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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어로 시를 쓰고 한국 작가를 연구해 외국에 소개하는 일 계속할 것”

두 권의 한국어 시집 출간한 외국인 캐나다 요크(York)대 테레사 현 교수

글·사진 : 최선희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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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문화와 문학에 대한 각별한 애정으로 한국어로 시를 쓰는 미국인 교수가 있다. 캐나다 요크(York)대에서 한국학을 강의하는 테레사 현 교수가 그 주인공. 2003년 고은 시인의 추천으로 등단한 그는 그동안 두 권의 시집을 펴냈다. 또한 1992년 요크대학에 한국학을 개설해 캐나다 내에서 한국 관련 연구를 심화·확장시키는 데도 기여했다.
지난 4월 캐나다 토론토 시내 한 한식당에서는 테레사 현 교수의 두 번째 시집 《평화를 향해 철마는 달린다》의 출판기념회가 열렸다. 토론토 한인문인협회 회원들이 그를 위해 마련한 자리였다. 현 교수는 한인문인협회 시(詩)분과위원회에 소속된 정식 회원으로 유일한 외국인이다.

그의 시집은 한국어와 영어 두 언어로 쓰여 있다. 자신의 한국 시를 직접 번역해 실었다. 한국어와 영어가 일대일 대응으로 번역되지 않는 것들이 많아 작업에 애를 먹었다고 한다. 그럼에도 영어 번역을 고집한 건 한국문학을 세계에 알리겠다는 사명감에서다.

“지금 전 세계적으로 새로운 문화운동이 일어나고 있어요. 그동안 글로벌리즘이라는 미명하에 한 문화가 다른 지역 문화를 흡수하고 통제하는 형태였다면, 이제는 세계를 ‘다양한 문화의 집합체’라는 관점에서 바라보자는 움직임이 일고 있는 것이죠. 문학만 놓고 보면 강대국 위주의 문학작품만이 세계인들에게 읽히고 받아들여지는 시대가 지났다는 뜻입니다. 한강의 《채식주의자》가 맨부커상을 받은 것도 그런 맥락이고요. 한국문학을 널리 알릴 수 있는 분위기가 형성된 만큼 영어로 번역된 작품이 더 많아져야 합니다.”

그는 자신의 시를 통해 “한국문학과 문화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실제로 한국의 보편적 정서를 담은 그의 시는 더없이 한국적이다. 외국인이 썼다는 사실을 믿기 어려울 정도다.


‘배추나비 한 마리 / 노랑노랑 장독대 감아 돌아 / 마음을 발효시키는 신비를 알게 됐다 // 그렇구나! / 나 살아온 한세상 / 한바탕 나비의 꿈이었을 뿐(〈나비의 꿈-장자에게〉 중에서)’이라며 인생이 일장춘몽이라는 지극히 동양적인 깨달음을 전하는가 하면, ‘향기로운 시 한 수 술병 가득 담아 두고 / 농익을 때까지 한 마디 두 마디 향 내음 품어 안으니 / 임 오신 그 달밤에 월하주 따라 드리며 / 시 한 수 읊으오리다(〈황진이와 밤새 카톡하다〉 전문)’ 같은 시는 풍류가 넘친다.

때로는 ‘서울은 온통 다 감전 / 쉬지 않는 스마트폰 탓으로(〈문자 데이트〉 중에서)’라며 스마트폰에 중독된 한국인의 일상을 풍자하고, 이산가족 상봉이나 실향민들을 소재로 분단의 아픔을 표현하기도 한다. ‘뇌섹남’ ‘심쿵’ 같은 신조어도 등장한다. 그는 “젊은 층이 많이 쓰는 줄임말이나 새로운 말은 한국 학생들에게 배운다”며 웃었다.

“한국어로 시를 쓰는 게 재미있어요. 요즘은 오히려 영어로 번역할 때, 특히 의성어와 의태어는 그 특유의 맛이 살지 않아서 고민스러울 때가 많아요. 많은 사람이 ‘원래 영어로 시를 썼느냐’고 물어보는데, 전혀 해본 적이 없어요. 게다가 외국어로 시 창작을 한다는 건 생각도 못 했죠.”

우연히 이런저런 인연으로 몇몇 시인들을 만났고, 그들을 통해 시 창작 교실을 알게 되었다. 한국어에 푹 빠져 있던 때라 힘들지만 즐겁게 배웠다. 2003년엔 고은 시인의 추천으로 등단했고, 원래 이름인 테레사와 비슷한 발음을 찾아 ‘현태리’라는 필명도 만들었다. 첫 시집이 나온 건 2012년. 이후 4년간 쓴 시를 모아 지난해 두 번째 시집을 냈다.

그는 지금도 매일 한국 시를 읽는다. 캐나다의 여름방학이 시작되는 5월이면 곧바로 한국으로 와 시인들과 교류하고, 시 창작 교실에도 꾸준히 참석한다. “아직 부족한 점이 많기 때문에 계속 갈고닦아야 한다”는 것이 그 이유다.


최근 몇 년 새 급격히 위상 높아진 한국학


미국 아이오와주립대에서 프랑스문학 전공으로 박사학위를 받은 그는 1980년 한국으로 와 경희대에서 영어와 프랑스어를 가르쳤다. 한국학 관련 강좌를 만들어달라는 캐나다 요크대의 제안을 받아 1992년 캐나다로 떠나기까지 12년간 한국 생활을 했다. 그 사이 한국인 남편과 결혼해 테레사 현이라는 이름을 갖게 됐다.

캐나다에서의 생활은 새로운 도전이었다. 당시만 해도 외국 대학에 한국학이 개설된 경우는 손에 꼽을 정도였다. 그가 개설한 첫 강의에 참석한 학생은 모두 4명. 10년간은 눈에 띄는 성과가 없었다. 그러다 한류 바람이 불기 시작했고, 한국 대중문화에 대한 관심은 자연스럽게 한국어와 한국 문화 전반으로 확산됐다. 한국 대학들이나 정부기관과의 교류도 활발해져 지금은 한국어 강좌에만 300여 명의 학생이 몰릴 정도로 인기다. 요크대는 토론토대, 밴쿠버 소재 브리티시컬럼비아대와 함께 캐나다에서 한국학의 선두주자로 꼽힌다.

“한국학은 교양 과목이라 누구나 들을 수 있어요. 동아시아학과 소속으로 10여 개의 한국 관련 학부 과목이 있는데, 저는 한국문화개론, 한국 종교와 사회, 문학, 문화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강의는 영어로 해요. 초창기와 비교하면 규모도 커졌고, 과목도 다양해졌지만 아직 독립된 학과가 되지 못한 게 아쉬워요.”

그는 “캐나다 학생이나 다른 나라에서 온 유학생, 한인 2세 등 다양한 학생들이 한국을 배우기 위해 열심히 강의를 듣는다”며 “한국의 위상이 그만큼 높아진 것 같아 뿌듯하다”고 말했다.

인터뷰 내내 한국에 대한 각별한 애정을 드러낸 그는 “앞으로도 한국문학의 세계화를 위해 한국어로 시를 쓰고, 한국 작가를 연구해 외국에 소개하는 일을 계속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국학 학자로서의 책임감을 무겁게 느끼며, 한국인보다 더 한국문학의 발전 방향을 고민하는 그의 존재가 더없이 고맙고 든든하다.
  • 2017년 06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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