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주메뉴

  • cover styory
  • focus
  • lifestyle
  • culture
  • human
  • community
    • 손글씨
    • 1등기업인물
    • 나도한마디
    • 기사제보
  • subscription

순수하고 동화 같은 그림으로 감성 자극

그라폴리오 〈파리에 비가 오면〉 작가 현현

대학에서 경영학을 전공했다. 졸업과 동시에 들어간 회사는 1년을 못 채우고 그만뒀다. 스물일곱, 늦은 나이에 그림을 시작한 일러스트레이터 현현(본명 이정석)은 주변의 만류에도 8년간 한결같은 애정으로 그림에 매달렸다. ‘좋은 그림에는 저절로 사람들이 모인다’는 그의 신념에 맞게 그는 현재 그라폴리오(네이버에서 운영하는 온라인 일러스트레이션 플랫폼)에서 1만 명이 넘는 팔로어 수를 자랑하는 인기 작가가 됐다. 지난 10월 27일에는 매주 2회 연재하는 〈파리에 비가 오면〉의 작품들을 담은 동일한 이름의 첫 단독 감성 에세이를 출간했다.
27세에 찾은 새로운 꿈

검을 현(玄) 두 글자가 모인 ‘현현’이라는 필명은 그의 그림과 잘 어울린다. 유난히 검은색을 많이 사용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의 그림에서 검정은 슬픔이나 우울함만을 나타내지 않는다. 별이 가득한 밤하늘에, 비가 오는 날의 풍경에, 창밖을 바라보는 여인의 방에 쓰인 검정은 오히려 차분하면서 따뜻한 느낌을 준다.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을 때부터 꾸준히 제 그림을 봐주신 선생님이 계세요. 제가 필명을 지어달라고 졸랐더니 어두운 색을 많이 사용한다며 ‘현현’이라는 필명을 지어주셨어요. 검정을 쓸 때는 한 번 더 생각하게 됐죠.”

그는 27세 때부터 본격적으로 그림에 전념했다. 그 전까지는 그림을 전공하지도, 배워본 적도 없다. 대학교에 입학할 때는 딱히 관심 있는 분야가 없어 전공으로 경영학을 선택했다. 평탄한 대학 생활 후 마지막 학기에 한 교수의 추천으로 어려움 없이 취업을 했다.

“일의 내용보다 회사 분위기에 적응하기가 힘들었어요. 제 성격이나 순간적인 감정을 드러내고 싶을 때가 많은데, 일반 회사에서는 그게 쉽지 않잖아요. 자기 자신을 숨길 수 있어야 회사에서는 모범 사원으로 인정받을 수 있다는 걸 깨닫고 ‘이 길은 내 길이 아니다’ 싶었어요. 몇 달 후 사표를 내고 퇴사했어요.”

〈파리에 비가 오면〉
일을 그만두고 나서 그는 자신이 정말 하고 싶은 것이 무엇인지 진지하게 생각했다. 고등학교 때까지는 학업에 관심이 없었고, 대학 생활은 즐거웠지만 전공에는 관심이 없었다. ‘흘러가는 대로’ 살아온 그는 직접 자신의 인생을 결정해야 할 순간을 마주했다.

“내가 진짜 좋아하는 게 무엇인지 생각해보니 군대에 있을 때가 제일 먼저 떠올랐어요. 심심할 때마다 주변 사람들이나 연예인의 얼굴을 그리고 미대 출신의 후임들에게 평가를 부탁했어요. 제가 선임이니까 혹평은 당연히 안 했죠(웃음). 제대 후에 꾸준히 그림을 그린 것도 아닌데 일러스트레이터가 되고 싶다는 생각이 계속 들었어요.”

안정적인 직장을 포기하고 뜬금없이 화가가 되고 싶다는 그를 주변에서는 이해하지 못했다.

“제 꿈을 응원해준 사람은 한 명뿐이었어요. 당시 만나던 여자친구요. 2년 동안 네이버 그라폴리오에서 연재해온 〈파리에 비가 오면〉의 주인공이기도 해요. 스물여섯 살 크리스마스이브에 여자친구와 명동의 한 카페에서 만났어요. 조심스럽게 ‘나 그림 시작해볼까’라고 이야기를 꺼냈는데 저와 정말 어울린다며 응원을 해줬어요. 덕분에 용기를 낼 수 있었어요. 지금도 그 친구를 생각하면 고맙고 미안해요.”


낮에는 아르바이트, 밤에는 그림 공부

〈세상의 모든 것〉
그림을 그리기 시작하니 모든 걱정거리가 사라졌다. 그는 자신이 한 선택에 책임을 지기 위해 계획을 세웠다. 낮에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생활비를 벌고 밤에는 그리기 연습을 했다.

“2~3년 동안 수많은 아르바이트를 했어요. 독서실이나 고시원에서 총무도 해보고, 식사를 제공해주는 식자재 회사에서도 일해봤어요. 퇴근 후 집에서는 매일 그림을 그렸죠. 몸이 힘들어도 하루가 다르게 그림 실력이 향상되는 게 느껴지니까 행복했어요.”

그는 자기만족에 그치지 않고 그림들을 일러스트 커뮤니티, 싸이월드, 블로그 등에 올려 남들의 반응을 살폈다.

“초반에는 ‘발로 그렸냐’는 댓글이 달린 적도 있어요. 그래도 제 그림을 남들과 공유하는 과정 자체가 즐거워서 굴하지 않았어요. 그림이 조금씩 나아지니 호의적인 반응이 많아지고 외부에서도 작업 의뢰가 들어왔어요. 일러스트레이터로서 조금씩 자리를 잡아가다가 2014년 6월부터는 그라폴리오에 연재를 시작했어요.”

2년간 200개가 넘는 그림을 올리며 그는 현재 1300개가 넘는 ‘좋아요’ 수와 1만 6000명이 넘는 팔로어 수를 기록했다. 그의 작품은 매주 수요일, 금요일에 연재하는 〈파리에 비가 오면〉과 자유연재작 〈그해 여름〉이 있다. 〈파리에 비가 오면〉은 지난 10월 27일 단행본으로 출간됐다.

“제가 책의 삽화를 그린 적은 있지만 단독으로 책을 낸 건 처음이라서 의미가 남달라요. 동네 사람들이 저를 게으른 백수인 줄 알고 있는데, 이제 제가 작가라는 걸 증명할 수 있게 돼서 기뻐요(웃음).”

〈빗속의 그대〉
〈파리에 비가 오면〉의 작품들은 모두 현현 작가의 경험을 바탕으로 한다. 제목이 ‘파리에 비가 오면’인 이유는 동일한 이름의 그림이 그가 대중에게 주목을 받기 시작한 계기가 되었기 때문이다. 비오는 날, 프랑스 파리의 한 거리에서 노인이 첼로를 연주하고 있고 멀리서 한 여자가 그것을 지켜보고 있는 그림이다.

“많은 분이 좋아해주신 의미 있는 그림의 제목이기도 하고, ‘파리’와 ‘비’는 낭만적인 분위기를 조성하는 단어라서 마음에 들었어요. 그래서 앞으로도 비슷한 분위기의 그림을 그리고 싶다는 생각에 연재작의 이름으로 정했죠.”

그의 그림은 하나의 구체적인 주제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주로 8년 전 회사원 대신 일러스트레이터가 되겠다는 자신을 응원해준 여자친구와의 이야기가 많다. 하늘하늘한 옷을 입고 창밖을 내다보는 〈비가 오네〉의 여인이나 빗속에서 한 우산을 쓰고 있는 〈빗속의 그대〉의 연인의 모습은 보는 사람들로 하여금 풋풋했던 연애 경험을 떠올리게 한다. 그 외에도 〈세상의 모든 것〉처럼 작가의 개인적인 가치관을 표현하거나 〈바다에 핀 꽃〉처럼 순수하고 동화 같은 느낌을 담은 그림들은 독자들의 감성을 자극해 공감을 얻었다.

그는 2년간 연재를 하면서 단 한 번도 마감시간을 넘긴 적이 없다. 매일 규칙적인 생활을 하기 때문이다.

“프리랜서로 일을 하면서 제일 힘든 건 자기 절제예요. 사무실이 아니라 제 방에서 작업을 하다 보면 피곤할 때 침대에 눕고 싶고, 아이디어가 생각이 나지 않으면 연재를 미루고 싶어지거든요. 저는 그래서 매일 타이머를 맞춰놓고 6시간이 지나면 더 이상 그림을 안 그려요. 그래야 지치지 않고 꾸준히 작업을 할 수 있어요.”

현현 작가가 그림에서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기술이 아닌 이야기다. 남들보다 미술을 늦게 시작한 그가 느낀 건 ‘남에게 배우는 것보다 혼자 깨닫는 과정이 더 중요하다는 것’이다.

“저는 그림을 늦은 나이에 시작했고 뛰어난 재능도 없어요. 처음에는 사람 얼굴도 제대로 못 그릴 정도였으니까요. 8년간 매일 몇 시간씩 그림을 그린다면 누구나 저만큼 그릴 수 있어요. 그렇지만 좋은 그림이 무조건 기술적으로 화려해야 하는 건 아니라고 생각해요. 편지를 읽을 때 글씨가 예쁘다고 감동 받지는 않잖아요. 보낸 사람의 마음이 진실하게 담겨 있는 편지가 좋은 편지인 것처럼 그림도 좋은 이야기가 담겨 있으면 보는 사람이 감동을 느낄 수 있을 거라고 믿어요.”
  • 2016년 12월호
  • 페이스북
  • 트위터
  • 목록
  • 프린트
나도 한마디는 로그인 후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하단메뉴

상호 :㈜조선뉴스프레스 / 등록번호 : 서울, 자00349 / 등록일자 : 2011년 7월 25일 / 제호 : 톱클래스 뉴스서비스 / 발행인 : ㈜조선뉴스프레스 김창기
편집인 : 김창기 / 발행소 : 서울시 마포구 상암산로 34, 13층(상암동, 디지털큐브빌딩) Tel : 02)724-6875 / 발행일자 : 2017년 3월 29일
청소년보호책임자 : 김성동 / 통신판매신고번호 : 2015-서울마포-0073호 / 사업자등록번호 : 104-81-59006
Copyright ⓒ topclass.chosun.com All Rights Reserved.

조선뉴스프레스 | 광고안내 | 기사제보 | 독자센터 | 개인정보 취급방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