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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감각으로 풀어내는 우리 술 이야기

‘대동여주(酒)도’ 콘텐츠 제작자 이지민

전통주가 주류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미미하다. 홍보 부족과 나이 든 사람들을 위한 술이라는 인식, 고루하다는 이미지가 복합적으로 작용해 젊은 층의 관심을 받지 못한 탓이다. ‘PR5번가’라는 홍보·마케팅 회사를 운영하는 이지민 대표는 이런 편견 때문에 제대로 된 대접을 받지 못하는 전통주의 현실이 안타까워 ‘대동여주(酒)도’라는 전통주 전문 콘텐츠를 만들었다. 그가 젊은 감각으로 재미있게 풀어내는 우리 술 이야기는 블로그, 페이스북 등 소셜 미디어를 통해 확산되며 젊은이들 사이에서 전통주에 대한 관심을 크게 높이고 있다.
이지민 대표가 2014년 시작한 ‘대동여주(酒)도(blog.naver.com/prnprn)’는 일종의 전통주 안내서다. 하지만 술을 소개하는 방식은 더없이 현대적이다. 만화나 카드뉴스, 포스터, 영상 등 다양한 방식이 동원되고, ‘조선시대 임금들은 무슨 술을 마셨을까?’, ‘별주부전과 춘향전에 등장하는 그 술’ 같은 제목으로 독자들의 호기심을 자극한다.

이밖에도 신문·잡지 등 매체 기고를 통해 부지런히 전통주를 홍보한다. 영상제작자인 남편과 함께 전통주 홍보 영상도 만든다. 지난해 11월 100인의 명사를 섭외해 만든 ‘우리 술 릴레이샷 캠페인’은 온라인상에서 큰 화제가 되었다. 페이스북을 통해 진행된 이 캠페인에는 정·관계 인사를 비롯해 방송인, 언론인, 배우, 모델, 식음료업계 관계자, 일반 시민 등 다양한 사람들이 참여했다.

이런 활동 덕분에 그는 전통주 관계자들 사이에서 유명 인사가 되었다. 전통주 명인들에게 ‘고맙다’는 인사도 자주 듣는다. 하지만 그 역시 이 일을 하기 전에는 전통주에 대해 전혀 몰랐고, 관심도 없었다고 한다.

“우연한 기회에 아는 사람과 함께 전통주 양조장을 방문하고 깜짝 놀랐어요. 명인이 운영하는 곳이었는데도 너무 초라하고 열악하더라고요. 이전에 방문했던 외국 와이너리들을 생각하고 있어서 더 그랬던 것 같아요. 그런데 술맛이 너무 좋았고, 술에 얽힌 이야기나 술 만드는 과정도 흥미로웠어요. 술이 탄생하기까지 명인이 쏟는 열정과 정성도 감동적이었고요. 그런 것들을 엮으면 충분히 좋은 콘텐츠가 되겠다고 생각했죠. 누군가 이걸 알려야 한다는, 일종의 사명감이 들었어요.”

전통주 전문 블로그 ‘대동여주(酒)도’는 이렇게 탄생했다. 그는 ‘역사와 전통이 있고, 좋은 재료로 좋은 술을 만들지만 잘 알려지지 않아 어려움을 겪는 양조장’을 골라 내용을 만든다. 이미 유통 채널이 잘 갖춰진 큰 회사나 첨가제를 많이 넣고 만드는 술 등은 취급하지 않는다.

이야깃거리가 많이 필요한 만큼 가능한 한 많은 자료를 구하기 위해 노력한다. 하지만 대부분 제대로 된 사진 한 장 가지고 있지 않아 취재 단계에서 어려움을 많이 겪는다. 그래도 최근 몇 년 새 전통주에 대한 관심이 꾸준히 높아지고 있고, 전통주를 맛볼 수 있는 주점, 음식점이 점점 많아지고 있다는 사실에 그는 힘을 얻는다. 몇몇 특급호텔이 전통주 갈라쇼를 여는가 하면, 미슐랭 스타급 고급 레스토랑에서도 이제는 우리 술을 구비하는 등 고급화 바람도 불고 있다.

양조장들도 낡고 오래된 이미지를 벗기 위해 노력 중이다. 전통주가 새롭게 변신해 젊은 층을 사로잡은 성공 사례로 그는 2015년 출시된 ‘르 깔롱(Le Calon)’을 소개했다. 투명한 푸른색을 띠는 깔롱주는 강남의 한 클럽 대표가 ‘추성주’로 유명한 전남 담양의 양대수 명인에게 의뢰해 만든 술로 일명 ‘클럽주’로 불린다. 에펠탑 모양의 병 디자인도 감각적이고, 바닥의 스위치를 누르면 LED 불빛이 반짝여 클럽의 분위기를 띄운다. 국내에서의 인기를 발판으로 외국에도 진출했다.

이밖에 강원도 홍천 예술주조에서 선보인 떠먹는 술 ‘이화주’, 귤껍질을 넣어 상큼한 맛을 내는 제주 술 ‘니모메’, 논산 감 와인, 문경 오미자 와인, 아스파탐을 첨가하지 않고 만드는 해남의 해창막걸리 등도 그가 꼽는 현대적인 전통주들이다.


우리 술에 대한 각별한 애정과 사명감


그는 전통주와 관련된 대동여주도 외에 국내외 술을 평가하는 ‘니술냉(언니들의 술 냉장고) 가이드’라는 콘텐츠도 만든다. 실제로도 술을 즐기는 그는 지인들 사이에서 ‘주당언니’, ‘술꾼언니’로 불린다.

직장생활의 대부분도 술과 함께했다. 2004년 대학 졸업 후 홍보회사에 입사해 4년간 수입 주류 홍보업무를 맡은 것을 시작으로 LG상사 와인사업부에 근무하며 와인의 수입·유통 업무를 담당했다. 2012년에는 CJ로 이직해 1년 남짓 커피 관련 일을 하다 퇴직했다. 직장생활을 정리하고 잠시 쉬고 있을 때 전통주 양조장을 방문한 것이 계기가 돼 주류 콘텐츠 제작자가 되었다.

“대기업에서의 직장생활이 너무 힘들었어요. 몸과 마음이 완전히 지친 상태라 돈은 적게 벌어도 좋으니 행복한 일을 해야겠다고 마음먹었어요. 그러다 전통주를 만나게 된 거죠. 제가 좋아서 시작한 일인데 요즘은 자연스레 수익으로도 연결되고 있어요. 콘텐츠 자체로 돈을 버는 건 아니고, 이 일을 하다 보니 전통주와 관련된 정부 사업에 참여할 기회가 많아졌어요. 양조장들이 지자체에서 전통주 홍보 명목으로 마케팅비를 지원받으면 저희 쪽으로 의뢰하는 경우도 많고요. 저를 믿고 응원해주는 명인과 양조장이 많아진 만큼 더 열심히 해야죠. 무엇보다 일상에서 전통주를 마시는 사람들이 많아지기를 바랍니다.”

그는 전통주를 처음 접하는 사람이라면 탁주, 약주, 증류주 등 좋아하는 취향의 술부터 시작할 것을 권했다. 또한 단맛, 드라이한 맛으로 나누어 평소 즐겨 마시는 술과 비슷한 맛과 향을 찾아 마시면 거부감을 줄일 수 있다고 한다.

“더위가 기승을 부리는 여름철엔 과하주(過夏酒)가 좋아요. 이름 그대로 여름을 지나는 술이죠. 과하주처럼 쌀과 누룩, 물을 이용해 발효시킨 술은 온도가 높은 여름철 상온에서 쉽게 변질되지요. 이를 막기 위해 약주와 소주를 혼합해 2차 발효시켜 알코올 도수를 23도로 끌어올린 것이 바로 과하주입니다. 선조들의 지혜가 담겨 있는 이 술은 향과 맛이 좋아 여름철이면 종종 임금에게 진상되었다고 해요.”

전통주 이야기를 하는 내내 그는 무척 즐거워했다. 좋아하는 일을 하며 사는 사람들 특유의 활기가 넘쳤다. 사무실 냉장고에는 음료 대신 각종 전통주들을 가득 채워 넣고 방문객들에게 ‘낮술’을 권하는 유쾌한 ‘주당언니’ 이지민 대표. 그는 “우리 술의 소비가 늘도록 ‘술 당기는’ 콘텐츠를 만들겠다”며 “저마다 사연이 담긴 우리나라 전통주를 모두 소개하고 싶다”는 바람을 밝혔다.
  • 2017년 10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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