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장마차

두 바퀴 위에 차려진 모두의 식탁

글·사진 : 서경리 기자

한겨울 따뜻한 주황빛이 고단한 삶을 불러들이는 곳. 지친 발걸음으로 걷다가 모퉁이에서 마주친 포장마차에는 아련한 연민이 깃들어 있다.
필름처럼 지나가는 시간에 포장마차는 묵묵히 사각 테두리에서 지친 어깨를 걸친다.
마포 염리동의 포장마차는 한 곳에서 30여 년이라는 시간을 견뎠다. 수없이 거쳐 간 사람 중에는 국회의원도 있고 사업가나 유명 운동선수도 있단다. 이렇듯 포장마차의 단골은 추억이라는 차표를 아직도 간직한 사람이다. 늙수그레한 중년이 술잔 한 순배 돌아 청년이 되어도 낯설지 않다. 포장마차에서의 시간은 희망이 꿈꿔온 수많은 건배가 있었기 때문이다.




갓 볶아내 윤기가 번들번들한 닭똥집과 오도독 소리가 감칠맛 나게 씹히는 오도독뼈, 한 그릇 푸근하게 담아낸 가락국수는 포장마차의 단골 메뉴다.


허기는 허기대로 술은 술대로 풀리는 풍미를 지녔다. 나무젓가락에 착 감기는 맛을 음미하다 보면 오늘의 시름은 그저 달곰한 인생의 양념일 뿐이다.


포장마차에 앉으면 어느덧 타인조차 식구로 둘러앉게 한다.


그러니 포장마차는 두 바퀴 위에 차려진 모두의 식탁이 아닐까. 두 명 혹은 서넛이 긴 의자에 둘러앉아 나누는 말이 뒤섞인다.


좁은 포장마차 안이 시끄럽다 싶으면 주인장이 적당한 때에 유행 지난 노래가 흐르는 라디오를 켠다. 적당한 소음이 살갑게 대화의 여백을 채워준다. 타향살이에 외로운 이도, 하루가 고단한 직장인도, 갓 사랑을 시작한 연인도 새벽을 향해 나아가는 포장마차의 승객이다.
  • 2017년 12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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