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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 여행 - 통영

글·사진 : 서경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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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에도 격이 있다. 먹거리만 떠들썩한 여행지가 있는가 하면 경이로운 사색의 공간으로 방문객을 맞이하는 곳도 있다. 통영은 자연 그대로 펼쳐놓은 150여 개의 섬, 다양한 문화관광 명소, 먹거리와 볼거리, 예술적 향기까지 두루 갖춘 ‘격’ 있는 여행지다.
미륵도를 한 바퀴 도는 22km의 산양일주도로는 다도해의 절경을 품은 드라이브 코스다. 통영은 육지와 연결된 미륵도와 150여 개의 섬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사실 미륵도는 통영반도와 하나로 이어진 땅이었다. 뱃길을 단축하기 위해 미륵도와 육지 사이를 파서 좁은 운하를 만들면서 섬이 됐다.
가을 한가운데 낭만과 운치가 그윽한 통영을 작가 박경리는 이렇게 묘사했다.

“통영은 다도해 부근에 있는 조촐한 어항이다. 부산과 여수 사이를 내왕하는 항로의 중간 지점으로서 그 고장의 젊은이들은 조선의 나폴리라 한다. 그러니만큼 바닷빛은 맑고 푸르다.”
《김약국의 딸들》(나남출판)


미륵산에 오르니 끝없이 펼쳐지는 다도해의 쪽빛 물결에 눈이 부시다. 우리나라 100대 명산에 이름을 올린 미륵산(461m) 8부 능선에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긴 케이블카가 있다. 길이 1975m로, 2008년 4월 개통했다. 케이블카를 타고 오르면 거제대교에서 시작해 통영항 일대와 한산도 및 여수 오동도를 잇는 한려수도가 파노라마로 펼쳐진다.
거제도라는 큰 섬에 가려 거센 파도도 에돌아가는 통영은 사시사철 온난하고 잔잔해 조선시대에는 삼도수군통제영이 주둔했던 최고 지방 도시였다.

통영의 리아스식 해안이 품은 바닷속에는 깨끗한 생태계가 선물해주는 각종 해산물로 넉넉하다. 수평선에 펼쳐진 섬들을 바라보고 있노라면 그 아름다운 풍경에 그만 넋을 잃는다. 시인 정지용이 미륵산 정상에 올라 쓴 시에 공감이 간다.

“통영과 한산도 일대의 풍경과 자연미를 나는 문필로 묘사할 능력이 없다.”
《정지용 전집 3》(민음사)


동피랑의 벽화골목.
통영에는 한려수도 케이블카와 동피랑, 서피랑, 강구안, 장사도, 미륵사, 미래사, 박경리기념관, 한산대첩 승전지, 소매물도, 비진도 등 마음이 머물 곳이 많다. 통영반도 남단과 미륵도 사이를 흐르는 통영운하 역시 빼어난 경관을 보여준다. 그 아래로는 동양 최초의 해저터널이 뚫려 있다. 1500m 트랙을 무동력 카트로 내려오는 놀이기구인 루지도 통영의 대표 즐길거리다. 올해 개장해 5개월 만에 100만 탑승이라는 기록을 세울 정도로 인기다.


강구안에 발길이 닿았다면 그 인근 중앙시장까지 내처 걸어볼 일이다. 저렴한 가격으로 싱싱한 해산물을 음미할 수 있는 이곳은 회를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성지’이기도 하다.

가을은 어딘가로 불려가기 좋은 계절이다. 바다와 맛과 문화가 있는 통영에서 추억을 만들어보는 건 어떨까.

동백이 아름다운 충렬사는 충무공 이순신 장군을 기리는 사당이다. 400여년 전 지어진 사당 옆에는 사당과 나이를 맞먹는 동백나무가 매년 꽃을 피운다.


미륵도와 통영을 잇는 통영대교와 충무교 두 다리 아래로 통영운하가 흐른다. 크고 작은 어선들이 분주하게 오가는 운하의 야경은 여느 항구도시 못지않다. 운하 밑으로는 1931년 착공해 1년 4개월 만에 완공된 우리나라 최초의 해저터널이 있다.


강구안 통영 중앙시장에서는 저렴한 가격에 싱싱한 해산물을 맛볼 수 있다. 이 일대에는 통영의 대표 먹거리인 꿀빵과 충무김밥, 시락국(시래깃국) 등을 파는 가게가 많다. 오랫동안 항구를 지켜왔기에 가게 대부분이 ‘원조’라는 이름을 내걸었다. 어느 집에 가도 맛이 좋으니 고민 없이 문을 두드려볼 것. 최근 TV 프로그램 〈알쓸신잡〉에 나와 화제가 된 해물 짬뽕집은 기본 30분은 줄을 서야 맛볼 수 있을 정도로 인기다.


홀로 떠난 여행이라면 게스트하우스에서 하룻밤 묵어보는 것은 어떨까. 낯선 여행지에서는 누구나 열린 마음으로 친구가 된다. 통영대교가 바라보이는 훌훌게스트하우스는 이름에서부터 여행의 신바람이 느껴진다. 주인장이 직접 꾸민 아기자기한 공간은 2인실부터 6인실까지 다양하며, 안전을 위해 남녀가 다른 층을 사용한다. 평일에도 예약이 가득 찰 만큼 인기라고. 특히 옥상에서 바라본 통영대교 야경이 으뜸이다.


  • 2017년 11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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