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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심 속 ‘문화예술의 허파’ K현대미술관

김연진 관장

글 : 서경리 기자  / 사진 : 김선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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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현대미술관은 등장부터 파격이었다. 트렌드가 발 빠르게 바뀌는 서울 강남의 한복판인 데다 규모도 크다. 거기에 연중무휴로 밤 10시까지 운영한다니 기존 미술관과는 전혀 다른 발상이다. 도심 속 문화예술의 허파로 우뚝 선 K현대미술관을 찾았다.

사진제공 : K현대미술관
김연진 관장
투명 유리의 현대식 빌딩은 하늘을 담아낸 캔버스처럼 확연하다. 건물 위에 쓰인 ‘K Museum of Contemporary Art’라는 빨갛고 작은 간판이 강렬한 대비를 이룬다. 미술관 문을 열고 들어서면 번잡한 도시의 소음이 사라지고 탁 트인 공간으로 빨려 들어간다. 로비의 통창으로 햇살이 들어와 전시장을 비추고 넉넉한 여유 공간이 방문객을 반긴다.

“이곳 유동 인구가 하루 9000여 명입니다. 출퇴근하는 직장인, 여가로 나온 사람들, 관광객 등 주변을 오가는 이들 중에서 주중 3000명, 주말 6000명만 들른다면 대중 미술관의 존속이 가능하겠다는 계산이었죠.”


강남 압구정 대중교통 요지를 파고든 문화공간

K현대미술관의 개관전 〈비포 더 비기닝 앤드 애프터 디 엔드(Before the Beginning and After the End)〉.
한국의 전통과 현대미술을 아우르는 대규모 전시로 박생광·전혁림·육근병·이용백·홍경택·정진용의 작품을 선보인다.
김연진(50) 관장의 확신에 찬 목소리는 그간 실행에 옮겨온 날들에 대한 믿음이다. 부지 선정 3년, 미술관 건립 펀드 조성 2년, 건물 신축과 완공 1년에 이르기까지 6년의 준비 기간이 걸렸다. 느리지만 차근차근 계획대로 준비했다.

“K는 제 성에서 땄어요. 사람들이 코리아(Korea)라고 받아들일 수도 있죠. 한국을 대표하는 미술관을 목표로 해요. 뉴욕이나 런던, 파리에 있는 사립 미술관에 비하면 규모가 작은 편이죠. 작년에 재개관한 뉴욕 휘트니 미술관이 1500평(4958㎡)에 부대 공간이 많은 데 비해 우리는 전체를 합쳐 1300평(4298㎡)에 공간 대부분을 전시장으로 쓰고 있죠. 부대시설이 부족해요. 장기적으로 확장해 갈 계획이에요.”

건물은 모두 8층 규모로 지하 2층과 옥상을 제외한 6개 층이 전시장이다.

“층고가 6m예요. 8m 높이를 원했는데 생각보다 낮게 지었어요. 건축할 때 시간도 오래 걸리고 건축비가 많이 나오니까 어쩔 수 없었죠. 현대미술은 작품 사이즈가 점점 커지고 있어요. 이번에 ‘엔젤 솔저’를 전시한 미디어아티스트 이용백 선생님의 작품 중 고래 시리즈는 작품 높이가 6m, 길이가 10m예요. 기존의 미술관은 증축할 수밖에 없죠.”

K현대미술관은 강남 압구정의 중심이자 대중교통의 요지에 자리한다. 지하철역에서 200m 거리에 있고, 강남을 지나는 대부분의 버스 노선이 거치는 곳이다. 김 관장은 “대중교통이 발달하고 상업지역으로 완벽한 곳이 미술관에 최적의 공간”이라고 한다.

K현대미술관 내부.
김연진 관장은 경기 용인에서 이영미술관을 건립하고 운영해온 김이환・신영숙 부부의 딸이다. 이화여대 대학원에서 영문학 석사를 받고 미국으로 건너가 미술사학을 공부했다.

“하버드 대학교에서 석사 과정을 2년 하고 시카고 대학으로 갔어요. 작품 자체를 분석하기보다 전시이론을 공부하고 싶어서였죠. 시카고 대학 안에는 전시만 전문으로 하는 기관이 있어요. 1910년 초기 작품부터 시작해 현대 유명 작가 작품까지 아카이브가 상상을 초월하게 잘 되어 있죠. 그곳에서 슬라이드를 만드는 것부터 시작해 작품 설치까지 다양한 경험을 쌓았어요.”

9년여 동안 미국에서 전시이론과 경험을 쌓고 한국에 돌아온 김 관장은 백남준미술관 건립추진위원회를 시작으로 사립미술관협회 상임이사, 광주비엔날레 자문위원, 서울시 문화예술정책과 미술관정책심의위원 등을 맡으며 한국 미술계를 경험했다. 또 이영미술관 관장과 부관장을 지내며 250여 회의 전시를 기획 감독하며 능력을 발휘했다.

김 관장은 사립 미술관의 한계를 인력에서 찾았다. 그는 국가에서 지원을 받는 학예사 제도의 문제점을 인식하고 인재를 키워야 한다고 생각했다.

“우리 미술관이 인력의 허브가 됐으면 좋겠어요. 큐레이터도 얼마든지 관리자가 될 수 있어요. 한 사람이 오너십을 가지고 20년 이상 운영하는 것은 중요해요. 국공립 미술관과는 다르죠. 누구보다 전문성이 있고 인적 네트워크를 가져야 할 수 있는 일이에요.”


K현대미술관의 경쟁자는 영화관

1층 로비에서 열린 〈로비스트 쇼(Lobbyist Show)〉. 강정헌·고명근·구성수·박선기·유봉상·임상빈·정현의 작품을 옴니버스 형식으로 전시한다.
김 관장의 경영철학은 파격적이면서 공격적이다. ‘경쟁자는 오로지 영화관’이라고 말한다. 그는 카페형 갤러리를 표방하며 1층 로비에서는 음식을 먹을 수도 있고 사진 촬영도 가능하게 했다.

“영화관처럼 미술관도 얼마든지 즐길 수 있다는 것을 알려주고 싶었어요. 이곳은 유동 인구가 많아 24시간 불을 밝히는 지역이에요. 사실 낮에 미술관 가기 힘들잖아요. 늦은 시간까지 문을 열어서 많은 이들이 미술관을 찾을 수 있도록 했어요.”

김 관장은 미술관이 작가나 연구자만을 위하거나 미술품 소장 공간이 아닌, 공익적이고 사회적 책무가 강조된 공간이길 바랐다. 그러기 위해서는 대중과의 소통이 중요했다. 모든 연령층이 쉽게 이해하며 재미있게 즐길 수 있는 색다르면서도 친숙한 공간이 그가 생각해온 미술관이다. 그러면서도 확고한 신념이 있다. 바로 블록버스터급 전시를 하지 않겠다는 거다.

“미술관을 연다고 하니 주변에서 ‘그러면 너희도 밀레나 피카소 전시 하는 거야?’라고 물어요. 그런 전시는 관람객을 불러들이기에는 쉬운 길이겠지만 반대로 미술관을 망치는 지름길이에요. 미술관을 찾는 사람들은 제한되어 있어요. 그 안에서 샤갈이나 고갱, 앤디워홀만 보여준다는 것은 관람객을 편식시키는 것과 같아요. 익숙해졌기 때문에 다른 전시를 보려 하지 않아요. 아무리 질 좋은 전시를 준비해도 외면받을 수 있죠. 한국뿐만 아니라 전 세계 미술관이 똑같아요. 우리는 그런 전시를 굳이 할 계획이 없어요.”

김 관장은 대한민국 어떤 작가가 해외 메이저급의 전시장을 가도 동등한 대우를 받을 수 있도록 길을 여는 게 중요하다고 말한다.

“앞으로 국제교류전에도 초점을 맞출 거예요. 한국 작가를 해외에 소개하고 해외 아티스트 발굴에도 노력해야죠. 말 그대로 우리가 익시비션 머신(exhibition machine)인 거죠. 미술관은 소장품보다도 전시가 중요해요. 앞으로는 층마다 전시를 달리할 계획이에요. 티켓 하나로 트렌디한 전시나 정통 파인아트 등 관람객의 취향에 맞춰 보게 하는 거죠. 또 상설 전시 프로그램도 넣고요. 그래서 공간이 부족하다는 거예요.”

K현대미술관이 오픈한 지 석 달도 채 지나지 않았는데 벌써 2관을 계획하는 김연진 관장의 치밀함이 놀라웠다. 되돌아보면 한 번도 쉬운 길을 택한 적이 없다는 그다. 두려워하지 않고 끊임없이 도전하는 정신으로 지금의 자리까지 왔다. ‘대중을 위한 전시관’을 꿈꾸는 김 관장의 모험과 실험이 한국 미술계를 어떻게 선도해갈지 궁금하다.
  • 2017년 03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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