 하지 않고 부지런히 일했다. 전쟁 전이나 전쟁 중에도 류머티즘에 걸린 아버지를 뒷바라지하며, 아들 넷을 차례로 군대에 빼앗기고도 강하고 명랑하게 꿋꿋이 사셨다.

소개(疏開)를 위해 간신히 막 지은 집도 얼마 안 되어 공습으로 완전히 타버렸다. 겨우 밖으로 끌어낸 큰 궤짝을 열어보니, 그 안에는 여동생의 인형만 있었다. 모두가 낙담하는 상황에서 어머니는 명랑하게 “이 인형을 장식할 수 있을 만한 집에서 살 수 있게 될 거야!” 하고 말씀하셨다. 어머니의 이 한마디가 얼마나 큰 힘이 되었는지 모른다.

어머니는 “남에게 폐를 끼치지 마라”, “거짓말을 하지 마라”는 말을 되풀이하여 타이르셨다. 어머니의 이런 소박한 훈계가 내 마음속 깊이 새겨졌다.

그리고 때와 더불어 “남의 불행 위에 내 행복을 구축해서는 안 된다”는 철학과 “진실은 최대의 변명이다”라는 신념으로 영글어갔다.

마음속의 귀중한 보배가 되어 언제까지나 계속 빛나는 가치관을, 부모에게서 확실히 계승한 인생은, 그 어떤 재산을 상속한 부호보다도 행복하다고 생각한다.


자녀에게 사회에 공헌하는 정신을

내 인생의 스승은 자주 “세계에, 사회에 공헌케 할 것을 목표에 두고, 내 자식을 사랑하라”고 말씀하셨다. 이 말씀인즉 부모가 솔선하여 사람들을 위해, 사회를 위해, 자진하여 행동하라는 의미이리라. 왜냐하면 자녀는 부모의 뒷모습을 가만히 지켜보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 공민권운동의 지도자인 킹 박사는 부모에게서 ‘완고한 황소와 같은 용기’를 계승했다고 한다.

소년이었던 킹이 아버지와 함께 물건을 사러 나갔을 때의 일이다. 백인용 자리가 비어 있어서 앉았더니, 점원이 뒷좌석으로 옮기라고 강요했다. 아버지는 부당한 요구를 단호히 거부하며 아들에게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이런 인종차별은 이젠 지긋지긋하구나! 아들아, 이러한 세상을 바꾸어야 해.”

킹 박사가 아버지의 이러한 마음을 자기 마음으로 하여, 목숨을 바쳐 비폭력 투쟁을 관철하고, 인종차별이 없는 시대를 연 사실은 불멸의 역사가 되었다.

자식을 키우는 데에 정해진 형식은 없다. 가정마다 차이가 있고 특색이 있음은 당연하리라. 그러나 양서를 읽는 게 중요하다는 사실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을 것이다.

중국에 ‘서향(書香)의 집’이라는 아름다운 말이 있다. 이 말은 책의 향기로 가득한 환경을 가리킨다.

그중에서도 부모가 어린 자녀에게 책을 읽어주는 것은 그 무엇도 대신하기 어려운 정신의 훈도가 된다.

나와 대화를 나눈 영국의 대역사학자 아널드 토인비 박사도 어머니가 책을 읽어준 일이 그가 생전에 완수한 사명을 결정지었다.

박사가 대여섯 살이던 때 그의 어머니는 매일 밤 그가 잠들기 전 침대에서 영국의 역사를 처음부터 전부 재미있게 읽어주었다고 한다. 역사에 흥미를 느낀 어린 마음이 약동했다. ‘20세기 최대의 역사가’로 칭송받는 박사의 혼의 요람이 여기에 있다.

부모가 열심히 읽어주는 동화나 명작, 그리고 가슴 설레는 위인이나 역사 이야기는 어떠한 텔레비전 프로그램이나 인터넷 정보보다도 선명하고 강렬하게, 명화와 같은 영상을 틀림없이 자녀의 마음속 캔버스에 그려갈 것이다.


자녀의 생명을 빛내는 격려를

다행히도 지바현에는 가까이에 바다와 산과 숲 등 풍부한 자연이 빛나고 있다. 이러한 마음속 깊은 자연의 숨결을 부모와 자녀가 함께 호흡하면서, 자녀의 마음의 세계를 펼쳐갈 수 있다면 멋진 일이다.

지바현에 연고를 둔 위대한 선철(先哲)은, 제자 부부에게 자녀가 태어난 것을 축하하며 그 생명의 존귀함을 “전 우주와 동등한 가치를 지닌 무상(무상)의 보주(보주)”에 비유하셨다. 참으로 자녀의 생명은 우주적 규모의 존엄과 가능성을 간직한 최고의 보배이다.

어느 아이든 모두 그 보배 같은 생명을 마음껏 빛낼 수 있도록 우리는 아낌없이 격려를 보내야 하겠다.

빅토르 위고가 외쳤다.

“우리 눈앞에 있는 어린이를 교육하자. 그렇게 하면 새로운 세기는 강렬하게 빛날 것이다. 어린이 속에 타오르는 불꽃이 바로 미래의 태양이다.”

이케다 다이사쿠(池田大作) SGI 회장은 세계 각국의 지성인과 대화하면서 세계 평화와 문화·교육 운동을 해오고 있다. 유엔평화상, 세계계관시인상 등을 수상했고, 대한민국 화관문화훈장을 수훈했다. 《21세기를 여는 대화》(A. 토인비), 《인간혁명과 인간의 조건》(앙드레 말로), 《20세기 정신의 교훈》(M. 고르바초프), 《지구대담 빛나는 여성의 세기로》(H. 헨더슨) 등 세계 지성인들과의 대담집을 냈다.
  • 2018년 05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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