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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들에게 꿈과 희망을 주고 싶어요

‘터닝메카드’ 열풍 주역, 홍헌표 감독

글 : 최선희 객원기자  / 사진 : 김선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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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봉도 되기 전, 예매율만으로 무비차트 10위 안에 진입하며 극장가에서 화제가 되고 있는 작품이 있다. TV 시리즈의 인기에 힘입어 극장판으로 제작된 〈터닝메카드W: 블랙 미러의 부활〉이 그 주인공. 터닝메카드는 우리나라 감독이 국내 자본으로 제작한 순수 창작 애니메이션으로 최근 이렇다 할 작품이 없었던 국내 애니메이션 시장에 활기를 불어넣고 있다. 일주일에 한 번 〈터닝메카드W〉가 방송되는 저녁 시간이면 전국의 어린이들을 TV 앞으로 불러 모으는 터닝메카드 열풍의 주역, 홍헌표 감독을 만났다.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춘 애니메이션

크리스마스 선물 특수 기간이기도 했던 지난 연말, 대형마트 장난감 매대는 터닝메카드를 구입하기 위한 고객들로 북새통을 이뤘다. 인기 제품은 진열되자마자 일찌감치 품절되는 사태까지 벌어졌다. 전년에 이어 2년째 벌어지는 진풍경이다. 터닝메카드는 작은 자동차들이 카드와 결합하며 변신하는 형태로, 2015년 KBS2 TV에서 첫 방송된 이후 지금까지 완구 매출 1위 자리를 굳건히 지키고 있다.

단순해 보이는 미니카 장난감에 모험담을 입혀 흥미진진한 애니메이션으로 탄생시킨 홍헌표 감독은 개봉을 앞두고 만난 자리에서 “극장판은 내게도 첫 도전이라 설레고 긴장된다”며 소감을 밝혔다.

“TV 방송용과 비교하면 스케일과 디테일이 다르다는 점이 가장 큰 차이입니다. 감독으로서는 제가 보여주고 싶은 것들, 하고 싶었던 것들을 마음껏 시도해 볼 수 있어 좋았어요. 하지만 TV 방송은 한 작품을 시리즈물로 길게 끌고 가는 재미가 있기 때문에 또 그 나름의 매력이 있어요. 이번 극장판은 TV 애니메이션보다 기대치가 더 높아서 그만큼 부담이 컸지만 최선을 다했습니다. 우리 기술력이 일본 애니메이션과 비교해 뒤지지 않는다는 걸 보여주고 싶기도 했고요.”

터닝메카드는 완구업체인 (주)손오공이 새로 출시할 장난감을 주인공으로 한 애니메이션 제작을 홍 감독에게 의뢰한 데서 출발했다. 홍 감독은 ‘위기의 순간 미니 자동차들이 막강한 힘을 가진 존재로 변신하며 악의 세력으로부터 지구를 구한다’는 이야기의 얼개를 짜고, 그에 맞는 캐릭터를 만들었다.


터닝메카드의 인기 요인에 대해 그는 “작은 자동차들, 변신 로봇, 카드 등 기존 애니메이션에 등장하는 다양한 요소를 독특한 방식으로 융합한 것이 주효했던 것 같다”며 “종이에 수작업으로 그림을 그리는 전통 애니메이션 기법에 특수효과 부분만 3D로 따로 제작해 덧씌우는 방식이라 따뜻하고 섬세한 영상미를 느낄 수 있다는 것도 색다르게 느껴지는 부분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아이들의 공감을 얻기 위해 눈높이를 맞춘 것도 성공 요인으로 꼽힌다. 당시 초등학교 1학년이었던 홍 감독의 딸을 비롯해 함께 일하던 연출부 직원들 모두 어린 자녀를 두고 있던 터라 큰 도움이 되었다고 한다.

“꾸준히 시험 영상을 만들면서 아이들이 어떤 부분에서 반응하는지를 관찰했어요. 아이들의 시선은 어른들과는 확실히 다르더라고요. 남자아이들과 여자아이들이 관심을 보이는 대목도 달랐고요. 남자아이들은 보통 누가 더 센 캐릭터인가에 흥미를 느끼고, 여자아이들은 색감이나 자동차의 섬세한 움직임 등에 관심이 많았어요. 애니메이션을 만들기 위해서는 인간에 대한 이해가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것을 새삼 깨달았습니다.”

KBS2 TV에서 주 1회 방송되는 〈터닝메카드〉의 2015년 시즌1 마지막 회(52화)의 수도권 시청률은 14.2%로 지상파 애니메이션 시청률 전국 1위를 기록한 바 있다. 지금까지 총 78편이 방송됐고, 2019년까지 방송 일정이 편성돼 있다. 계획대로라면 애니메이션 한 작품이 5년간 이어지는 셈이다.


애니메이션 감독을 꿈꾸며 무작정 일본으로


올해로 애니메이션 연출 17년 차인 홍 감독은 일본 도쿄 커뮤니케이션 아트 칼리지를 졸업하고 일본의 대표적 애니메이션 제작사인 ‘그룹 타크’에서 10년간 연출자로 일했다. 당시 15 대 1의 경쟁률을 뚫고 한국인 최초 입사라는 기록을 세웠던 그는 입사 1년 만에 연출자로 발탁돼 100여 편의 작품을 만들었다.

탄탄대로를 걸어 온 듯 보이지만 애니메이션 감독이 되기까지 그는 먼 길을 돌아왔다. 어려서부터 미술을 좋아했고, 애니메이션과 관련된 일을 하고 싶었지만 부모님의 반대로 미대 대신 정치외교학과를 선택했다. 졸업 후에는 메트라이프생명에 입사해 대출심사를 담당하는 신입사원으로 사회에 첫 발을 디뎠다. 안정적인 직장에 취업했다는 이유로 주변에서 축하 인사를 많이 받았지만, 정작 그는 전혀 행복하지 않았다.

결국 1년 3개월 만에 사직서를 냈다. 그러고는 가족의 거센 반대를 뒤로하고, 무작정 일본으로 떠났다. 어린 시절 〈미래 소년 코난〉을 보고 또 보며 애니메이션 감독의 꿈을 키웠던 그에게 일본은 ‘꼭 가야 하는’ 곳이었다.

“일본어는 아예 한 마디도 할 줄 몰랐는데 어떻게든 애니메이션 학교에서 공부하고 싶다는 일념으로 정말 열심히 공부했어요. 1년간 어학연수 과정을 마치고 곧바로 애니메이션 전문학교에 입학해 공부를 시작했죠. 물가 비싼 도쿄에서 생활해야 하니 아르바이트도 많이 했는데 힘든 줄 몰랐어요. 하고 싶은 공부를 하고 있고, 또 그 길을 향해 가는 과정에서 얻는 행복감이 커서 그랬던 것 같아요.”


그가 일본에서 가장 부러웠던 건 그들의 완벽한 제작 시스템과 애니메이션에 대한 사회적인 인식이었다고 한다. 애니메이션 시장이 넓다보니 작품에 대한 투자도 활발하고, 선순환을 통한 지속적인 발전이 이루어진다는 것. 그는 “그에 비해 우리는 여전히 주먹구구식이 많고, 애니메이션을 통해 성공한 롤 모델이 없으니 재능 있는 젊은이들이 꿈을 키우기 어려운 구조”라며 안타까워했다.

“한국과 일본 모두 처음에는 미국 애니메이션의 하청으로 시작했지만, 일본은 그 단계를 뛰어넘어 미국과 어깨를 나란히 할 만큼 세계적인 애니메이션 강국으로 성장했습니다. 우리나라도 기술력은 매우 뛰어나기 때문에 여기에 창의적 스토리와 연출력을 더하면 충분히 경쟁력이 있습니다.”

앞으로의 계획을 묻자 그는 “어린이들에게 꿈과 희망을 주는 작품을 만들고 싶다”며 환하게 웃었다. 애니메이션 감독으로서 롤 모델이 되고 싶다는 말도 덧붙였다. 애니메이션 제작자가 한국 사회에서 그래도 도전해볼 만한 좋은 직업이라는 것을 알려주고, 애니메이션에 관심 있는 많은 젊은이가 이 일에 뛰어들기를 바라는 마음에서다. 함께 꿈꾸는 사람이 많아질수록 발전의 속도도 빨라진다는 것을 믿기 때문이다.
  • 2017년 02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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