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이 오면 보고 싶은 친구, 두루미

추운 겨울 흰 눈이라도 내려 사방이 은빛으로 변하게 되면 꼭 보고 싶은 새가 있다. 다름 아닌 장수와 행운의 상징으로 알려진 두루미다. 환경부 국립생물자원관에서는 1월 중순이면 200여 곳에 달하는 전국의 철새 도래 습지를 100여 팀이 조사하는데 필자는 철원평야를 자원하여 조사해 왔다. 두루미를 보기 위해서다.

철원은 화천, 원통 등의 접경지역과 함께 겨울철의 추위가 매섭기로 유명한 곳이다. 드넓은 철원 벌판에서 종일 삭풍을 맞으며 망원경으로 관찰하다 보면 나도 모르게 눈물과 콧물이 줄줄 흐르지만 고고한 자태의 두루미는 이 모든 것을 눈 녹듯이 사라지게 하는 신비한 힘을 가졌다.

개인적으로 여러 종류의 겨울 철새 가운데 유독 두루미를 좋아하는 이유는 그들이 사는 장소가 제한되어 있어 쉽게 보기 어렵다거나 현재 지구상에 남아있는 수가 3000여 마리뿐인 멸종위기종이라는 점만은 아니다. 논에 떨어진 벼 낟알을 먹을 때 한 마리씩 번갈아 가며 먹이를 먹지 않고 주변을 경계하는 두루미의 이타심과 배려를 배울 수 있고, 번식지인 러시아나 중국의 광활한 습지에서는 사람이 1km 넘는 곳에 접근해도 바로 도망가는 데 비해 월동지인 우리나라에서는 주의를 기울인다면 100여m 정도는 곁을 주는 관용도 좋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배우자의 주검 옆을 떠나지 않고 탈진한 채 구조된 25년 전쯤의 철원의 두루미 사례는 배신과 반목의 뉴스가 난무하는 요즘을 사는 우리에게 던져주는 묵직한 이야기라서 가슴으로 좋아했나 보다.

두루미는 세계적으로 15종류가 있는데 남미를 제외한 모든 대륙에 두루미 종류가 살고 있다. 우리나라에는 7종류의 두루미류가 겨울을 나기 위해 찾는다. 이 중 두루미·재두루미·흑두루미는 규칙적으로 무리를 지어 오고, 검은목두루미·캐나다두루미·쇠재두루미·

시베리아흰두루미는 드물게 한두 마리 관찰되곤 한다.

두루미는 우리나라에서 기록된 520여 종의 조류 중에서 가장 키가 큰 새로 중국 헤이룽장성의 자룽(扎龙)습지, 산장평원과 러시아 힝간스키, 블라고브스첸스키 등지의 습지에서 번식하고 가을이 깊어지면 고향을 떠나 남하하여 우리나라와 중국 얀첸지역으로 삶의 터를 옮긴다.

알은 두 개를 낳는데 두 마리를 다 부화시킬지 한 마리만 부화시킬지는 그해 먹이가 풍부한지 덜 풍부한지에 따라 선택한다고 한다. 어린 두루미는 깃털 색이 갈색으로 주변 환경에 맞춘 보호색을 띠고, 성장하면서 흰색의 깃털로 변하지만 목 부위와 일부 몸에 갈색이 남아 있어 어미와 구별된다. 한 가족만 따로 생활하기도 하고 여러 가족이 무리를 이루거나 태어난 지 2년이 지난 처녀, 총각 두루미들이 무리를 이루기도 한다. 겨울철은 이듬해 짝을 이루기 위해 수컷들이 암컷 앞에서 날개를 활짝 펼치면서 뛰어오르는 과시행동을 하는데 이런 모습을 보고 학춤의 춤사위를 만들었다고 한다.

고개를 하늘로 잔뜩 젖히고 ‘뚜루루루’ 하며 상대방과 의사소통하는 두루미의 자태를 잔뜩 흥분된 마음으로 보다가 숨을 돌리고 ‘왜 저 멀리 시베리아, 만주 등지에서 힘들게 오가는 걸까? 여기도 이렇게 추운데…’라는 생각을 해보게 된다.

그들이 번식지로 이용하였던 시베리아나 만주지역의 겨울은 우리나라 겨울 추위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다. 지난해 1월의 기록으로 본다면 영하 30~40도 동토의 땅에서는 먹이를 구하기도 어려울뿐더러 체온을 유지하기도 쉽지 않을 것이다. 다른 각도에서 생각해 본다면 ‘아주 오래전에는 우리나라 또는 더 적도에 가까운 곳에서 번식하지는 않았을까?’, ‘그러다 위도가 높은 지역은 짧은 여름 동안 엄청나게 많은 생물이 번성하고 게다가 낮이 길고 밤이 짧아서 새끼를 먹이고 키우기에 더 유리하다고 판단하여 이동하지는 않았을까’ 하고 말이다.

(다음 호에 계속)
  • 2018년 01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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