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박정민의 ‘언희(言喜)’

안녕

글 : 박정민 

큰따옴표로 시작한 당신과 나의 관계가, 어느 순간 작은따옴표가 되고, 애써 큰따옴표로 돌아가자니 그 안은 말줄임표로 가득하다. 그리고 결국엔, 마침표.

그렇게 문단이 넘어가고 당신과 나는 어느새 서로 다른 따옴표를 연다. 그게 이별이고, 넘어간 문단은 보통 추억이라 이른다. 참 좋은 글이었고 시간이 지나서 곱씹어 봐도 항상 명문일 내 역사의 당신이란 순간이, 참 감사하다. 나도 당신에겐 일종의 문장일 테지. 그리고 그 문장을 써내려 가는 순간마다 당신은 내게 위로가 되어주어 고맙다고 했다. 하지만,


‘난 당신을 위로하려 한 적 없어.’

‘아니, 난 당신이 내게 공감하지 않길 바랐어.’



이렇게 말하고 싶었다. 내가 겪은 사소한 감정의 골들을 당신이 알지 못하기를 바랐다고. 결국엔 당신에게 전달하지 못한 작은따옴표 안의 생각일 뿐이지만, 당신은 나보다 좀 더 행복하길 바랐다고. 그렇게 당신과 나는 이별을 한다.

그리고 난 이렇게 마지막 편지를 적는다.


‘언희’가 끝이 난다. 글을 말로 옮기는 일을 하다가 말을 글로 옮겨보고 싶어서 시작한 이 일을 이제는 잠시 접으려 한다. 개인적으로 내가 잘해야 하는 일을 더 잘해야 하는 시점이란 생각이 들었고, 동시에 글이라는 게 꽤나 무거운 것이란 걸 느꼈다고 하면 이유가 될 수 있을까. 그간 이 47편의 아무 말들을 참고 읽어준 그 모든 분들께 감사하고 미안하다.


4년에 한 달이 모자란 47개월. 네 살을 더 먹었다. 돌이켜 보면 그다지 달라진 건 없지만 생각해 보면 알게 모르게 조금씩 변해온 것도 같다. 시간이 흐르면 할 말이 더 많아질 거라고 생각했는데 나이를 먹을수록 하지 말아야 하는 말들이 더 많아지는 걸 느꼈다. 슬펐다. 그리고 당신과 나 사이의 말줄임표 뒤에 마침표가 붙는 이 순간이 서운하다. 언제나 그렇듯 이별은 힘들다. 지금 이 글을 쓰는 동안에도 수백 개의 문장을 적었다 지운 것처럼. 무슨 말을 어떻게 건네야 할지 모르겠다.


사실 아무 말도 하지 않는 것이 가장 멋진 이별이겠지.

연극이 끝난 무대를 부술 때 시린 가슴 한편에서 설렘이 이는 건, 그곳에 새로운 무대를 세울 것이 분명하기 때문일 테다. ‘언희’는 끝이 나지만 갑자기 ‘희언’ 같은 걸로 나타나도 놀라지 마시길 바란다. 모두들 할 이야기 잔뜩 모아뒀다가 훗날 만났으면 좋겠다.


“오빠 저 국회의원 됐어요.”

이런 소식 기다리겠다. 나 또한 “난 어제 아리아나 그란데랑 얼음 소주 마셨어” 같은 이야기를 모아놓겠다. 다시 무언가 즐겁게 이야기하고 가벼운 인사에도 웃을 수 있을 때 다시 봤으면 좋겠다.

마지막이라서 뭔가를 잔뜩 적을 수 있을 줄 알았다. 하지만 결국엔 모두 지우고, 다들 건강했으면 좋겠다는 말을 남긴다.


그동안 즐거웠다.
그리고 고마웠고. 미안했다.
다시 만날 그때까지,
안녕.


박정민은 영화 〈동주〉 〈순정〉 〈오피스〉 〈신촌좀비만화〉 〈들개〉 〈전설의 주먹〉 〈파수꾼〉, 연극 〈G코드의 탈출〉 〈키사라기 미키짱〉, 드라마 〈응답하라 1988〉 〈너희들은 포위됐다〉 〈사춘기 메들리〉 등 다수의 작품에 출연했다. ‘언희(言喜)’는 말로 기쁘게 한다는 뜻의 필명이다.
  • 2017년 05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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