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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 가야금 연주단 되는 것이 우리의 목표”

국내 최초 가야금 오케스트라 숙명가야금연주단을 찾아가다

10여 년 전 요한 파헬벨(Johann Pachelbel)의 캐논 변주곡을 연주하는 가야금 연주단과 비보이들이 함께 출연해 화제를 모았던 CF를 기억하는가. 이 CF는 청아한 가야금 소리, 화려한 비보이들의 춤, 현란한 비트박스, 그리고 신나는 DJ의 믹싱(Mixing). 전혀 어울릴 것 같지 않은 이 네 가지가 캐논 변주곡의 선율 아래서 완벽하게 어우러져 세간의 많은 주목을 받았다. ‘금남의 구역’인 숙명여자대학교를 찾은 이유는 많은 사람의 뇌리에 박힌 캐논 변주곡을 가야금으로 연주한 숙명가야금연주단 단원들을 만나기 위해서였다.
국내 최초 가야금 오케스트라

숙명가야금연주단은 국내 최초의 가야금 오케스트라다. 종종 가야금을 전공하는 학부생들로 오해받지만, 엄격한 입단 심사와 훈련 과정을 거친 숙명여대 전통문화대학원 출신 연주자 12명으로 구성됐다.

숙명가야금연주단의 맏언니이자, 단장인 강윤씨는 연주단에 대해 이렇게 이야기했다.

“21세기 가야금은 아직도 소수적이고 주변적이지만 숙명가야금연주단의 가야금은 세련되고 당당합니다. 전통을 상징하면서도 역설적이게도 현대를 동시에 담고 있지요.”

강 단장의 말처럼 숙명가야금연주단의 실력은 국내 최고 수준이다. 이들이 사용하는 가야금은 5음계를 활용하는 기존 12현이 아니라 7음계를 표현할 수 있도록 개량한 25현. 이 가야금으로 전통 악곡은 물론, 비틀스의 ‘Let It Be’ ‘Obladi Oblada’뿐만 아니라 ‘매기의 추억’ ‘에델바이스’ 등 친숙한 세계 여러 나라의 곡을 연주해 ‘지루하고 느리고 재미없고 답답한’ 전통 악기에 대한 고정관념을 보기 좋게 물리치며 국악의 지평을 넓혀왔다.

“1300여 년이 넘은 오랜 전통을 지닌 고유의 악기 가야금을 가지고 왜 ‘그런 짓’(전통 가야금 곡이 아닌 곡 연주)을 하는지 되묻는 사람들도 만나고, 언짢게 수군거리는 이들과 입씨름을 벌여야 하는 때도 있었습니다. 그렇지만 우리의 연주를 들어주는 분들이 계시기에 훌훌 털고 더욱 연주에 매진할 수 있었죠. 특히 캐논 변주곡이 실린 저희 6집 앨범(2006년 발매)이 국악부문 음반 판매 1위를 기록했을 때는 하늘을 나는 기분이었습니다.”

2011년 내놓은 태교 음반 〈달콤한 하품〉도 소위 대박을 쳤다. 강 단장의 말이다.

“1434년(세종 36년) 노중례가 편찬한 《태산요록》에 따르면 왕실 여인들은 태교를 위해 가야금과 거문고 연주를 들었습니다. 여기서 아이디어를 얻어 태교 음반을 발매했는데 반응이 좋았죠.”

연주단의 태교 음반은 SBS 인기 예능 프로그램이었던 〈스타킹〉에 소개되기도 했다.

“국악이 세상 어떤 음악보다 태교에 효과적이라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 출연했습니다. 실제 임신부들 앞에서 연주했는데, 가야금 연주가 확실히 태교에 좋다는 결론이 나왔죠. 방송 출연이 앨범에 대한 대중의 관심을 높이는 계기가 됐습니다.”

연주단은 6월 ‘노스텔지어(향수)’라는 제목의 9집 앨범을 냈다. 이번 앨범은 특히 신경을 썼다. 정규 8집이 부진했기 때문이다.

“‘피타고라스의 자장가’라는 제목으로 8집을 냈는데, 모든 곡이 창작곡이었습니다. 실험적이고 현대적인 음악을 많이 넣었죠. 고난도의 테크닉을 요하는 곡이라 연주하는 데 굉장히 힘들었는데, 대중의 반응은 별로였습니다. 일반 대중이 들었을 때는 난해했던 것 같습니다.”


“노스텔지어 앨범 기대해도 좋을 것”

숙명가야금연주단의 강윤 단장.
뼈저린 자기반성 후 만든 9집에는 대중적인 곡들이 많다. ‘Going Home’(작곡 안토닌 드보르자크), ‘새야 새야’(작곡 정주현), ‘님이 오시는지’(작곡 김규환), ‘아침이슬’(작곡 김민기), ‘쟈클린의 눈물’(작곡 오펜바흐), ‘비올라와 가야금 합주를 위한 산조’(작곡 정주현), ‘My Way’(원곡 Comme D’Habitude, 작곡 자크 르보이), ‘흔들의자’(작곡 조원행), ‘스카보로페어’(작곡 미상) 등 총 9곡이 담겼다.

“개인적으로는 스카보로페어라는 곡이 기대됩니다. 스카보로페어 시장에서 시작된 작곡 미상의 이 잉글랜드 민요는 1968년 사이먼&가펑클의 앨범 발매로 많은 대중에게 사랑받은 곡인데 가야금과 잘 어울린다고 느꼈습니다. 또 1970년 김민기씨가 작사·작곡하고 가수 양희은씨가 부른 ‘아침이슬’도 대중이 듣기에 편할 것 같습니다. 지금까지 많은 사랑을 받으며 불리는 노래이니까요.”

연주단은 매년 국내와 해외에서 100회 이상의 공연을 소화한다. 최근 공연은 지난 4월 오스트리아 빈, 핀란드 헬싱키, 독일 프랑크푸르트, 영국 런던에서 했다.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관광공사가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대회 및 동계 패럴림픽 대회 조직위원회와 함께 유럽의 전통적인 동계스포츠 강국들을 대상으로 평창동계올림픽 홍보를 진행했는데, 저희 연주단이 공연했습니다. 국위 선양할 기회가 생겨 뿌듯했습니다.”

세계 무대에서의 이들의 활약은 국악계에서는 이미 잘 알려진 사실이다. 지난 2008년 8월 프랑스 파리 국립 케브랑리 박물관(Mus e du quai Branly) 초청 공연 3일 동안 전석 매진을 기록해 “콧대 높은 프랑스 관객들마저 기립박수를 보냈다”며 당일 국내 저녁 뉴스를 장식한 것이 대표적이다. 2009년 2월 한국을 찾은 힐러리 클린턴 전 미 국무장관도 이들의 연주에 “원더풀”을 연발하기도 했다.

많은 공연을 해왔지만, 단원들은 가장 기억에 남는 공연으로 ‘군부대 공연’을 꼽았다.

강 단장 다음으로 경력이 오래된 단원 구미나씨는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

“저희 연주단이 2012년부터 2014년까지 3년간 군부대에서 공연했는데, 호응이 끝내줬습니다. 제 소개만 해도 ‘미나야 사랑한다’고 외치시는데 걸 그룹 멤버가 된 기분이었죠. 저희가 공연 때 굽 높은 구두를 신고 정장을 입은 채 20kg에 이르는 가야금과 받침대를 들고 다니는데 군인 분들이 대신 들어주기도 하셨습니다. 참 감사했죠. 군 공연 안 한 지가 3년 정도 됐는데, 또 하고 싶습니다.”

유년 시절부터 가야금을 연주해온 이들은 “국악은 서양음악보다 열등하다”는 세간의 편견과 싸워왔다.

구미나씨의 동기인 홍정현씨의 말이다.

“원래 음악을 좋아했어요. 어렸을 때는 서양 악기도 많이 다뤘죠. 그런데 이상하게 가야금이 저와 잘 맞았어요. 가야금 연주할 때가 가장 행복했죠. 왜 가야금을 선택했느냐는 질문을 자주 받는데, 저는 국악이 서양음악보다 월등하다고 생각합니다. 당연한 이야기겠지만, 연주단원들도 모두 저와 같은 생각이죠.”

많은 것을 포기하고 가야금의 길을 걸어온 이들에게 숙명가야금연주단은 ‘가야금을 한국인의 일상으로 다시 끌어내겠다’는 어릴 적 꿈을 실현케 하는 ‘꿈의 오케스트라’이다.

강 단장은 연주단의 최종 목표를 ‘국민 가야금 연주단’이 되는 것이라고 밝혔다. “‘국민 가수’라는 말이 있듯 모든 국민이 ‘가야금’ 하면 숙명가야금연주단을 떠올릴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날을 기다리며 손끝의 미세한 떨림 하나에도 더욱 정성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강 단장은 인터뷰를 마치자마자 단원들과 함께 연습장으로 향했다.

“곧 저희 숙명가야금연주단이 20주년을 맞이합니다. 그때에 맞춰 공연을 준비 중입니다. 우리 연주단이 가진 실력을 모두 보여드리려면 연습만이 살길이죠(웃음).”

그들은 고된 연습과 공연으로 연애도 휴식도 뒷전이다. 공연업계의 극심한 불황 속에서도 수년째 매진 가도를 달리는 숙명가야금연주단의 가야금 가락은 이렇게 만들어졌다.
  • 2017년 07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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