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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에 빠진 ‘취업 사냥꾼’

화제의 웹툰 - NPC는 전기용의 꿈을 꾸는가?

“… 존엄은, 돈만 벌 수 있다면 존엄은 필요없어?”
“우리 예슬씨… 순서를 잘못 알고 계시네. 돈을 벌기 위해 존엄을 파는 게 아니라, 존엄을 지키기 위해 돈을 버는 거야.”
- 《NPC는 전기용의 꿈을 꾸는가》 중에서
2013년 만화가로 데뷔한 김보통 작가는 늘 관심의 대상이었다. 데뷔작인 《아만자》는 암에 걸린 스물여섯 살 청년의 이야기로 2014년 ‘오늘의 우리 만화’ 문체부 장관상을 수상했고 올해 초 일본에서 정식 출간됐다.

제목에서 유추할 수 있듯 《*NPC는 전기용의 꿈을 꾸는가(이하 엔전꿈)》는 1968년 출간된 필립 K. 딕의 SF소설 《안드로이드는 전기 양을 꿈꾸는가》의 영향을 받았다. 소설을 접하지 못한 독자라면 영화 〈블레이드 러너〉의 원작 소설이라면 이해가 쉬울까? 《엔전꿈》은 소설처럼 디스토피아적 미래 세계를 그린 SF장르는 아니지만, 유심히 살펴보면 소설 속의 세계를 2016년 대한민국의 풍경으로 절묘하게 이식했음을 알 수 있을 것이다.


《엔전꿈》은 안드로이드와 안드로이드를 ‘은퇴’시키는 현상금 사냥꾼 대신 도서관과 학원가에 죽치고 앉은 ‘취업 사냥꾼’, 그러니까 공시생들이 대거 등장한다. 공무원 또는 안정적으로 존엄을 살 수 있는 취직자리를 얻기 위해 ‘시험에 합격하지 않으면 미래는 없다’고 하루에도 열 번씩 되뇌며 인간이 응당 가질 수 있는 모든 사회적 욕구를 깔고 앉아 책만 들여다보는 사람들이 등장한다. ‘예슬’은 그들 중 하나다. 젊으면 노력으로 뭐든 이룰 수 있다며, 무엇이 되고 싶으냐는 어느 사내의 질문에 “NPC”라고 답하는 그녀는 고시 준비 n년째, 반지하 거주(에어컨 없음), 싸구려 편의점 도시락으로 끼니를 때우고 친구도 만나지 않는다. 유일한 취미는 잠시 쉴 때 스마트폰 게임을 즐기는 것. 그녀가 새로 내려받은 게임의 제목은 ‘NPC는 전기용의 꿈을 꾸는가(이하 엔전꿈)’이다. 이것저것 클릭해보니 게임을 시작하기 위해 난이도를 선택해야 하고, ‘쉬움’ 단계를 선택하려면 느닷없이 돈을 내야 한다! 돈 없고 백 없는 예슬의 신경을 묘하게 긁는 게임 속 NPC의 멘트에 낚여 홧김에 5000원 과금 승인 버튼을 누르지만, 그녀의 (실제) 계좌에서 알람이 온다. ‘잔액이 부족하다’고.


예슬은 취업난의 시대, 필사적인 수많은 청년들의 대표 격일 것이다. “돈도 실력이야”라는 누군가의 말처럼 ‘실력’이 없어 많은 기회를 박탈당한다. 미래를 선택하는 게 아닌, 지원하는 옵션밖에 남지 않은 무수한 우리들. 예슬이 엔전꿈이란 묘한 게임에 빠졌다. 수많은 취준생들이, 공시생들이 엔전꿈에 빠졌다. 힘들이지 않고 남들의 부러움을 사려면 돈을 써야 한다는, 자본주의의(그리고 게임의) 당연한 논리를 기분 나쁘게 말하는 게임 속 캐릭터에게 반발하면서도 돈을 쓰며 게임에 몰두한다. 단순한 현실도피일까, 생각하려는 찰나 마법의 단어가 등장한다. ‘취직’. 게임 레벨을 올려 ‘데커드’라는 캐릭터를 잡은 모든 이들을 게임업체에 정식 취직시켜준다는 믿을 만한 정보는 고시학원으로 향하던 사람들을 어느새 들어선 ‘엔전꿈 공략학원’으로 향하게 만든다. 제작사 홈페이지도 열리지 않고, 앱스토어에서도 게임은 자취를 감췄지만 이미 게임을 받은 유저들은 ‘취업 준비’에 몰두한다.


《엔전꿈》은 가상세계인 게임에 현실 문제인 취업을 끼워 넣으며 두 세계의 경계를 흐리게 한다. 그리고 내친 김에 작가는 현실이든 게임이든 그 모호한 세계를 지배하고 설계한 자들의 이야기를 꺼내기 시작한다. 우리가 존엄을 지키기 위해 돈을 벌 길을 헤매도록 설계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쓴웃음이 날 만큼 솔직하게, 작가는 세상을 지탱하는 시스템의 현재를 보여준다. 그러니까 아직 《엔전꿈》은 갈 길이 멀어야만 한다. NPC를 바랐고 인생 리셋을 꿈꿨던 예슬이 자신과 다르지 않은 많은 청춘과 함께 메시지를 의심하고 메신저를 공격하고 시스템을 무너뜨리는 상상을 해본다. 현실, 현실과 다르지 않은 게임 혹은 현실과 다르지 않은 게임 세상을 그린 웹툰 속에서.

글·그림 : 김보통 / 엔씨블로그 연재

* NPC : Non-Player Character의 약자로 게임에서 사람이 직접 조작하지 않는 캐릭터를 뜻한다.
  • 2016년 12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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