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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년대 플래시 애니메이션을 이끈 무림 강호들의 귀환

웹 애니 플랫폼 좀바라TV 김광회 PD

글·사진 : 서경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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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급 유머의 정수를 보여주는 애니메이션 감독 오인용, 블랙코미디의 진수 〈그레이트 후렛샤〉의 후렛샤와 〈달묘전설〉의 이드냐. 마니아층을 이끌고 다니며 2000년대 플래시 애니메이션을 이끌었던 무림 강호들이 돌아왔다. 달고나엔터테인먼트의 웹 플랫폼 좀바라TV가 이들을 이끌고 국내 애니메이션 판을 뒤흔들고 있다.

사진제공 : (주)달고나엔터테인먼트
웹 애니메이션 전문 투자 배급사 달고나엔터테인먼트가 어른을 위한 ‘웹 애니’ 시장을 개척했다. 유아용에 집중된 애니메이션 시장에 도전장을 내밀며 걸쭉한 농담과 블랙코미디로 중무장한 ‘성인용 웹 애니’라는 색다른 장르를 열었다. 첫 번째 발걸음으로 웹 애니 서비스 플랫폼인 좀바라TV 서비스를 개국했다. 달고나엔터테인먼트의 모든 콘텐츠를 책임지고 있는 김광회 프로듀서(PD)를 만났다.


어른을 위한 웹 애니메이션 서비스

왜 지금 어른을 위한 애니메이션인가. 김광회 PD는 우리나라 애니메이션 시장의 한계를 들며 설명했다.

“우리나라는 유아용 애니메이션은 잘 만들지만, 시장이 작다 보니 수익을 내기가 어려워졌습니다. 애니메이션 관련 학과를 졸업하거나 이 분야 재능 있는 사람은 많은데 유아용이 아니면 일할 곳이 없죠. 애니메이션 시장이 커지고 성장하기 위해서는 대상층이 넓어져야 합니다.”

준비된 듯 줄줄 이어지는 말에는 확신이 배어 나왔다. 김 PD는 국내 유아용 애니메이션 1세대로, 달고나엔터테인먼트 김강덕 대표와 함께 애니메이션 〈빼꼼〉의 대박 신화를 만들어온 주인공이다. 실수 연발 어설픈 북극곰 ‘빼꼼’은 중국과 유럽시장에서 인정받으며 외화를 벌어들인 국내산 효자 캐릭터다.

“김강덕 대표와는 〈빼꼼〉을 만든 알지애니메이션 스튜디오에서부터 함께 일했어요. 〈빼꼼〉으로 벌어들인 수익을 다시 콘텐츠 창작에 쓰자고 해서 만든 것이 달고나엔터테인먼트의 좀바라TV죠.”

좀바라TV는 그의 말을 빌려 ‘웹용 투니버스’ 같은 거다. 투니버스가 케이블 채널을 기반으로 저학년 및 유아용 애니메이션을 방영한다면 좀바라TV는 웹을 기반으로 철저하게 어른을 위한 애니메이션을 서비스한다. 이름도 ‘애니메이션 좀 봐라!’라는 읍소하는 의미를 담아 지었다. 지난해 12월 서비스를 시작해 10여 편의 작품을 올렸다. 2주에 한 편씩 소속 작가의 창작물을 보여주는데 시장 반응도 좋다. 두 달 사이 구독자가 1만 7000여 명, 조회 수가 80만을 넘어섰다. 그는 “열혈 구독자들이 있다”며 “앞으로 한 해 50편의 창작물을 보여줄 계획”이라고 했다.

웹 애니 시장은 아직 형성 단계다. 퀄리티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화제성 있는 감독과 탄탄한 시나리오에 더 집중하고 있다. 마니아층이 탄탄한 오인용과 후렛샤, 이드냐가 적격인 이유다. 김광회 PD는 “맨땅에 헤딩하듯이 시작한 일”이라며 “일단 플래시 애니메이션을 기억하는 기존 팬을 끌어모으기 위함”이라고 말했다. 일단 독자가 형성되면 10대와 20대를 모으자’는 것이 다음 전략이다. 이 외에도 대학을 갓 졸업한 신인이나 독립애니메이션 단편 작업을 하던 감독도 참여하고 있다. 물론 좀바라TV는 플랫폼의 역할이라 소속 감독이 아니어도 작품을 올릴 수 있다. 지금은 서버 비용 때문에 페이스북이나 유튜브를 통해 무료로 서비스하고 있지만, 점차 수익이 나고 투자를 받으면 자체 앱과 서버를 통해 영상을 보여주거나 일부 유료화할 계획이다. 가능성을 보기 위한 준비 단계다.

지난 3월 22일 개봉한 오인용의 극장판 애니메이션 〈만담강호〉 포스터.
“만화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웹툰에 호응했듯이 웹 애니도 분명 승산이 있어요. 이미 웹툰은 정점을 찍은 상태라고 봐요. 국내 웹툰 시장이 확장되려면 2차 제작물인 웹 애니를 만들어야 할 때입니다.”

김광회 PD는 영화 광고판에서 막내로 일하다 26세에 늦깎이로 애니메이션을 전공했다. 1학년 과제를 하며 멈춰진 그림이 살아서 움직이는 것을 보며 전율을 느껴 지금까지 애니메이션 일을 한다고 했다.

“어렸을 때 〈마징가Z〉, 〈로보트 태권V〉, 〈플란다스의 개〉 등 애니메이션을 보며 자랐어요. 즐거운 기억으로 각인되어 있죠. 지금의 〈뽀로로〉나 〈빼꼼〉이 20년 뒤에는 그렇게 남겠죠. 어릴 적 행복했던 기억이 애니메이션의 가장 큰 힘이에요. 애니메이션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순수한 이유입니다.”

애니메이션 시장을 선도해가기 위해 달고나엔터테인먼트는 계속 심판대에 올라야만 한다. 좀바라TV는 플랫폼의 하나고, 드론이 변신하는 티비 시리즈물이나 슬랩스틱 코미디물도 꾸준히 만들고 있다. 지난 3월에는 오인용의 〈만담 강호〉를 극장판으로 만들어 대형 멀티플렉스 상영관에도 올렸다.

“〈만담강호〉는 말로 싸우는 남자들 이야기예요. 아이디어가 재밌죠. 무협 개념이라 중국 시장에도 분명 먹힐 거예요.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은 ‘전설의 오인용’이 돌아왔다는 거예요. 좋은 창작이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성인을 위한 장르물이 나와야 매력이 있어요. 여기에서 성인물은 야한 게 아니에요. 어른들이 즐길 수 있는 다양한 캐릭터를 말하는 거죠. 유행을 따르는 것이 아니라 오인용처럼 자신들의 스타일을 밀고가야 합니다. 장기적으로 웹 애니 시장이 살아남을 수 있는 큰 매력이에요”

웹 애니 부문은 마니아층이 형성돼 있지만, 대중성에서는 아직 부족한 부분이 많다. 퀄리티 부분에서도 분명 한계가 있다. 대중에 얼마나 먹혀들지는 아직 미지수다.

“우리는 애니메이션 감독을 키우기 위해 제작비를 주고 있습니다. 저작권은 감독이, 상업권은 회사가 갖는 식이죠. 감독이 만든 작품을 가지고 캐릭터 상품화하는 것이 우리의 몫입니다. 어떤 감독은 애니메이션에 전념하고 싶다며 다니던 직장을 관뒀어요. 열정적으로 창작활동을 하는 이들을 보며 책임감이 막중해졌어요.”


웹 애니 제작에서 캐릭터 상품 출시까지

달고나엔터테인먼트가 만든 캐릭터 상품들.
김광회 PD를 만난 날은 마침 서울 중구 명동 ‘재미로’에 달고나엔터테인먼트의 쇼룸이 문을 연 날이었다. 지하철 명동역 3번 출구에서 출발해 서울 애니메이션센터까지 가는 500m 남짓의 언덕길 재미로에는 골목 곳곳에 만화 캐릭터 조형물이 놓여 있다.

“오프라인 매장을 둔 이유는 피드백을 받고 싶어서예요. 애니메이션으로 수익을 얻기 위해서는 2차 생산물을 만들어야 합니다. 우리는 어른을 위한 상품으로 〈달묘전설〉의 캐릭터로 소주잔을 만들고, 화투장에는 〈만담강호〉 캐릭터를 담았죠. 지난번 ‘키덜트 페어’에서 홍보물로 썼는데 반응이 좋았어요. 화투 하나에 6000원이라 선물하기도 좋죠. 아! 화투는 절대 노름 수단이 아니에요. 한국판 보드게임이지(웃음).”

영화 개봉부터 쇼룸 오픈, 신인 감독을 찾기까지 김광회 PD는 하루 24시간이 부족하다. 사업을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아 바쁜 와중에도 그는 공부의 끈을 놓지 않는다. 사이버대에서 문화예술경영을 전공하고, 서강대 언론대학원에서 디지털미디어 석사학위를 받았다. 올해는 가톨릭대 디지털미디어학과 문화콘텐츠 스토리텔링 박사학위 과정을 위해 준비하고 있다.

“배우고 공부한 내용들이 도움이 돼요. 예전에는 애니메이션만 공부해서 작품만 알고 그 방면에 대해서는 몰랐어요. 대중매체를 이해하면서 플랫폼을 구상했고, 언론에 대한 것을 배웠죠. 또 문화예술경영을 통해 연극이나 공연과 결합할 새로운 시장도 알게 됐고요. 무엇보다 모든 것의 기본은 스토리텔링인 것 같아요. 그래서 관련 내용으로 박사학위 과정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김광회 PD는 ‘즐기지 않으면 할 수 없는 일’이라고 말한다. 강한 책임감으로 애니메이션계를 이끄는 그는 오늘도 바쁜 일정을 쪼개 뛰어다니고 있다.
  • 2017년 04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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