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이끼의 고마운 발견

글 : 김원희 국립생물자원관 연구사  / 일러스트 : 셔터스톡 

우리는 승진, 개업 등 무엇인가 축하할 일이 생기면 화분을 선물하는 문화가 있다. 그중 가장 선호하는 식물 중 하나가 ‘난초’다. 난초를 키워본 사람들에게 익숙한 것이 있는데, 바로 주인공인 난초 옆에 함께 자라는 ‘물이끼’다. 한자어로 ‘수태(水苔)’라고도 불린다. 지금까지 물이끼를 그냥 난초를 위한 장식 정도로만 생각했다면, 이제는 우리가 몰랐던 이끼를 재발견할 시간이다.


육상식물의 출발과 물이끼

지구상에 육상식물이 처음 출연한 것은 약 5억~4억 5000만 년 전으로 추정된다. 이때 육지에 처음으로 발을 내디딘 식물이 ‘이끼’다. 한자어로 선태류(선태식물, 蘚苔類), 영어로는 Bryophyte라고 한다. 이끼는 전 세계에 2만여 종이 알려져 있으며, 크게 3가지 종류로 구분한다. 흔히 알고 있는 솔이끼와 우산이끼, 그리고 뿔이끼가 있다. 그렇다면 ‘물이끼’는 어디에 속할까? 물이끼는 솔이끼류에 속한다. 물이끼의 영문명은 ‘Peat Moss(피트모스)’다. 진화학적으로 조상종으로부터 우산이끼류가 가장 먼저 분지하고, 다음으로 솔이끼류가 갈라져 나온 것으로 알려져 있다. 물이끼류는 약 1억 9600만 년 전에 분화하였으며, 현존하는 물이끼류들은 700만 년에서 2000만 년 전에 분화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반도의 탄생이 약 1억 5000만 년 전이며, 동해가 생성된 것이 2500만 년 전인 것으로 보면 물이끼류가 얼마나 오래된 화석식물인지 알 수 있다.


우리가 잘 아는 이끼

물이끼는 사람들에게 가장 친숙한 이끼다. 물을 머금는 능력이 탁월한 물이끼는 원예용으로 많이 사용된다. 물이끼는 난초나 분재의 분갈이를 위해 원예용품점이나 온라인에서 쉽게 구할 수 있지만, 사실 물이끼는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종은 아니다. 전 세계적으로는 약 300~500종이 알려져 있으며, 한반도에 분포하는 물이끼류는 20종이 기록되어 있다(2016년 국가생물종목록). 물이끼류의 한반도 주요 분포지는 북한지역이며 남쪽에서는 고산습지와 같이 제한된 지역에 분포한다. 지금까지 알려진 우리나라의 물이끼류 생육지는 대암산 용늪과 한라산 윗세오름 고산습지, 태백산과 화천지역 정도다. 물이끼류는 북위 45도 이상의 지역에서는 저지대 습지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지만 북위 45도 이하 지역에서는 주로 고산습지에서 생육한다. 이런 분포 특성 때문에 우리나라에서는 자연에서 물이끼를 볼 기회가 드물다.


우리가 잘 몰랐던 이끼

이탄습지(Peatland)는 지구 표면적의 약 3%에 해당하며 180개국에 걸쳐 4억ha(400만㎢)에 이르는 지역이다. 습지, 늪 등에 수생식물, 선태류 및 그 밖의 것들이 오랜 기간에 걸쳐 퇴적된 습지이다. 다른 식생과 비교해 많은 탄소를 함유하여 기후변화의 원인인 이산화탄소의 저장고 역할을 한다. 이탄습지에는 전 세계 탄소량의 3분의 1에 해당하는 탄소량이 저장되어 있다고 알려져 있다. 이탄습지의 생태계가 파괴되면 탄소 균형에 변화가 일어나게 되고, 기후변화에 영향을 주게 된다. 이렇게 중요한 이탄습지의 핵심종(keystone species)이 물이끼류다. 물이끼는 이탄습지에서 이산화탄소 흡수량을 높이는 역할을 한다. 그 때문에 기후변화에 영향을 주는 온실가스의 감축을 위해서는 물이끼와 물이끼가 자생하는 이탄습지의 보전이 무척 중요하다. 단순히 식물을 마르지 않게 하는 역할을 넘어 인간이 배출하는 탄소까지 머금어주는 물이끼. 지금까지 우리가 잘 몰랐던 물이끼에 대한 고마운 발견이 아닐 수 없다.
  • 2018년 04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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