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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보다 사람에 취해요

안상휘 tvN 〈인생술집〉 총괄 프로듀서

1인 가구가 늘면서 혼자 술을 마시는 ‘혼술’ 인구도 늘고 있다. 케이블 채널 tvN의 예능 프로그램 〈인생술집〉이 3월의 봄처럼 ‘혼술인’들의 마음을 설레게 하고 있다. 마포구 연남동에 위치한 세트장에서 술집 주인장처럼 따뜻한 〈인생술집〉의 안상휘 총괄 프로듀서(CP·Chief Producer)를 만났다.
‘혼술’ 하며 보기 좋은 ‘술방’

이런 프로그램이 있을까. 술자리가 무르익을수록 신동엽, 탁재훈, 김준현 세 MC와 게스트의 얼굴이 익어간다. 눈빛은 기분 좋게 반쯤 감기고, 말은 느릿느릿해진다. 방송을 보고 있노라면 그들과 함께 술을 먹는 기분마저 든다. 방송에서 쉽게 보지 못한 진짜 술자리가 TV 속에서 벌어지고 있다.

“술자리는 일단 재밌어요. 달아오르면 짓궂게 농담도 하고 때로는 진지한 얘기도 해요. 심지어 흥이 오르면 노래 한 소절을 뽑기도 하죠. 말 그대로 날것의 인생을 보여주는 토크쇼를 만들고 싶었어요.”

프로그램 속 ‘인생술집’에서는 통기타 반주에 맞춰 MC와 게스트가 노래에 취한다. 첫 회에 배우 조진웅이 부른 ‘낭만에 대하여’는 시작부터 큰 화제가 되기도 했다.

“MC와 게스트가 방송 프로그램을 만들고 있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조진웅씨는 촬영 때마다 불러달라고 해요. 사무실도 세트장이랑 가까운 곳에 있어 오기 편하다고요. 모두 일이라고 생각하지 않고 그냥 편안한 술자리라고 생각하죠. 실제로 매주 촬영 날마다 카메라를 다 접어도 술자리가 계속될 정도니까. 보통 촬영이 새벽 1~2시에 끝나는데 술자리는 4시까지 계속되곤 해요(웃음).”

〈인생술집〉의 술자리가 사실적인 이유는 알코올에만 있는 게 아니다. 촬영할 때에 카메라는 최대한 출연진이 보이지 않는 곳에 두고 PD와 작가들은 세트장 구석에 숨는다. 세트장 또한 진짜 술집처럼 꾸몄다. 미술감독이 해외에서 공수해온 피아노, 선반, 시계 등의 소품이 안락함을 주고 여러 주종에 맞는 술잔들, 술로 가득 채워진 냉장고가 분위기를 더한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진열장이다. 방송에서 소개한 ‘그날의 술’과 함께 게스트의 기념사진이 걸려 있다. 단, 진열장에 양주는 없다.

“원래는 전 세계 술을 다 다루고 싶었어요. ‘인생술집’ 모토가 럭셔리가 아닌 ‘술보다 사람에 취하는 인생술집’인데, 코냑이나 와인이 있으면 얼마나 위화감이 들겠어요. 더 많은 대중이 편하게 즐길 수 있는 술자리가 됐으면 했죠.”


〈SNL〉 시리즈에서 〈인생술집〉으로


안상휘 CP의 공식적인 필모그래피는 간단하다. 2011년부터 지금까지 약 7년간 총괄하고 있는 총 8편의 〈SNL〉 시리즈가 그의 대표작이다. ‘안상휘 CP 하면 〈SNL〉이다’라고 말할 정도다. 지난해부터는 ‘술’을 소재로 한 드라마 〈혼술남녀〉와 토크쇼 〈인생술집〉을 통해 이전과는 다른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약간 농담 섞어 말하면, 편하게 방송을 만들고 싶었어요. 〈SNL〉은 힘들거든요. 잘 짜인 연극 같은 프로그램이에요. 한국 코미디 프로그램 중에서 작가진의 규모가 제일 크죠. 다른 코미디 프로그램은 한두 명의 작가를 두고 개그맨들이 개그를 다 만들지만 〈SNL〉은 작가들이 내용부터 즉흥성까지 다 만들어요. 매주 새로운 연극 대본을 쓰는 것 같죠. 정말 힘든데, 들인 노력만큼 결과가 안 나올 때가 많았죠. ‘그렇게 노력했는데, 시청률이 왜 이만큼밖에 안 나오지?’ 스트레스가 엄청 컸죠. 심지어 작년에는 결핵에 걸린 채 촬영을 진행했어요.”

결핵을 치료하는 동안 그는 술을 입에 댈 수 없었다.

“어쩌면 술에 대한 갈망으로 〈인생술집〉이 탄생한지도 모르겠어요. 잘 마시는 편이 아니지만, 막상 술자리에서 바라만 보는 입장이 되니까, 술이란 게 조금 다르게 보이더라고요. 술 한 잔에 때로는 농담이, 때로는 진지한 얘기가 오가는 걸 보면 술자리만큼 진솔한 자리가 있을까 싶었어요. 또 요새 사람들이 제대로 즐길 게 없어요. 그나마 간단하게 술 한 잔 하면서 쉬더라고요. 시청자들에게 작은 위로가 되는 술자리를 마련하고 싶었어요.”


지난해 10월 종영한 〈혼술남녀〉는 ‘혼술’ 청춘을 위로하며 시청률 5.8%라는 좋은 성적을 거뒀다.

안상휘 CP는 CJ E&M 소속으로, 채널 tvN 예능국 국장이다. 처음부터 예능 전문 PD로 일한 건 아니다.

“음악방송 채널 KM 플레이어의 조연출로 일을 시작했어요. 그 뒤로 직장을 10번 옮겼죠. 프로그램 장르도 드라마나 예능 한 분야를 쭉 한 게 아니에요. 특히 프리랜서 때는 일이 귀해 아무 장르나 다 했어요. 애니메이션, 드라마, 심지어 어린이 방송도 연출했어요. 말 그대로 닥치는 대로 다 했죠.”

그는 실패를 경험하는 것에 익숙하다. 30대 후반에는 1년 동안 직장이 없기도 했다. tvN 개국과 함께 재취업에 성공하면서 상황이 풀리길 바랐지만 연출한 드라마마다 좋은 성적을 내지 못했다. 40대 초반까지도 명절이면 친척들로부터 “뭐 하고 다니냐”는 말을 들어야 했다.

“21년째 PD로 일하는데, 이 중 15년간 성공한 프로그램이 없었어요. 신동엽씨가 한번은 ‘형은 연출을 이렇게 잘하는데, 그동안 왜 빛을 발한 게 없어?’라고 물었어요. ‘그냥 이래저래 해 봤는데 잘 안 됐어’라고 답했죠. 그때 동엽씨 말이 ‘그런 형이 좋아. 젊을 때 실패를 해봐야 돼’였어요. 저도 그렇게 생각해요. 처음부터 성공하면 오래 가기 힘들어요. 처음의 성공이 공식처럼 생각되거든요. PD는 성공보다 실패를 통해 훨씬 많은 걸 배워요.”


실패를 통해 배우다


그는 스스로 ‘실패한 PD’라서 더 겸손한 자세로 후배들에게 조언할 수 있는 것 같다고 말한다. PD 지망생들에게도 “사회적 존경 같은 것을 꿈꾸지 말라”고 강조한다.

“시청자들이 무엇을 좋아하는지 정확히 예측할 수 없기 때문에 PD란 직업은 많은 실패를 겪을 수밖에 없어요. 온전히 프로듀싱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PD가 되길 바라죠.”

안상휘 CP에게 소망이 있다면 지금 진행하는 모든 프로그램이 장수하는 것이다.

“미국 SNL이 올해로 42주년이에요. 머리가 하얀 사람들이 연출하고 카메라 감독 하고 그래요. 그들을 보면 ‘한 프로그램을 오래 제작한다는 게 정말 멋지구나!’ 생각이 들어요. 저도 나이가 들어도 젊은 사람들과 스스럼없이 대화할 수 있는 마인드를 가지고 일하고 싶어요.”

올해 그는 50대에 접어들며 인생의 분수령에 서 있다.

“지금까지 앞만 보고 달려왔어요. 앞으로는 제 공력이 100%라고 할 때, 제작하는 프로그램에 전부를 쏟기보다 분배를 하고 싶어요. CP로서, 선배로서. 프로그램을 잘 만들어 후배한테 넘겨주는 게 제 연출 인생 후반부에 보람 있는 일이 될 거라 생각해요.”

요즘 그는 후배인 오원택 PD에게 〈인생술집〉의 진행 대부분을 믿고 맡긴다. 다른 사람의 앞에 서기보다 옆에서 함께하는 편안하고 유연한 사람이 되고 싶다고 했다. 그는 이미 후배들에게 든든한 울타리가 되어 있었다.
  • 2017년 03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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