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양과 밤 사이

고단한 하루가 끝나가는 무렵에는 사람도 분주하면서 순해진다. 
하루가 지나듯 한 달이 지나듯 일 년이 지나듯 귀가는 여전히 순순하다. 
길 위에 붉은빛이 머무는 한때, 저녁 해가 온 힘을 다해 끌어당기는 도시는 하나둘 네온이나 가로등으로 부스스 뒤척인다.


먼 그리움이 밀려오듯 창문들은 눈시울이 붉은 눈동자 같다. 

사소한 인연이 한 생(生)을 따라 여기까지 왔을까. 




석양과 밤 사이는 그렇게 모든 길이 섞이는 시간이다. 마음을 가다듬고 되돌아보면 지난 일들은 저녁놀처럼 스며 아득해진다. 석양이 끝나가는 자줏빛에 누군가 그리움을 풀어놓는다. 내일 아침이 그러할 것처럼 여전히 같은 빛깔이다.


이제 낮 동안 낯설던 간판들은 오색으로 일렁이며 밤을 맞는다. 새날이 온다는 것을 알면서도 오늘과 내일의 사이가 멀다. 


기억해야 할 것들만 남아서 뭇별이 밤하늘을 몰아쉰다.

윤성택

2001년 《문학사상》 신인상에 당선되어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시집으로 《리트머스》, 《감(感)에 관한 사담들》, 산문집으로 《그 사람 건너기》, 《마음을 건네다》가 있다.
  • 2018년 01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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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건의 글이 있습니다. 작성일순 | 찬성순 | 반대순
  고장난 냉장고   ( 2018-02-20 ) 찬성 : 6 반대 : 6
순순하다..라는 단어를 검색하다가 선생님의 글을 접했습니다.마지막 문장이 저의 숨을 몰아쉬게 합니다.
 글은 물론 사진도 참 좋네요.덕분에 잠깐이나마 고요한 시간을 가졌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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