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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토크

도스토옙스키가 말하는 인생 가이드 “나는 존재한다. 고로 사랑한다”

미국에 TED 강연이 있다면 한국에는 ‘조선토크’가 있다. 조선뉴스프레스는 지난 4월부터 ‘조선토크’를 열고 있다. 다음은 4월 25일 전통문화 공간 무계원에서 열린 ‘조선토크’의 강연 내용이다.
이날의 강연자는 석영중 교수(고려대 노문과)로 강연 주제는 〈도스토옙스키의 ‘함께 사는 삶’〉이었다.
도스토옙스키의 마지막 소설이자 가장 유명한 소설이 《카라마조프카의 형제들》입니다. 이 소설에는 3가지 요소가 들어가 있습니다. 바로 돈, 살인, 치정입니다. 이 소설뿐만 아니라 도스토옙스키의 소설에는 이 요소가 항상 있습니다.

그에게 인간은 아주 본능적이고 생물학적인 존재입니다. 다른 한편으로는 그것과는 다른 고상하고 숭고한 어떤 도덕성을 끊임없이 추구하는 존재입니다. 그는 유명한 말을 합니다. ‘인간은 이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생물 중에 유일하게 자기 본성과 반대되는 것을 추구하는 존재다’라고요.

앞서 3가지 요소는 인간의 동물적인 본능을 충족시켜주는 조건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간은 고상한 것을 추구하면서 살고 그 과정에서 본능을 지속적으로 절제하게 됩니다. 그러면서 결국에는 함께 살아가는 삶을 만들어가게 됩니다.

이 소설에 있는 아주 재미있는 작은 에피소드를 소개하고자 합니다. 제7권 3장의 ‘양파 한 뿌리’입니다.

옛날 옛날에 사악한 할머니가 살았다고 합니다. 얼마나 사악했는지 살아생전에 착한 일이라곤 단 한 가지도 한 게 없는 거죠. 그래서 이 할머니가 죽었을 때 악마들이 이 할머니를 지옥 불구덩이에 던졌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 수호천사가 그 지옥 밖을 지나가다 할머니가 불구덩이에서 고생하고 있는 걸 본 거죠. 너무 불쌍해서 신에게 청을 합니다. “저 할머니가 불쌍한데, 살려주십시오.” 이에 신은 “그 할머니가 살아생전에 착한 일을 단 한 가지라도 했다면 고려를 해보겠다”고 답합니다.

그래서 수호천사가 할머니 일생을 적은 책을 봤더니 딱 한 가지가 있었습니다. 밭에서 양파 한 뿌리를 뽑아서 거지에게 적선을 한 것입니다. 그 이야기를 들은 신은 “그렇다면 그 양파 한 뿌리를 할머니에게 던져줘라. 그래서 할머니가 그 양파 줄기를 붙잡고 빠져나오면 천국으로 오게 하라”고 이야기합니다.

수호천사는 양파 한 뿌리를 할머니에게 던져줍니다. 수호천사는 할머니가 그것을 잡고 나올 수 있게 조심스레 끊어지지 않게 잡아당겼습니다. 할머니는 반쯤 지옥에서 빠져 나오고 있었어요. 그런데 지옥에 있던 다른 죄인들이 그걸 보고 “나도! 나도!” 하며 다 매달린 거예요. 할머니가 보니깐 기가 막힌 거죠. 자기만 구원받으려고 했는데 다 달려드니깐 너무나 화가 났습니다. 할머니는 “이건 내 양파야! 내거야!”라며 다른 사람들을 다 차버렸어요. 그 순간에 양파는 똑 부러지고 모두 다 같이 지옥불로 다시 돌아갔습니다.

자. 굉장히 짧고 분명하죠? ‘욕심 부리다가 망했다!’

그러나 이 에피소드는 이보다 더 심오합니다. 도스토옙스키의 말년의 사상, 종교, 윤리, 철학 모든 걸 종합하고 있거든요. 한번 들여다볼까요 ?

이 스토리는 처음부터 조금 이상합니다. 보통 죄수들은 지은 죄가 뚜렷하죠. 그런데 이 할머니는 죄목이 없습니다.

“한 번도 선행을 한 적이 없었다.”

선행을 안 해서 지옥에 갔다?

다음 “양파 한 뿌리가 끊어지지 않으면 천국으로 가게 하라”는 대목을 볼까요?

양파 한 뿌리라는 것은 너무나도 작은 것입니다. 당시 러시아에서는 가장 흔한 것이었고 금전적인 가치가 거의 없었습니다.

할머니는 수호천사한테 ‘나를 구해달라’고 부탁한 적이 없습니다. 수호천사가 지나가다 불쌍해서 구해준 것입니다. 이때의 양파 한 뿌리는 첫 번째 ‘연민’인 것이죠.

두 번째는 ‘희망’입니다. 우리 모두가 그렇게 작은 것, 십원짜리 동전 하나로도 나의 고통에서 해방될 수 있다는 희망입니다. 그 다음의 양파는 불공정해 보입니다. 생각해보세요. 천국에는 누가 있겠습니까? 의인들이 있습니다. 평생 착한 일을 많이 해서 천국에 와 있는 건데, 이 할머니는 겨우 양파 한 뿌리 적선해서 천국에 있다면 불공평한 거죠. 그렇다면 여기서 우린 양파를 다르게 생각할 수 있습니다. 바로 ‘신의 은총’입니다. 즉 내가 내 힘으로 만들어낸 어떤 것이 아니라 그냥 내가 갖게 되는 것입니다.

여기에 ‘끊어지지 않으면’이라는 조건이 붙습니다. 양파가 끊어지지 않게 하는 것은 이제 할머니의 몫입니다. 그런데 죄인들이 달려들자 할머니의 태도를 보십시오. “이건 내 양파야. 너희들의 양파가 아니라고!”라고 합니다. 자, 이제 할머니가 애초 왜 지옥에 갈 수밖에 없었는지에 대한 이유가 나옵니다. ‘내’ 양파라며 자신의 소유권이라고 주장하는 것에 엄청난 오류가 있는 것입니다. 할머니가 선행을 한 것이지만 ‘양파’는 물질이 아닙니다. 할머니는 아마 속으로 생각했겠죠. “아이고! 겨우 십 원의 적선을 했는데 싼 값에 신과 딜(deal)을 해서 천국행 티켓을 탔구나!”

그러나 신은 ‘은총’을 가지고 딜을 하지 않지요. 할머니의 계산 착오입니다. 이 이면에는 ‘내가 잘나서 내 것이다’라는 엄청난 교만이 있는 것입니다. 그러고 나서는 “나를 구해주는 것이지 너희들을 구해주는 게 아니야”라며 자신이 선택받았다고 또 한 번 계산 착오를 합니다. ‘은총’이라는 것은 자기가 선택할 수 있는 것이 아니거든요. 그리고 사람들을 발로 걷어차는 직접적인 행동으로 보여줍니다. 여기서 너와 나의 분리가 일어나는 것입니다. 그리고 모두 지옥불로 돌아가는 것인데 이것보다 더 생생한 공멸이 없습니다.

원점으로 돌아가서 할머니가 지옥으로 갈 수밖에 없었던 이유가 무엇인지, 선행을 하지 않았다는 게 무슨 뜻인지를 이제는 이해할 수 있습니다. ‘교만, 증오, 단절’입니다. 도스토옙스키는 이것을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세상을 지옥으로 만들 수 있는 3가지 조건으로 본 것입니다.

여기서 한 가지 더 말씀드리겠습니다. 도스토옙스키는 개인(할머니) 대 전체(양파 한 뿌리에 매달린 사람들)로 봤을 때 개인은 이기주의이고 여럿이 모여 있을 때를 공동체로 보지 않았습니다. 가족, 조직, 사회, 국가 다 이기적인 집단이 될 수 있지요. 여럿이지만 이기주의가 될 수 있는 것입니다.

도스토옙스키가 상생하는 삶을 이야기하고자 한 것은 혼자 살아도 함께 살아가는 삶이 있고 여럿이 살아도 이기주의 삶이 될 수 있다고 봤습니다. 그가 말하고자 했던 것은 ‘공동체 정신’이지 ‘공동생활’은 아닌 것입니다. 그리고 그 공동체 정신의 핵심은 ‘사랑’이며 그 사랑을 둘로 나누었는데요, 바로 공상적 사랑과 실천적 사랑입니다. 공동체 정신을 꾸며주는 사랑은 ‘실천적 사랑’입니다. ‘실천적 사랑’은 희생, 겸손, 인간 존엄성에 대한 인정이 있는 것인데요, 《카라마조프카의 형제들》이란 이 긴 소설의 핵심도 사실 이 실천적 사랑에 있습니다.

우리가 살아 있는 인간이라면 반드시 의무로 실천적 사랑을 해야 한다는 것, 실천적 사랑이 있을 때 우리는 함께 살 수 있고 이것이 없을 때 다 같이 공멸할 수 있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었던 것입니다. 그래서 그는 살아생전 이 말을 굉장히 많이 했습니다.

“나는 존재한다. 고로 사랑한다.”
  • 2017년 06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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