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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몸에 소름 돋는 전율을 느낀다”

해외서 주목받는 전통음악 보이그룹 ‘타고’

글 : 이선주 객원기자  / 사진 : 김선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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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에든버러 프린지페스티벌에서 공연하면서 해외시장에 대한 자신감과 확신을 얻었습니다. 25회에 걸쳐 공연했는데, 10회는 매진돼 250석을 모두 채웠고 나머지 공연도 90%씩 관객이 들어찼습니다. 가사 전달도 되지 않는 공연에 외국인 관객들이 감동해 눈물 흘리는 모습을 보면서 ‘국적과 상관없이 우리 음악으로 소통할 수 있구나’라는 생각에 짜릿했지요.”
타악그룹 ‘타고’의 멤버들. 왼쪽부터 시계 방향으로 김병주, 김시원, 현호군, 이강일, 홍나라, 허종환, 박진영씨.
중앙대 국악대학 타악연희과 출신 선후배 7명으로 구성된 타악그룹 ‘타고’. 2016년 8월 영국 에든버러 프린지페스티벌에 참가한 이들은 ‘다양한 국악기로 훌륭한 리듬을 만들어내며, 아름다운 안무로 마술 같은 시간을 선사했다’ ‘격렬한 리듬을 들으면 온몸에 소름 돋는 전율을 느낀다’ ‘강렬하면서도 우아하다’ 등 현지 언론의 극찬을 받았다. 이들의 서울 사당동 연습실을 찾았더니 호주와 뉴질랜드에서 열리는 월드뮤직페스티벌 워메들레이드(WOMADeladide) 참가를 앞두고 한창 연습 중이었다. 에든버러 페스티벌에서 좋은 반응을 얻으면서 올해 부쩍 해외 공연이 많아졌다고 한다. 3월에는 워메들레이드 페스티벌, 6월에는 루마니아 시바우에서 열리는 세계연극축제, 8월에는 다시 에든버러 프린지페스티벌에 참가할 예정이다.


꽹과리, 장구, 북, 징 전공한 젊은 음악인

법고를 개량해 웅장한 울림을 내는 큰북 연주.
“페스티벌마다 세계 각국 음악 관계자들의 관심이 모이기 때문에 저희 음악을 세계에 알리는 쇼케이스 역할을 할 수 있습니다. 2017년이 저희에게는 중요한 전환점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해요. 9월에는 신작 공연을 발표할 예정입니다.”

30세 안팎 젊은 음악인들로 구성된 타고의 출발은 2005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타고를 결성한 김병주, 김시원, 이강일, 현호군씨가 2005년 중앙대 타악연희과에 함께 입학한 동기생이기 때문이다. 꽹과리, 장구, 북, 징 등 각기 다른 악기를 전공한 네 사람은 2007년 함께 국방부 군악대에 들어갔다. 2년여 군 생활 동안 이들은 함께 호흡을 맞추고 기량을 닦을 수 있었다고 말한다. 김시원, 이강일, 현호군씨는 2006년 박록주 국악경연대회 최우수상, 2009년 퓨전국악경연대회 대상, 김병주씨는 2007년 사천세계타악축제 최우수상, 2010년 대학국악제 대상을 받은 실력자들. 이들이 호흡을 맞추면서 2009년 포항MBC 주최 ‘제1회 창작국악제’와 2010년 포스코 주최 ‘제2회 대한민국 창작 대학국악제’에서 대상을 받고, 2011년에는 국수호 디딤무용단과 함께 에든버러 프린지 페스티벌에 참가해 좋은 평가를 받았다. 2013년 타고를 정식으로 출범시킨 후 얼마 동안은 치열하게 싸웠다고 네 사람은 말한다.

“음악뿐 아니라 사소한 생활습관이나 말 한마디 가지고도 끊임없이 부딪쳤습니다. 그 가운데 서로 이해하고 소통하는 법을 배우게 되었지요.”

아쟁과 마림바, 북을 합체한 ‘율고’를 4명이 함께 연주하고 있다.
허종환, 홍나라, 박진영 등 후배들도 차례차례 합류했다. “형들과 함께 연주하면 즐거울 것 같았다”고 후배들은 말한다. 전통음악에서 출발했지만 이들의 무대는 언제나 새롭다. 북, 꽹과리, 장구, 징 등 기존 악기뿐 아니라 다양한 크기로 제작한 북 등 새로운 악기를 새로운 방식으로 연주하면서 퍼포먼스와 연극적인 요소도 적극 활용하기 때문이다. “에든버러 페스티벌에서 국수호 디딤무용단과 함께 공연하면서 무대에서 어떤 몸짓을 보여줘야 할지 배운 게 많았다”고 말한다. 청년들이 역동적인 동작으로 한꺼번에 북을 치는 장면은 무대를 압도한다. ‘둥둥’ 깊은 울림의 북소리가 한꺼번에 휘몰아칠 때는 태곳적 소리처럼 들리기도 한다. 장엄한 북소리로 감동을 주다 익살스러운 포즈로 웃음을 안긴다. 밀고 당기고 조였다 푸는 리드미컬한 공연이라 더욱 인기다. 우리 음악을 바탕으로 하지만 세련되면서도 현대적이라는 평을 듣는다. 요즘 타고의 공연 중 가장 인기를 끄는 작품 중 하나가 ‘율고’다. 아쟁과 북, 마림바 등 현악기와 타악기를 합체한 율고는 이들이 새로 만들어낸 악기다.

“1시간 공연이면 보통 여덟 작품으로 구성하는데, 관객들이 지루하지 않도록 다양한 모습을 보여주려고 노력합니다. 타악기만 연주하다 보면 선율이 없다는 게 아쉬울 때가 있어요. 고민을 거듭하다 엄청나게 비가 쏟아지던 2015년 여름날, ‘세상을 뒤집어 놓을 악기를 생각해냈다’면서 친구들에게 제 생각을 이야기했습니다.”

아쟁과 북, 마림바를 합체한다는 다소 엉뚱한 생각을 친구들은 ‘말도 안 된다’며 무시하지 않았다. 함께 머리를 모았고, 2015년 겨울 새로운 악기가 탄생했다. 서로 믿고 존중하면서 ‘뭐든 해보자’는 의욕이 넘쳤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아쟁 옆에 마림바를 붙이고, 양옆에 북을 달아 새 악기를 만들면서 몸통은 자개로 장식했다. 원래 명주실을 꼬아 만드는 아쟁의 줄을 쇠로 교체하고, 아쟁을 활로 켤 뿐 아니라 스틱으로도 두드리는 율고는 이제까지 없던 색다른 소리를 만들어낸다. 아쟁과 마림바, 양쪽 북을 네 명이 함께 연주하는 율고 덕에 타고의 공연은 한층 다채롭고 풍성해졌다.

“율고를 공연할 때는 일부러 코믹한 요소를 집어넣어요. 이 때문인지 해외 공연에서도 관객들이 어김없이 웃음을 터뜨리지요.”


세련되게 재탄생한 국악

동시에 함께 북을 치는 모둠 북 연주.
올해 들어 이들은 젊음의 거리인 홍대 앞 공연장에서 록밴드, 전자음악과 함께 공연하고, 모터사이클인 할리데이비슨의 강렬한 엔진 소리와 함께하는 공연을 선보이기도 했다. 전통음악을 즐기지 않던 사람들에게도 한 발 더 다가가기 위한 노력이다.

“전통음악은 지루하거나 고루하다는 편견 때문에 아직까지는 저변이 넓지 않은 게 사실입니다. ‘한국의 리듬, 전통음악을 기반으로 하되 대중이 좀 더 쉽게 접하고 즐길 수는 없을까?’ 항상 고민하면서 온갖 아이디어를 시험해보지요. 악기 디자인이나 의상, 퍼포먼스, 무대를 현대 감각에 맞춘 것도 이 때문입니다. 실제 공연하면서 관객들의 표정을 보면 굉장히 재미있어하고 즐거워합니다. 좀 더 많은 사람이 저희 음악을 접하게 하자는 게 첫 번째 목표지요.”

홍대 앞 공연의 경우 인디밴드 공연을 즐기던 젊은 층이 많이 찾아왔고, 흥겹게 즐겼다고 말한다. 한 관객은 “세련되게 재탄생한 국악을 들으면서 신이 났다. 의상이나 무대나 보이그룹을 보는 듯했다”는 평을 블로그에 남겼다. 이들은 최근 ‘서른 아리랑’과 ‘피쓰 나이트’ 등 노래가 포함된 곡도 발표했다. ‘피쓰 나이트’는 평창 동계올림픽을 기념하는 노래, ‘서른 아리랑’은 서른을 넘어서는 청춘들의 마음을 담은 노래다. 김시원씨가 작사, 작곡한 ‘서른 아리랑’은 ‘서른이 되면 뭐든 이룰 줄 알았지만, 여전히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는 이 시대 청춘의 모습’을 그리고 있다.

10대 때 학교 방과 후 교실이나 동아리에서 사물놀이에 빠져든 후 서른 살 안팎이 될 때까지 한길을 달려왔다는 이들. 공연이 없는 날에도 이들은 어김없이 사당동 연습실로 모여든다. 하루라도 연습을 쉬면 손과 몸의 움직임이 둔해지기 때문이다. 선후배 누구든 자유롭게 연주와 공연 퍼포먼스에 관한 아이디어를 내고, 함께 호흡을 맞춰보면서 조정한다. ‘우리나라 전통 타악기는 연주하는 사람이나 듣는 사람이나 함께 흥이 나면서 에너지를 얻는 게 매력’이라고 이들은 말한다. 세계에 한국음악의 매력을 알리고 있는 이들의 음악을 우리가 먼저 알아보고 좋아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 2017년 04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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