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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시생 갑순·갑돌, 2030세대의 초상

인기 드라마 〈우리 갑순이〉 주역 송재림·김소은

“갑순·갑돌이라는 이름은 친숙하잖아요. 키우는 개 이름에도 많고요.” 극(劇) 중 이름이 마음에 드는지 묻자 ‘갑돌’이 천진하게 답한다. 옆구리 툭 치며 눈치 주는 ‘갑순’. 티격태격 장난치는 모습이 천생 연인이다. 배우 송재림(31)과 김소은(27)은 재작년 1월 MBC 〈우리 결혼했어요〉에서 가상 부부로 호흡을 맞추며 대중에게 이름을 알렸다. 이름을 한 글자씩 따 ‘소림 커플’이라 불리던 이들은 1년 후 ‘순돌 커플’로 재회한다. 시청률 16.1%(닐슨코리아·유료플랫폼 기준)를 돌파하며 토요 드라마 선두를 수성 중인 〈우리 갑순이〉의 두 주역을 SBS 일산 제작센터에서 만났다. “39화 촬영을 막 마치고 달려온 길”이라고 했다.
〈우리 갑순이〉는 공시생(公試生) 연인과 부모 세대의 졸혼(卒婚), 이혼·재혼 등 연령대별로 시대상을 반영한 인물들이 등장한다. 은퇴한 갑순 아버지의 이름은 ‘신중년’(장용), 평생 남편 뒷바라지하던 갑순 어머니의 이름은 ‘인내심’(고두심)이다. 이 부부가 황혼 이혼의 위기를 ‘졸혼’(결혼을 졸업한다는 뜻의 신조어)이라는 방식으로 극복해 중·장년 세대를 대변한다면, 갑순·갑돌 커플은 사랑하지만 돈이 없어 결혼할 엄두를 못 내는 2030세대의 서글픈 현실을 대변한다.

김소은은 “현실을 반영한 시나리오에 끌려 출연을 결심했다”고 했다. 김소은이 맡은 ‘신갑순’은 임용고시를 거듭 낙방하다가 교사를 포기하고 청소 업체를 창업하는 인물. “멀리서 찾을 필요도 없어요. 실제로 제 주변에 갑순 같은 친구들이 많아요. 마음처럼 취업 여건이 따라주지 않아 속상해하는 친구들, 노력이 결실을 보지 못해 힘들어하는 친구들요.”

“우리는 늘 노력에 배신당하면서 살아.” 연하 여자친구에게 조언하는 오빠처럼 허갑돌 역 송재림이 말한다. “신림1동에서 태어나 고시생이 밀집한 신림9동에서 자랐어요. 늘 공시생 곁에 있었던 셈이죠.” 송재림은 2003년 중앙대 전기전자공학부에 입학했다가 중퇴했다. “대학 입학 때쯤 ‘공무원 붐’이 일었어요. 대기업도 마다하고 공무원 되려는 학생들이 전공 상관없이 도서관에 즐비했죠. 친구 녀석 한 명은 고시 시작하고서 못 끊던 담배를 끊었습니다. 부모님께 손 벌리는 형편에 돈 아낀다고요. 작품 준비하면서 이 친구들 생활 패턴을 떠올렸어요. 7급 공시생 허갑돌은 제 친구들의 초상(肖像)입니다.”


시청률 꼴찌로 출발한 ‘대기만성’ 드라마


시청률 6.8%로 출발해 20주간 한 번도 10%를 넘지 못하던 이 드라마는 종반부에 접어든 지난해 12월 중순 반전을 이뤄낸다. 동 시간대 경쟁작인 MBC 〈불어라 미풍아〉를 0.2%의 근소한 차이로 따돌리더니 이후 방송에선 매회 최고 시청률을 경신한 것. 〈우리 갑순이〉는 매주 토요일 오후 8시 45분부터 2회가 연속 방송되는 ‘토요 드라마’다. “‘대기만성 드라마’랄까요. 꼴찌로 시작해 차츰차츰 시청률이 올라 동 시간대 1위에 올랐으니 ‘고진감래 드라마’이기도 하고요.”(송재림)

김소은은 첫 ‘타이틀 롤’(title role·작품 제목과 같은 이름의 등장인물)을 맡은 부담감을 토로했다. “명색이 제 이름 ‘갑순’을 내건 드라마잖아요. 설렘만큼 책임감과 불안감이 컸지요. 시청률이 부진할 땐 그래도 자책하기보단 더 갑순화(化) 되려고 노력했어요. 공부 포기하고 청소사업 시작할 정도로 갑순은 강단 있고 제 앞가림 잘하는 인물이니까요.”

한데 반전의 열쇠를 물으니 “무릎 연골”이라는 답이 돌아온다. “20화 언저리쯤 가파른 언덕에서 갑돌이 갑순을 업고 뛰어 내려가는 장면이 있었어요. 무릎 안 좋은 오빠가 저를 업고 열연하다가 그만….” 말 끝나기 무섭게 송재림은 손바닥으로 무릎을 비볐다. “같이 엎어졌어요. 큰 부상이 아니라 다행이었지만 오빠가 무릎 연골을 다쳤어요. 액땜이라고 생각하자, 말했는데 그때부터 시청률이 반등했어요(웃음). 맞죠?” 김소은과 눈 마주친 송재림은 “너 갑자기 존칭 쓴다”며 타박했다. “넘어지는 와중에도 소은이 안 다치게 하려고 왼팔로 받쳤어요.” 잘잘못을 두고 한동안 신경전이 오갔다.


전장에 출정한 전우(戰友) 관계

연기 호흡은 어떨까. “전우애를 느껴요.” 김소은을 바라보던 송재림이 말했다. “전장(戰場)으로 함께 나선 전우처럼 끈끈한 전우애를 공유해요. 힘들 때면 서로 의지하고 챙겨주는 관계죠. 둘이 붙어 있는 장면이 많다 보니 촬영장에서 대화도 가장 많이 나누고요.” 김소은도 거든다. “날씨가 너무 추워서 짧은 야외 촬영에도 금세 얼굴이 얼어요. 바스트(Bust shot·머리부터 가슴까지 나오는 장면) 촬영 때면 먼저 들어가는 사람에게 손난로를 몰아줘요. 전우라서 가능한 거지?(웃음)”

지난해 12월 종영 예정이던 드라마는 4개월 연장됐다. 결혼 승낙과 번복이 반복되는 전개에 피로감을 호소하는 시청자도 생겨났다. 김소은은 “현실에서 맞닥뜨리는 문제들 가운데 명료하게 해결되는 문제는 몇 없다”면서 “실타래처럼 꼬인 상황들이 되레 답답한 현실을 반영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송재림은 “해피엔딩으로 가는 ‘과정’에 주목해주셨으면 한다”는 바람을 전했다. “드라마 연장은 마라톤으로 치면 결승선이 저만치 뒤로 간 거잖아요. 체력적으로는 힘들겠지만 4개월 넘게 갑돌로 살았으니 ‘결자해지’ 잘하고 싶어요.”

드라마 〈우리 갑순이〉.
두 사람이 그리는 〈우리 갑순이〉의 마지막 장면은 어떤 모습일까. “꼬인 실타래가 풀려야죠.” 김소은이 맞잡은 양손을 풀며 말했다. “갑순·갑돌부터 해혼(解婚)한 갑순의 부모님, 재혼한 남편의 전(前) 부인 문제로 골머리를 앓는 갑순의 언니 재순까지 가족 모두가 저마다 문제를 안고 있어요. 가족은 결국 ‘화합’하잖아요. 가족 구성원 각자에게 산적한 문제들이 모두 잘 해결됐으면 합니다.”

“불시에 누군가 죽어나가진 않을 거예요.” 송재림은 잠시 생각에 잠겼다. 머릿속으로 마지막 장면을 상상하는 듯 보였다. “출연진 각자가 자신에게 얽힌 문제를 알고 있어요. 종국에 그 문제를 해결해야 드라마가 끝난다는 사실도 알고요. 문영남 작가님이 그 풀이 과정을 잘 그려주실 거라 생각합니다. 결말보다는 응원이 필요해요. 우여곡절을 겪어온 순돌 커플에게 차라리 헤어지라고 말씀하시는 분들이 많아요. ‘10년 차 연인’이라는 극 중 설정처럼 오랜 시간 숱한 난관을 헤쳐 온 두 사람이잖아요. ‘이제 그만’보다는 ‘이제부터’라면서 갑순·갑돌을 지지해주세요.”

인터뷰가 끝나자마자 두 사람은 대본을 집어 들었다. 손때 묻은 대본은 모서리가 돌돌 말려 있었다. 김소은은 “드라마 전개가 궁금하다고 동생이 대본을 몰래 훔쳐봤다”면서 “인기를 이럴 때 실감한다”며 웃었다. 촬영장으로 돌아가는 길, 일산 제작센터 곳곳에 〈우리 갑순이〉 출연진의 모습이 보였다. “일주일 내내 촬영해요. 월요일·화요일은 세트장, 수요일부터 토요일은 야외. 하루 쉴 때도 대본 봐야 해요. 밀리지도 않아. 이젠 내가 송재림인지, 갑순이인지 헷갈려!” 위로하듯 어깨를 툭툭 두드리던 김소은이 한숨 쉬며 말했다. “정신 차려. 오빠는 갑순이 아니고 갑돌이야.”
  • 2017년 02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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