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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대 후 내 얼굴, 생각만 해도 설레요”

올해 초 입대하는 배우 서인국

요즘 유행어 중에 ‘멍뭉미’라는 말이 있다. 강아지처럼 귀여워서 쓰다듬어주고 싶은 매력을 뜻한다. 최근 종영한 MBC 수목드라마 〈쇼핑왕 루이〉에서 주인공 서인국(29)은 그 말에 딱 맞아떨어지는 캐릭터를 보여줬다. 순진무구하고 깜찍한 부잣집 아들 역할을 천연덕스럽게 소화해내 ‘멍뭉미 폭발’이라는 찬사를 받으며 여성 시청자들 마음을 녹였다.
‘멍뭉미’로 시청자 사로잡은 얼굴 천재

종영 후 인터뷰 자리에도 서인국은 등에 커다란 강아지가 그려진 스웨터를 입고 나왔다. “강아지를 의인화하는 연기를 한다고 생각하고 실제 강아지 사진을 보며 캐릭터를 연구했다”는 깜짝 놀랄 이야기를 했다. “주인공 루이는 사랑받으려고, 귀여워 보이려고 일부러 애쓰는 인물은 아니에요. 하지만 혼자 끙끙 앓고 토라지고 기뻐하는 루이가 꼭 강아지처럼 느껴지더라고요. 진짜 강아지가 되어보기로 결심하고 SNS에서 인기 끄는 사진들을 찾아봤죠. 졸릴 때, 배고플 때, 장난칠 때 등 상황에 따라 귀여운 강아지 표정과 몸짓을 흉내 내봤어요.”

서인국은 “실제 내 성격과는 많이 달라서 민망하기도 하고 시청자들에게 어떻게 보일까 걱정도 했죠. 그런데 이전까지 한 번도 칭찬해준 적 없던 울산 고향 친구들에게 가장 먼저 반응이 왔어요. ‘이제야 네 연기가 좀 볼만하다’고요. 정말 기분 좋았죠”라고 말했다.

서인국을 보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 중 하나가 케이블 채널 Mnet 〈슈퍼스타K〉다. 그는 최근 8번째 시즌이 마무리된 이 오디션 프로그램의 초대 우승자로 2009년 데뷔했다. “요즘도 저는 그 방송을 제대로 못 봐요. 제가 출연하는 것이 아닌데도 그 무대에 올랐던 순간 느꼈던 간절함이 떠올라서 자꾸 눈물이 나요. 노래하는 장면이 나올 때는 참가자가 실수할까봐 조마조마하고, 심사평이 나올 때는 너무 떨려서 아예 못 보겠어요.”

MBC 드라마 〈쇼핑왕 루이〉
노래 잘하는 동네 청년에서 가수로, 가수에서 배우로, 연기 초보에서 주연급 배우로 서인국은 발전과 변신을 거듭해왔다. 최근엔 활발한 연기 활동으로 더욱 박수를 받는다. 2012년 KBS 드라마 〈사랑비〉 조연으로 연기를 시작해 그해 tvN 〈응답하라 1997〉 남자 주인공 윤윤제 역으로 크게 주목받았다. 2013년 SBS 〈주군의 태양〉 조연에 이어 2014년 tvN 〈고교처세왕〉, KBS 〈왕의 얼굴〉, 이듬해 KBS 〈너를 기억해〉까지 줄곧 주연을 맡았다. 천재 사기꾼 연기로 케이블 채널 OCN 역대 최고 시청률 기록을 세운 〈38사기동대〉 촬영을 끝낸 지 일주일 만에 180도 다른 역할인 〈쇼핑왕 루이〉 촬영에 들어갔다고 한다.

사실 〈쇼핑왕 루이〉는 기대가 크지 않았던 드라마다. 같은 시간 방영된 KBS 〈공항 가는 길〉과 SBS 〈질투의 화신〉에 흥행 보증수표로 통하는 여배우들이 등장했기 때문이다. ‘멜로의 여왕’으로 불리는 김하늘이 스튜어디스로, ‘로맨틱 코미디의 여왕’ 공효진이 기상 캐스터로 각각 출연했다. 쉽지 않은 경쟁 상대였다.

하지만 약체로 평가받던 〈쇼핑왕 루이〉는 예상을 뒤엎고 시청률 11%(닐슨코리아)를 넘나들며 수목극 1위까지 치고 올라갔다. 기억을 잃은 재벌가 남성이 산골마을에서 갓 상경한 여성과 만나 함께 성장통을 겪으며 사랑을 이뤄가는 과정이 아기자기한 동화처럼 그려졌다. 연일 쏟아지는 자극적 뉴스들 탓에 삭막해진 시청자의 마음을 치유하는 맑은 드라마로 사랑받았다. 1회 시청률 5.4%로 출발한 이 드라마가 ‘역주행 신화’를 이루는 데는 애교 넘치는 서인국의 ‘멍뭉미’가 절대적인 역할을 했다.

MBC 드라마 〈쇼핑왕 루이〉
서인국은 “드라마 시작 전 기대가 높지 않다는 건 나도 알고 있었다”며 “결과로 보여줘서 기분이 좋다”고 했다. “만화처럼 자칫 과도해 보일 수 있는 설정이 많은 작품이라서 연기는 과장하지 않으려고 고민 많이 했어요. 때론 촬영에 방해가 될 정도로 감독님, 작가님과 이야기를 많이 나눴고요. 리허설도 누구보다 많이 했어요.” 그는 “악역조차 충분히 이해할 수 있게 그려졌고 드라마 속에 못되고 미운 인물이 한 명도 없었다”며 “완전히 새롭고 색다른 장르에 도전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서인국은 ‘연기 천재’ ‘얼굴 천재’ 같은 별명으로도 불린다. 순발력이 탁월하고, 섬세한 표현에 강하며, 개성 뚜렷한 얼굴에서 다양한 표정을 만들어내기 때문이다. 어떤 작품, 어떤 역할을 맡아도 배우가 드러나는 대신 캐릭터가 살아난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는 오디션 프로그램을 통해 가수가 된 뒤에도 한동안 방송에 출연하지 못하는 등 어려운 시간을 보내다가 준비 없이 갑작스럽게 연기를 시작했다고 한다. 짧은 시간에 어떻게 ‘대세 배우’로 성장할 수 있었던 걸까.

서인국은 연기를 처음 시작했던 시절 일화를 들려줬다. 울산 출신인 그는 드라마 〈사랑비〉 오디션 당시 서울말 억양으로 대사를 소화하지 못해 일부러 경상도 사투리 연기를 해서 합격했다고 한다. 생애 첫 드라마 촬영 날 그의 첫 대사는 주인공 임윤아를 가리키며 친구에게 “쟤가 우리 학교 퀸카야”라고 말하는 것이었다. 특별한 의미가 담긴 것도 아닌데 아직까지 그 대사를 잊지 못한다. “울컥하면서도 후련한 기분, 힘들었던 시간이 한꺼번에 해소되는 듯한 쾌감을 느꼈어요. 아주 오랜만에 스스로를 표현하면서 숨통이 트이는 느낌이랄까. 그때부터 연기에 완전히 빠져든 거죠.”


실제 사건을 연기로 표현하고 싶어


서인국은 사극, 스릴러 등 쉽지 않은 장르와 역할에 거듭 도전해왔다. 가수 겸 연기자로 인정받기까지 그의 성장 과정은 도전의 연속이었다. “남들은 제가 원래 도전을 즐기는 성격이냐고 쉽게 물어요. 사실 저에게는 매 순간이 도전이라기보다 절실함이었어요.” 그는 “하면 할수록 연기는 점점 더 어려워진다”며 “내가 70%만 표현해도 시청자는 100%를 느낄 수 있는 절제된 연기를 하고 싶다”고 말했다.

서인국에게 앞으로 해보고 싶은 연기가 무엇인지 묻자 “무궁무진”이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뉴스에 나오는 실제 사건들을 연기로 표현해보고 싶고요. 반전 있는 역할도 관심 많아요. 예를 들면 사람들은 엄청 나쁜 놈으로 알고 있는데 실제로는 영웅이거나, 반대로 영웅으로 널리 알려져 있지만 사실은 나쁜 놈이거나, 아니면 누가 봐도 나쁜 놈인데 알고 보니 그냥 나쁜 놈이 아니라 완전 극악무도한 인물이거나.”

전날 밤 12시까지 음악 작업을 하고 왔다는 서인국은 가수와 연기자 둘 다 자신에겐 똑같이 중요하다고 했다. “가수 활동에도 늘 최선을 다해왔고요. 노래와 연기 모두 같은 비중으로 충분히 병행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노래를 통해 사람들의 이야기를 대신 말해주는 가수가 되고 싶어요.”

서인국은 군 입대를 준비 중이다. 〈쇼핑왕 루이〉가 그의 입대 전 마지막 작품이 될 가능성이 높다. 〈쇼핑왕 루이〉 출연에 욕심을 냈던 이유 중 하나도 “20대 중반 남성 역할을 해볼 기회를 다시 잡을 수 있을까 생각했기 때문”이라고 했다.

‘얼굴 천재’ 서인국은 벌써부터 제대 후 자신의 얼굴을 기대하고 있었다. “나이 든 남자 배우들은 얼굴만 딱 봐도 연륜에서 저절로 우러나오는 아우라를 갖고 있잖아요. 제대할 때쯤이면 30대가 될 저의 얼굴에도 그런 게 생기지 않을까요. 제가 어떤 얼굴을 갖고 있을지, 제 얼굴이 어떻게 달라질지 생각만 해도 설레요.”

몇 년 뒤 그는 어떤 얼굴로 팬들 곁으로 다시 돌아올까. 더 깊고 편안하고 풍부해진 서인국의 얼굴을 그와 함께 상상해보게 됐다.
  • 2017년 01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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