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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성탈출: 종의 전쟁〉 제작사 ‘웨타디지털’ 시각효과 감독이 뽑은 명장면 5

8월 국내 개봉한 영화 〈혹성탈출: 종의 전쟁〉이 영화 애호가들 사이에서 ‘역대 최고’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미 북미에서는 지난 7월 개봉과 동시에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하며 흥행 질주를 하고 있다.

사진제공 : 20세기폭스 코리아
웨타디지털의 앤더스 랭글랜즈(왼쪽) 시각효과 감독과 임창의 라이트닝 기술감독.
〈혹성탈출〉 3부작의 대미를 장식하는 이번 작품은 퇴화하는 인간과 진화하는 유인원 사이에 벌어지는 종의 전쟁을 다룬다. 관객들은 영화의 내용이나 배우들의 연기력은 물론, 유인원을 표현한 컴퓨터 그래픽(CG) 기술력에 감탄사를 던졌다. 영화에 쓰인 기술은 CG와 배우의 움직임을 디지털 신호로 변환해 만들어가는 ‘모션 캡처’다. 특히 이번 시즌에는 대규모 설원 촬영에 도전, 기술적 한계를 뛰어넘었다는 평가다. 〈혹성탈출〉의 모든 시각효과는 웨타디지털이 맡았다. 웨타는 〈혹성탈출〉 시리즈를 비롯해 〈아바타〉, 〈정글북〉, 〈반지의 제왕〉 시리즈 등을 탄생시키며 영화계 비주얼 혁명을 일으킨 디지털 그래픽 스튜디오다. 〈반지의 제왕〉과 〈호빗〉 시리즈의 ‘골룸’, 〈킹콩〉의 ‘킹콩’, 〈아바타〉의 ‘나비족’ 등 전 세계 영화인들의 사랑을 받은 영화 속 캐릭터들이 이들의 손끝에서 탄생했다.

_ 영화 홍보차 한국을 방문한 앤더스 랭글랜즈(Anders Langlands) 시각효과 감독과 임창의 라이트닝 기술감독을 만나 〈혹성탈출: 종의 전쟁〉에서 놓치면 안 될 다섯 장면을 물었다.


[1] 유인원들의 요새에서 펼쳐진 인간군과의 전투 장면


앤더스 랭글랜즈 영화가 시작되는 장면이기도 하고 제가 웨타에 와서 처음으로 작업한 장면이기도 합니다. 전투 장면은 특수 시각효과가 많이 들어갑니다. 폭파 장면도 있고, 연기도 많이 나기 때문이죠. 여기서 어려운 것은 CG 캐릭터와 라이브 액션으로 촬영된 장면에서 연기가 나는 장면을 혼합하는 작업이에요. 연기는 바람에 따라 농도나 컬러가 바뀌기 때문입니다. 잠재적으로 작업하기가 어려운 장면인데, 웨타가 가진 딥 컴포지팅(deep compositing) 기술로 이 장면을 완벽하게 살려내서 결과물을 보고 놀랐고 만족할 만한 장면이 나왔다고 생각했습니다.

_ 앤더스 랭글랜즈 감독은 이번 〈혹성탈출〉 시리즈가 웨타와의 첫 작업이다. 웨타에 입사하기 전에는 13년간 MPC에서 일하며 〈엑스맨〉, 〈타이탄의 분노〉 등을 작업했고, 지난해에는 〈마션〉으로 아카데미시상식 시각효과상 후보에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표면 재질을 재현하는 올셰이더스(Al Shaders) 기술을 개발한 이다.

‘모션캡처’ 기술로 완성된 ‘시저’(위)와 배우 앤디 서키스의 실제 연기 모습(아래).
임창의 딥 컴포지팅이란 평면의 이미지를 여러 겹 중첩해 깊이 있는 이미지를 만들어 내는 CG 기술입니다. 랭글랜즈 감독은 주로 영화 앞부분에 나오는 숲에서의 전투 신을 맡아서 작업했어요. 영화 전체에서 가장 멋있게 나온 장면이 아닐까 싶습니다. 그 이유 중 하나가, 랭글랜즈 감독이 셰이더(shader·물체의 표면 질감을 표현하는 CG기술)에 대한 노하우를 많이 가지고 있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독특한 장면이죠. 다른 장면처럼 오픈된 환경이 아니라 숲속 골짜기에 갇혀 있는 환경 안에서 사실적인 이미지를 만들어 냈으니 놀라웠습니다.

_ 인간군의 포위 공격을 피하고자 세운 유인원들의 요새는 실제 건축과 디지털 기술이 결합한 복잡한 하이브리드 세트 중 하나다. 캐나다 밴쿠버 근처의 한 채석장에 지어진 요새는 최대한의 방어를 콘셉트로 디자인했다. 나무가 우거진 언덕 위에 지지대를 세운 뒤 CG 기술을 더해 섬세함을 강화하면서 더욱 사실적인 형태를 갖췄다.


[2] 인간군의 기습 이후 시저 일행이 요새인 동굴로 되돌아오는 장면


앤더스 랭글랜즈 카메라가 이동하며 폭포와 동굴 안을 비추는데 이 모든 장면이 CG로 만들어진 장면이에요. 이 장면이 영화 중 가장 멋지고, 개인적으로 잘 만들었다고 자부하는 신입니다. 폭포를 CG로 재현하며 피지컬 라이팅 시스템(Physical Lighting System)을 이용했는데, 실제 세트장과 유사하게 빛을 만들어낸 것이기도 해요. 피지컬 라이팅 시스템은 아주 미묘한 빛만으로도 상황을 자연스럽게 만들어줍니다.

임창의 이번 시즌의 가장 큰 변화는 데이터를 이미지화하는 랜더링 기술에서 웨타디지털에서 새롭게 개발한 마누카(MANUKA) 기술 및 영화 시각효과에 처음으로 도입된 피지컬 라이팅 시스템이 도입된 점이에요. 시각효과에 처음 도입된 이 시스템은 빛과 카메라의 물리적 현상을 컴퓨터를 통해 실제와 같은 이미지로 정확하게 표현할 수 있는 기술입니다.


[3] 시저 일행이 신비로운 소녀, 노바를 만나는 장면


임창의 시저 일행이 인간들을 추적해서 가다가 신비로운 소녀 ‘노바’(아미야 밀러)를 만나게 됩니다. 제가 첫 번째로 꼽는 명장면이죠. 시저 일행이 버려진 오두막에서 살아 있는 누군가를 발견하는 장면인데, 제가 참여했던 어떠한 장면보다 리얼리티가 있으면서도 인상적이게 표현됐습니다. 제가 웨타에서 맡은 일은 디지털 라이트닝 기술감독으로, CG상에서 가상 조명을 사용해 배경과 배우 등을 사실적으로 보이게 하는 역할을 합니다. 이 장면에서 가장 힘들었던 점이라면 예민한 빛을 다루는 기술이었습니다. 사람의 눈은 밝은 곳에서보다는 어두운 데서 빛에 훨씬 예민하게 반응합니다. 밝은 이미지를 구현하는 것과 어두운 이미지를 구현하는 것은 접근 방식부터 다르죠. 어두운 이미지는 빛에 아주 예민해요. 아주! 아주! 아주! 약한 빛이 들어가도 그림 자체가 달라지게 되죠. 조명으로 빛을 줄 때 모든 것이 보여야 하는데, 말 그대로 선을 넘지 말아야 하는, 그러니까 빛의 강약 조절에 있어서 인내를 필요로 하는 장면입니다. (완성된 장면을 보면) 평범해 보인다고 하는데, 맞는 말이에요. 어느 것도 거슬리지 않고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지는 장면이어야 하죠. 그 때문에 작업하는 입장에서는 가장 어려운 장면입니다.

앤더스 랭글랜즈 저 또한 이 장면을 최고로 꼽습니다. 물론 영화 전체가 아름답지만, 특히 이 장면은 단연 최고입니다. 마리우스가 노바하고 소통하는 장면에서 프레임 안에 오랑우탄의 얼굴이 꽉 차 있는데 CG작업이지만 정말 실제 같아요. 그 장면은 여전히 제 심장을 뛰게 만듭니다. 완벽합니다!


[4] 군사시설인 타워 록 감옥에서 펼쳐진 시저와 인간군의 격투 장면

〈혹성탈출: 종의 전쟁〉의 장면들.
임창의 시저 일행이 감옥을 찾아내고 ‘시저’(앤디 서키스)와 고릴라 ‘루카’(마이클 애덤스웨이트)가 병사와 격투를 벌이는 장면이 있어요. 실제로도 폭설이 내리는 환경에서 배우들이 격투하는 장면을 완벽하게 촬영했죠. 후반 작업을 하는 관점에서 말하자면, 그런 장면은 눈을 CG로 작업하기 때문에 보통 그렇게까지 완벽하게 촬영하지 않아요. 맑은 날 찍거나, 스튜디오에서 찍은 후 CG로 처리하는 게 일반적이죠. 한데 이번 촬영 장소였던 캐나다에 실제로 폭설이 내렸고, 배우들이 그 안에서 눈을 묻혀가며 뒹구는 장면을 촬영할 수 있었습니다. 주위 환경에 대한 이미지 데이터가 그대로 저희에게 넘어왔어요. 덕분에 눈이 내렸을 때 빛이 어떻게 산란하는지, 빛의 조건이 어떻게 변화하는지 분석하고 배울 수 있었습니다. 작업하는 데 큰 경험이 됐죠. 물론 후반 작업은 쉽지 않았어요. 배우들의 퍼포먼스를 디지털 캐릭터의 동작으로, 옷에 묻은 눈을 캐릭터의 털에 옮겨 표현해야 했으니까요.

_ 웨타디지털은 털 CG의 대가로도 유명하다. 젖은 털과 마른 털, 눈이 묻은 털까지 너무나도 생생하다. 심지어 누군가는 영화에 실제로 오랑우탄이 몇 마리나 등장하냐고 물을 정도다. 그 질문에 임창의 감독은 “단 한 마리도 출연하지 않았다”며 껄껄 웃었다. 이어 “CG 작업자로서는 관객으로부터 들을 수 있는 최고의 찬사가 아닐까 싶다”며 “기술은 기술일 뿐, 그걸 사용하는 건 사람이다. 기술은 사람에게서 나온다. 수많은 작업자들을 통해 나온다”고 CG의 중요성을 설명했다.

임창의 유인원은 털이 많아요. 수백에서 수천만 개의 털을 그려야 합니다. 털의 움직임 하나하나를 계산해서 컴퓨터로 작업하는 것이죠. 털의 날림을 생생하게 재현하기 위해 자연스러운 털을 만들고 사람의 손으로 하나씩 조절해야 하는데, 그 장면에서는 털에 심지어 눈이 붙어 있잖아요. 털에 눈을 붙이는 작업과 묻은 눈이 실제처럼 보이기 위한 작업까지 많은 기술력이 들어갑니다.


[5] 시리즈의 대미를 장식한 ‘종의 전쟁’ 엔딩 장면

‘시저’ 역을 연기한 배우 앤디 서키스.
임창의 사실은 굉장히 아쉬운 장면 중 하나입니다. 엔딩이 주는 아름다움이 있어야 하지만 화려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어요. 마지막 장면에서는 많은 아티스트의 손이 들어가다 보니까 사실주의에 대한 균형이 흐트러졌어요. 영화가 처음부터 끝까지 실사의 느낌으로 가다가 마지막 장면에서 그림같이 끝났으니까. 사실 맷 리브스 감독은 만족스러워했어요. 다만 저로선 그게 가장 아쉬웠습니다.

맷 리브스 감독.
_ 홍익대 시각디자인학과를 졸업한 임창의 감독은 2009년 웨타디지털에 입사해 〈혹성탈출〉 시리즈를 비롯해, 〈아바타〉와 〈어벤저스〉, 〈정글북〉 등 다수의 작품에 참여했다. 그가 〈혹성탈출〉 시리즈를 맡은 지도 6년째다. 〈혹성탈출〉 시리즈 전 작업에 참여한 그는 작품을 떠나보내며 “작업마다 항상 새로운 기술과 다양한 방법의 시도로 그때마다 최상의 작품을 만들어 냈다는 게 가장 즐거웠다”고 소회를 전했다.

임창의 〈혹성탈출〉과는 어떻게 보면 애증의 관계예요. 일이라는 게 행복한 순간은 짧고 고통스러운 순간은 길죠. 고통스러운 순간이 길수록 행복한 순간이 빛을 발합니다. 모든 유인원 캐릭터와 헤어지는 게 정말 홀가분하면서도 그리운 느낌입니다. 오랜 기간 힘든 시간을 함께 보낸 사람을 떠나보내는 애틋한 느낌이라고 말하고 싶네요.
  • 2017년 09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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