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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금(禁) 웹툰 그리는 그녀는 ‘철벽녀’

김민조 작가 | 성(性) 소재 〈쉘 위 카마수트라〉 작가 민조킹

글·사진 : 서경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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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한 그림, 일명 ‘야그림’으로 인스타그램에서 6만 팔로어를 이끄는 인기 작가가 있다. 민감해 감추고 덮어두었던 남녀의 성생활을 낱낱이 드러내는 일러스트레이터 ‘민조킹’, 김민조 작가다. 그가 그린 웹툰 〈쉘 위 카마수트라〉는 성애(性愛)에 관한 경전이자 교과서 〈카마수트라〉를 현대적 감각으로 풀어낸 생활 만화다. 연애와 사랑, 섹스에 관한 솔직담백하고 ‘폭풍 공감’ 가는 이야기가 보는 이의 야한 본능을 일깨워준다. 그야말로 여성의 눈으로 바라본 ‘엉큼한 세계’다.

“여자의 누드가 야하기보다 예쁘다고 생각했어요. 가슴과 엉덩이, 허리선과 골반의 곡선이 특히 아름답죠. 낙서를 할 때도 여자 허리 곡선 그리기를 즐겼어요. 처음부터 야한 그림을 그려야겠다고 방향을 정했다기보다는 그리기 좋고 그릴 때 즐거웠던 장르가 누드였습니다.”

김민조 작가가 ‘야한 그림’, 일명 ‘야그림’으로 처음 주목받은 것은 4년 전 SNS를 통해서다. 심심할 때마다 그린 그림을 인스타그램에 올렸는데, 그중 야한 그림에 의외로 호응이 있었다. ‘민조킹’이라는 별칭을 쓴 것도 그때다. 민조킹은 영문 이름 ‘MIN ZO KIM’을 친구들이 귀엽게 부른 애칭이다.

김민조 작가의 SNS를 팔로하는 이들은 대부분 20~30대 여성이다. 김민조 작가는 여자들이 자신의 그림을 좋아하는 이유를 여자 몸을 예쁘게 그리기 때문이라고 했다.

“여자 누드는 엎드려 있거나 다리를 벌리고 있는 자세, 정면보다는 45도 측면에서의 곡선이 예뻐요. 허리가 잘록하고 엉덩이와 가슴이 풍만해 보이는 자세죠. 웅크린 고양이 자세도 곡선이 예쁜 자세 중 하나입니다.”

그가 처음 SNS에서 주목받은 작품은 가슴을 훤히 드러낸 여자가 남자의 바지 단추를 풀고 있는 그림이다. 남녀의 야릇한 분위기에 ‘좋아요’와 댓글이 수십 개 달렸다.

“의도적으로 야한 그림을 그린다기보다 평소 좋아하는 걸 그렸을 뿐이에요. 제가 아끼는 초기 작품은 슈퍼맨의 팬티를 훔친 여자 그림이에요. 망토로 주요 부위를 가린 슈퍼맨 앞에 빨간 팬티를 손에 쥐고 흔드는 여자의 모습이죠. 또 철봉에 매달린 여자의 다리와 엉덩이만 나온 그림도 좋아요.”

오히려 남자의 성기를 적나라하게 그리면 거부 반응이 있기도 했다. 물론 주변에서 더 야한 그림을 원하는 이들도 있지만, 그는 그림의 적정 수위를 맞춘다. “성생활은 남녀의 사랑 안에서 행해지는 행위일 뿐 굳이 야하게 그릴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김민조 작가가 처음으로 여성의 ‘누드’를 접한 것은 중학교 때라고 한다. 사춘기 때 누구나 갖는 ‘어른 세계’에 관한 호기심이었다.

“외교관인 아버지를 따라 4년 동안 일본에서 지냈어요. 일본은 편의점에만 가도 성인 잡지를 쉽게 볼 수 있죠. 물론 제가 살 수는 없었지만, 재활용장에 버려진 잡지를 몰래 보거나 길거리에서 파는 서양 여성의 포르노 사진을 슬쩍슬쩍 엿보기도 했습니다. 성적으로 개방된 곳이라 거부감 없이 받아들였던 것 같아요.”

한국으로 돌아와 경희대에서 호텔경영학을 전공한 그는 특허사무소에서 일본어 통역 일을 했다. 직장생활 3년 차 때 취미로 드로잉을 배운 게 작가로 들어선 계기가 됐다.


김민조 작가의 그림은 발칙하면서도 위트가 있다. 김말이 초밥 위에 올려진 성게 알은 옷을 벗은 남녀가 포개진 그림으로 둔갑한다. 디즈니 캐릭터 중 피노키오를 ‘거짓말을 하면 페니스가 커지는 피노키오’로 바꿔놓기도 한다. ‘민조킹’의 ‘야그림’ 팬덤이 형성된 계기다.

팬 중에는 과도한 관심을 보이는 이들도 종종 있다. 자신의 성기 사진을 보내며 그려달라고 하는 이들도 있었다고 한다. 한번은 인스타그램 계정이 정지된 적도 있었다. 누군가는 그의 그림을 음란물로 여겼을 것이다. 이런 일들에 대해 그는 ‘개인의 취향이 다를 뿐’이라며 가볍게 웃어넘긴다.

인스타그램에 올린 작품을 보고 출판 제의도 왔다. SNS에서 화제가 된 그림을 모은 《귀엽고 야하고 쓸데없는 그림책》(2014), 자전적 이야기를 글과 그림으로 엮은 《연애고자》(2015), 연애의 전 과정을 솔직하게 그려낸 그림 에세이 《모두의 연애》(2016)〉 등 총 3권의 책을 냈다.


작가로서 색을 보여주고 싶다는 생각을 했을 때 웹툰 제작 제안이 들어왔다. 올해 5월부터 웹툰 플랫폼 ‘저스툰’에서 연재를 시작한 〈쉘 위 카마수트라〉는 남녀가 사랑을 나눌 때 흔하게 일어나는 에피소드를 묶었다. ‘야하지만 야하지 않은’ 생활 밀착형 만화다. 즐거운 성생활을 위한 지침서다. 피식하고 웃을 수 있는 요소를 넣는 것도 그만의 레시피다. 성인 에로물이 아니라 작품으로서 전달하려는 메시지와 더불어 재미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웹툰 작업을 위해 김민조 작가는 평소에 주변 친구들과 성적인 이야기를 많이 하는 편이라고 한다.

“사람들은 제가 문란한 삶을 살았을 거라 오해하지만, 성격상 ‘철벽녀’ 같은 구석이 있어요. 남자 경험과 그런 성적인 생각이 비례한다고는 생각지 않아요. 남편과 6년 연애했는데, 잠깐잠깐 만난 사람보다 깊고 다양한 ‘몸의 사랑’을 나눴기 때문에 더 잘 알 수 있죠.”

여자가 성행위를 웹툰으로 그린다고 했을 때 주변에서의 시선이 따갑진 않았을까?

“평소 호기심이 많고 야한 이야기를 즐기다 보니 특이하게 안 봐요. 주변에서 남자로 태어났으면 호색한이었을 거라고도 하죠. 하하. 오히려 사람들이 많이 안 볼 때는 마음대로 그림을 그렸는데, 보는 눈이 많아지면서 가리게 됐어요.”


민조킹 작가의 아이디어 창구는 야한 동영상, 일명 ‘야동’이다. 호기심이 많아 야한 영상을 봤는데, 지금은 그림을 그릴 때 자세를 참고하기 위해 일부러라도 찾아본다고 한다. 그는 “우리가 보는 야동은 남녀 관계에서 잘못된 성인식을 심어주는 경우가 많다”며 “관계에서는 서로의 대화가 무엇보다 필요하다. 배려하고 맞춰가야 한다”고 말한다.

어른들의 로맨스에 성생활은 빠질 수 없는 중요한 부분이다. 그렇기에 김민조 작가의 작품은 눈길이 가는 그림이다.

“성생활은 남녀 관계를 끈끈하게 만들어주는 매개체 같아요. 관계란 일방적이기보다는 상대적인 거지요. 맞춰가기 위해 대화를 많이 하고 상대에게 귀 기울이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서로의 욕망에 솔직하게 표현하는 것, 그로 인해 자신의 취향을 알아가는 것이 행복한 성생활의 첫 단계 아닐까요?”

최근 김민조 작가는 잡지 삽화나 칼럼 작업으로 바쁜 일상을 보내고 있다. 잠시 쉬었던 웹툰의 시즌 2도 곧 시작한다. 12월에는 그동안 나온 웹툰을 모아 책으로 낸다. 또 ‘민조킹’의 그림법을 소개하는 드로잉 북도 준비 중이다. 전문 서적이라기보다 인물이나 사물, 연인들의 모습을 쉽게 따라 그릴 수 있도록 했다. 하나의 주제를 가지고 작업 세계를 보여줄 수 있는 전시도 구상 중이다. 확실한 색을 가진 작가로 가는 게 앞으로의 과제다. ‘좋아하는 것을 그리며 사람들과 공유하는 삶을 살고 싶다’고 말하는 그의 말대로 ‘야한 것’도 행복으로 통했다.
  • 2017년 12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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