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주메뉴

  • cover styory
  • focus
  • lifestyle
  • culture
  • human
  • community
    • 손글씨
    • 1등기업인물
    • 나도한마디
    • 기사제보
  • subscription

평화를 노래하는 소년들의 아버지

파리나무십자가 소년합창단 지휘자 겸 예술감독 휴고 구티에레즈

1907년 두 소년에 의해 만들어진 파리나무십자가 소년합창단은 100년 넘게 전 세계 사람들의 사랑을 받아 왔다. 기숙학교로 운영되는 파리나무십자가 소년합창단에서 이들을 이끄는 지휘자는 단순한 음악적 인도자를 넘어 부모이자 선생이 된다.
2014년부터 파리나무십자가 소년합창단의 지휘자 겸 예술감독을 맡고 있는 휴고 구티에레즈(Hugo Gutierrez, 42)는 칠레 이민자 가정 출신의 음악가다. 인종차별, 난민, 테러 등 여러 문제를 안고 있는 유럽에서 당당히 한 사람의 음악가로 성장한 그의 이야기를 서면 인터뷰를 통해 들어보았다.

사진제공 : 에스피에이 엔터테인먼트
예술엔 차별 없는 사회

“저는 칠레 산티아고 출신입니다. 일찍이 많은 칠레 지식인들이 프랑스로 건너가 음악, 건축 등 예술 분야를 공부했습니다. 그래서 의외로 파리에 적지 않은 칠레인들이 정착해 살고 있었어요. 부모님도 제가 다섯 살이 되던 해에 파리로 이주했습니다.”

음악을 좋아하는 어머니의 영향으로 자연스럽게 음악을 접했다. 피아노를 쳤고 앙제음악원(The National Conservatory of Angers)에서 하프시코드와 오르간 등 초기음악을 배웠다. 파리에 위치한 스콜라 칸토룸(The Schola Cantorum)에서는 작사와 음악 분석법, 오르간과 즉흥연주, 지휘를 배웠다.

“프랑스는 예술 방면에서 특히 개방적이에요. 외국인이나 저처럼 이민자 가정 출신이라고 해도 프랑스 국적을 가졌다면 실력에 합당한 대우와 인정을 해주고요. 물론 국가의 지원도 받을 수 있습니다. 프랑스 정부의 이와 같은 예술정책 때문에 수많은 예술가들이 프랑스, 파리로 모이는 것 같아요.

학업을 마친 구티에레즈 예술감독은 10년간 프랑스 낭트 뮤지컬 아카데미(The Nantes Musical Academy)에서 플랜태저넷 합창단(Plantagent Choir)과 협업했으며, 오케스트라의 음악감독으로 재직했다. 2012년에는 오툉(Autun)대성당 합창단에서 오르간 연주자와 지휘를 맡았다.

예술가에게 관대한 사회 분위기였지만 겉으로 보이는 다름 때문에 겪을 수밖에 없었던 어려움도 있었다.

“어렸을 때는 스스로 소외감을 느꼈어요. 특히 사춘기 시절 외모가 저를 위축되게 한 것 같아요. 그럴 때마다 ‘음악’으로 위로 받았고 음악의 세계에서는 ‘다름’이 사라진다는 걸 알게 됐어요. 그래서 더욱 음악에 몰두하게 됐죠.”

구티에레즈 예술감독에 따르면 프랑스에서도 중산층의 교육열이 높은 편이다. 특히 자녀의 예술교육에 대한 관심이 지대하다.

“대부분의 부모들은 음악이나 미술이 자녀의 정서와 창의력에 큰 영향을 준다고 믿어요. 특히 7세부터 14세 사이의 나이대가 창의력 형성에 중요한 시기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학교의 ‘예술교육 커리큘럼’을 중요하게 봅니다.”

예술학교에서 예술영재를 키우거나 외국으로 유학을 보내는 우리와 달리 프랑스는 공교육 안에서 예술교육을 중시하는 분위기가 형성돼 있다. 자국의 예술과 예술교육에 대한 자부심이 높기 때문에 외국으로 유학 가는 것은 극히 드문 일이라고 한다.


믿음에서 나오는 좋은 음악


파리나무십자가 소년합창단은 단순한 합창단이 아니다. 음악전문학교로 운영되기 때문이다. 8세부터 15세의 소년 100여 명으로 구성된 합창단은 음악수업과 함께 학업을 병행한다. 대부분의 단원은 프랑스 국적이지만 벨기에, 코스타리카, 시리아, 세네갈에서 온 단원도 있다. “예술에는 차별이 없다”는 구티에레즈 예술감독의 말 그대로다.

“예술에 있어서 어른과 아이 같은 나이 구분은 무의미합니다. 다양한 예술가와의 작업은 한 사람의 예술가로서 즐거운 일이죠. 소년합창단 지휘 역시 그런 즐거움 중 하나입니다. 좀 다른 점이라면 아이들과 함께 음악을 할 때 더 큰 위안을 느낀다는 거예요.”

기숙학교 형식의 합창단 생활에 있어서 지휘자는 음악적 인도자 이상의 역할을 해야 한다.

“구티에레즈 선생님은 평소 학교에서는 엄격하세요. 하지만 월드 투어 기간에는 아버지처럼 다정하시죠.”(루이 콩실, 테너)

어린 나이에 세계 각국으로 공연을 다니다 보니 엄격한 교육은 물론이고 단체생활 태도도 중요하다. 100여 명의 단원 중 평소 학교생활 자세와 음악성을 기준으로 24명을 선발해 월드 투어 팀을 꾸린다.

“무엇보다 단원들과 끊임없이 이야기를 나누며 신뢰를 쌓아가는 과정이 중요합니다. 저 역시 서로 믿고 의지할 수 있는 지휘자가 되도록 노력하고 있어요.”

구티에레즈 예술감독이 생각하는 좋은 지휘자란 “단원들이 믿고 따라오게 할 줄 아는 리더십”이 있어야 하고 “음악에 대한 자신감”을 전달할 줄 아는 사람이다.

“지휘자는 모든 목소리에 귀를 기울일 줄 알아야 합니다. 단원들 목소리가 어떤 하모니를 만들어 내고 있는지 이에 관객들이 어떻게 반응하는지 들을 수 있어야 해요.”


한국 공연에서 얻는 활기찬 에너지

8~15세 소년 100여 명으로 구성된 파리나무십자가 소년합창단원들은 기숙생활을 하며 음악수업과 학업을 병행한다.
파리나무십자가 소년합창단은 1971년 처음으로 한국을 찾은 이래 40여 년 동안 거의 매해 공연을 위해 방한하고 있다. 올해는 12월 8일 서울 공연을 시작으로 용인, 성주, 부산, 울주, 김포 등지에서 열흘간의 투어를 진행한다.

“한국을 찾을 때마다 활기차고 생명력이 넘치는 분위기에 큰 매력을 느낍니다. 이런 활기참은 공연 때 객석에서도 느낄 수 있어요. 우리 모두 한국 공연에서 큰 에너지를 얻고 돌아갑니다.”

합창단과 함께 세계 각국의 관객과 만난 구티에레즈 예술감독은 “한국 관객의 깊은 예술적 정서에 놀랐다”고 말한다.

“최근 들어 세계에서 주목받는 음악가 중에 한국인이 많은데 한국에 와서 공연을 해보니 그 이유를 알겠더라고요. 음악에 대한 한국 청중의 열린 마음과 열정적인 태도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파리나무십자가 소년합창단은 그레고리오 성가풍의 종교음악은 물론이고 드뷔시, 라벨 등의 현대음악, 대중에게 사랑받는 샹송, 팝, 크로스오버, 세계 각국의 민요까지 다양한 레퍼토리를 선보인다. 특히 레퍼토리 중 투어 국가의 언어로 노래를 한다는 점도 인기 요인 중 하나다.

“단원들이 한국어로 노래를 불러야 하는 것에 어려움을 느끼는 건 사실이지만 한국의 관객들이 기대하고 있다는 걸 잘 알기에 열심히 연습하고 있어요.”

소프라노를 맡고 있는 막상스 루(12)는 “‘따뜻하게 할 수 있도록 어루만져 줄게요’가 가장 어려운 발음”이라고 꼽았다.

“한국어로 부르는 노래는 관객에게 주는 깜짝 선물 같은 거라 미리 알려드릴 수 없어요. 공연장에 와서 직접 확인하세요.”

올 한 해 동안 지구촌은 난민문제와 테러, 전쟁과 같은 평화의 반대 선상에 있는 문제들로 인해 여유로움을 잃었다. 110년 전부터 음악으로 평화를 전달하는 메신저 역할을 하고 있는 소년합창단의 지휘자이자 예술감독인 그에게 음악의 의미가 무엇인지 물었다.

“인간들의 이기적인 폭력이 난무하고 전쟁이 끊이지 않는 역사 속에 살아가고 있지만 다른 한편에선 폭력에 폭력으로 맞서지 않고 끊임없이 ‘평화의 메시지’를 세상에 던지는 사람들이 있어 우리는 희망을 잃지 않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음악이야말로 국경과 이념을 초월해 나와 다른 세상에 접근할 수 있는 가장 쉽고 평화로운 수단이에요. 그런 의미에서 음악이 위대한 것이고요. 역사가 증명하듯이 전쟁 중에 울려 퍼진 음악은 사람들에게 큰 감동을 주었고 전쟁을 멈추게 했습니다. 우리 모두 음악을 통해 전쟁 같은 삶 속에서 위로받을 수 있기를 바랍니다.”
  • 2016년 12월호
  • 페이스북
  • 트위터
  • 목록
  • 프린트
나도 한마디는 로그인 후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하단메뉴

상호 : (주)조선뉴스프레스 | 대표이사 : 김창기 | 사업자등록번호 : 104-81-59006 | 통신판매 신고번호 : 제2015-서울마포-0073호
서울 마포구 상암산로 34 DMC 디지털큐브빌딩 13층 Tel : 02)724-6834, Fax : 02)724-6829 | 청소년보호책임자 : 임현선
Copyright ⓒ topclass.chosun.com All Rights Reserved.

조선뉴스프레스 | 광고안내 | 기사제보 | 독자센터 | 개인정보 취급방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