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가 이근미의 책세상

무라카미 하루키; 《직업으로서의 소설가》 / 스티븐 킹; 《유혹하는 글쓰기》

진솔한 삶에 감동받으며 소설 작법 익히기

노벨문학상 후보에 오르내리는 무라카미 하루키와 《쇼생크 탈출》, 《미저리》의 원작자 스티븐 킹의 공통점이라면 초강력 베스트셀러 작가라는 것이다. 두 작가 모두 전 세계에 수많은 팬을 보유하고 있으며 우리나라에서도 어마어마한 사랑을 받고 있다.

무라카미 하루키의 《직업으로서의 소설가》와 스티븐 킹의 《유혹하는 글쓰기》를 소개하는 이유는 ‘감동’과 ‘실리’라는 두 마리 토끼를 다 담고 있기 때문이다. 유명 작가의 속마음과 살아온 얘기를 들으면서 글 쓰는 법도 익힐 수 있다는 뜻이다. 2002년에 나온 《유혹하는 글쓰기》는 스테디셀러로 자리 잡으며 작가 지망생들의 필독서가 됐다. 2016년에 출간된 《직업으로서의 소설가》는 무라카미 하루키가 처음 쓴 자전적 이야기로 작가로서의 고민과 소설 작법을 마치 옆에서 얘기하듯 자연스럽게 기술했다.

두 권의 책은 성공비법을 알고 싶어 자기계발서를 찾아 읽는 이들에게도 유용하다. 두 작가가 헤쳐 나온 여정은 그 어떤 성공 지침서보다 많은 이야기를 하고 있다. 딱 꼬집어 성공을 거론하지 않지만 두 작가가 걸어온 길이 성공과 닿아 있어 자연스럽게 다시 달리고픈 마음을 갖게 한다.

《유혹하는 글쓰기》는 크게 네 부분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이력서’와 ‘인생의 후기를 대신하여’는 자신의 파란만장한 삶을, ‘연장통’과 ‘창작론’은 글쓰기 테크닉을 담았다. 스티븐 킹은 ‘작가의 자질은 타고 나는 것’이라고 전제하지만 “특별한 자질을 말하는 것은 결코 아니다. 수많은 사람이 적어도 조금씩은 문필가나 소설가의 재능을 갖고 있으며, 그 재능은 더욱 갈고닦아 얼마든지 발전시킬 수 있다고 나는 믿는다”라고 안심시킨다.


여섯 살 때부터 습작한 킹


스티븐 킹이 소설가가 된 것은 그의 홀어머니 덕택이다. 그는 초등학교 1학년 때 귓병이 나서 아홉 달 동안이나 침대에서 지냈고, 이듬해에 재입학을 했다. 그 1년 동안 대충 6톤쯤 되는 만화책을 읽어 머릿속이 온통 이야기 바다였던 스티븐 킹은 모방작을 한편 만들어 어머니에게 보여주었다. 어머니는 “만화 그만 보고 공부해!”라고 소리치는 대신 “기왕이면 네 얘기를 써보라”고 격려해주었다. 곧바로 네 편의 이야기를 만들었고 어머니는 잘 썼다며 한 편에 25센트씩 1달러를 책값으로 주어 어린 아들의 창작욕을 자극했다.

여섯 살 때부터 글을 쓰기 시작한 스티븐 킹은 그때부터 한순간도 쉬지 않고 달렸다. 열세 살 때 처음으로 자신의 소설을 잡지에 투고하기 시작하여 대학교 마지막 학기까지 줄기차게 응모했지만 세 편의 단편소설로 고작 265달러를 벌었을 뿐이다. 대학 때 만난 태비와 결혼한 후 교사 발령을 받지 못해 세탁소와 도넛 가게에서 일하며 두 아이를 힘겹게 키웠다. 스티븐 킹은 구더기가 끓는 세탁물을 세탁기에 집어넣는 일을 할 때도 세탁실에 작은 책상을 마련해놓고 글을 썼을 정도로 성실하고 집념이 강했다.


27세 때 쓴 《캐리》로 드디어 빛을 본 스티븐 킹은 유명 작가 반열에 오른 후에도 글쓰기를 중단한 적이 없다. 알코올 중독에 빠지고 마약에 손을 대기도 했지만 아내의 헌신적인 도움과 창작에 대한 집념으로 이겨냈다. 《유혹하는 글쓰기》를 쓰던 중 골반이 으스러지는 심각한 교통사고를 당했다. 오래 앉아 있기가 불가능할 정도였지만 하루에 100알쯤 되는 약을 삼키며 악착같이 글을 썼다.

‘연장통’과 ‘창작론’ 파트에서 그는 창작에 필요한 자세와 작가로서 갖춰야 할 기본적인 도구, 창작의 방법을 구체적으로 설명한다. 수많은 일화와 저명한 작가들의 작품을 예로 들며 흥미롭게 구성하여 작가 지망생이 아니어도 재미있게 읽을 수 있다.


서른 살에 작가 꿈꾼 하루키


스티븐 킹이 어릴 때부터 습작을 시작했다면 무라카미 하루키는 성인이 되어, 그것도 야구장에서 갑자기 작가가 되기로 결심했다. ‘방망이가 공에 맞는 상쾌한 소리’를 듣는 순간 ‘그래, 나도 소설을 쓸 수 있을지 모른다’라는 생각을 했다고 책에서 밝히고 있다. 바로 집필을 시작해 반년 만에 완성한 소설 《바람의 노래를 들어라》로 1979년 군조 신인문학상을 받았다. 이때 하루키의 나이는 서른 살이었고 재즈 카페를 운영하고 있었다. 하루키는 두 번째 작품 출간 이후 성업 중이던 가게를 닫은 뒤 전업작가로 나섰고, 1987년 《노르웨이의 숲》이 경이적인 판매 기록을 세우면서 신드롬을 일으켰다.

서른 살에 돌연 소설가가 됐지만 하루키는 고교 때부터 독서광이었다. ‘실로 다양한 종류의 책을 불타는 가마에 삽으로 푹푹 퍼 넣듯이 닥치는 대로 허겁지겁’ 읽었고 고등학교 중반쯤부터 영어 소설을 접했다. 아직 일본어로 번역되지 않은 작품을 읽고 싶어 헌책방에서 영어 페이퍼백을 한 무더기씩 샀을 정도였다. 영어 소설을 엄청나게 읽은 것이 50여 개국에서 책을 내는 세계적인 작가가 된 비결이다. 자신의 첫 소설 《바람의 노래를 들어라》를 영어로 번역하고, 그 영어 문장을 다시 일본어로 바꾸는 과정에서 자신만의 독특한 문장을 완성한 것이다.

하루키는 하루아침에 대가가 되기 위해 욕심을 내지 않았다. 평범한 집안에서 굴곡 없이 자라 ‘어마어마한 스토리’ 같은 게 없었던 그는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고, 하루 20장(200자 원고지 기준)씩 착실하게 쓰고, 날마다 조깅을 하고, 채소 샐러드 요리를 좋아하는’ 규칙적인 생활로 스스로를 관리하며 꾸준히 글을 썼다.

‘일단 공공장소에는 나가지 않고 미디어에 얼굴을 내미는 일도 거의 없습니다. 텔레비전이나 라디오에 나 스스로 출연한 적은 한 번도 없습니다. 사인회도 하지 않습니다’라고 밝힌 하루키는 그 이유를 ‘나는 직업적인 문필가이며 내가 가장 잘하는 일은 소설을 쓰는 것이고 나로서는 가능한 한 그쪽에 전력을 기울이고 싶기 때문입니다. 인생은 짧고 손에 쥔 시간도 에너지도 한정적입니다. 본업 이외의 일에는 되도록 시간을 빼앗기고 싶지 않습니다’라고 부연했다.


그는 작품을 쓸 때 모든 일을 중단하고 오로지 소설에만 집중한다. 초고를 쓴 후에 수정에 수정을 거듭하면서 충분한 시간을 들여 작품을 완성한다. 그래서 ‘나의 어떤 작품도 시간이 있었으면 좀 더 잘 썼을 텐데라는 것은 없습니다’라고 자신 있게 말한다. 재능과 독서, 노력과 자기 관리가 오늘의 하루키를 만든 것이다.

책을 읽다 보면 두 작가 모두 평론가들에게 불만을 토로하는 장면이 나온다. 그들이 평론가들을 껄끄럽게 여긴다기보다 평론가들이 두 사람에게 호의적이지 못하다는 편이 맞을 것이다. 하루키는 순수 작품을 대상으로 하는 아쿠타가와상을 받지 못했는데, 그랬기에 ‘몸이 가볍고 마음이 편하다’고 피력했다.

두 작가가 대가로 떠오른 비결은 ‘성실’이다. 두 작가는 천재가 아닌, 소설에 열정과 시간을 투자하는 사람이 끝까지 작품을 쓸 수 있다고 강조한다. 대단한 작가들의 진솔한 이야기 속을 거닐다 보면 교훈과 지혜가 저절로 다가올 것이다.
  • 2018년 04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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