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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은 어떻게 세계를 정복했나

글로벌 권장 도서 - 재러드 다이아몬드 《총, 균, 쇠》

재러드 다이아몬드(Jared Diamond, 1937~ )
미국에서 태어나 케임브리지 대학에서 생리학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현재 캘리포니아 주립대(UCLA) 생리학 교수로 재직 중이다. 1964년부터 뉴기니를 주 무대로 조류생태학을 연구하고 있는 조류학자이면서 진화생물학, 생물지리학으로 영역을 확장해 오고 있다. 세계적 과학지인 《네이처》 《내추럴 히스토리(Natural History)》 《디스커버리》 등에 고정 기고하는 과학 저술가로도 활약하고 있다. 저서로 《제3의 침팬지》 《섹스의 진화》 《문명의 붕괴》 등이 있다.
이런 의문을 가져본 적이 있으신지? 어째서 북미와 유럽의 국가들은 남미나 동남아시아 국가들보다 잘사는가? 영국과 프랑스가 아프리카 대륙을 종횡으로 나눠 식민지로 삼을 때 아프리카 국가들은 왜 무기력하게 당할 수밖에 없었는가? 중국의 한족(漢族)은 어떻게 주변 여러 민족의 저항을 누르고 거대 영토를 지배할 수 있었는가? 왜 아메리칸 인디언이나 고대 중남미 문명이 유럽으로 진출하지 못하고 그 반대가 되었는가?


지리적 차이가 불러온 힘의 역학관계


미국 캘리포니아 주립대(UCLA) 재러드 다이아몬드 교수의 1997년 역작 《총, 균, 쇠(Guns, Germs, and Steel)》는 이러한 야심찬 질문에 대한 문화인류학적 답이다. 그래서 책에는 ‘인류 사회의 숙명들(The Fates of Human Societies)’이라는 부제가 붙어 있다. [2001년 개정판에서는 ‘모든 이들의 최근 1만 3000년간의 짧은 역사(Short History of Everybody for Last 13,000 Years)’라는 부제로 바뀌었다.]

저자는 특유의 간결한 문체와 폭넓은 자료 분석이 돋보이는 이 책으로 1998년 퓰리처상을 수상했다. 퓰리처상은 소설가, 시인 등 작가를 포함해 모든 저술가가 꿈꾸는 세계적 권위의 상이다.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어떤 민족이 다른 민족을 정복하고 지배할 수 있었던 것은 그 민족의 지적·도덕적·유전적 우월성 때문이 아니라 지리적 차이에 있다는 것이다.

[사족 하나. 저자 이름은 앞서 밝혔듯 재러드 다이아몬드(Jared Diamond)인데, ‘제레드’라 잘못 표기하는 경우가 너무 많다. 심지어 출판사에서 배포한 자료에서도 오기를 발견할 수 있다. 저자 영문명을 제대로 보지 않은 탓이다. jazz, jasmin, gasoline을 제즈, 제스민, 게솔린으로 표기하지 않듯 ‘Jared’라는 이름은 ‘제레드’로 표기되어선 안 된다.]

문명의 수수께끼를 풀기 위해 저자는 우리를 1만 3000년 전 석기시대로 안내한다. 아직 수렵과 채집으로 살아가던 그때부터 각 대륙에 살고 있던 인류들은 서로 다른 길을 걷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관건은 야생 동식물의 가축화, 작물화였다. 즉 밀과 옥수수, 소와 돼지를 특정 지역에서는 이미 인류의 삶 속에 깊이 개입시키고 있었던 것이다. 메소포타미아의 비옥한 초승달 지대, 중국, 중앙아메리카, 미국 동남부 지역 등이 그러했다.

여기에는 이른바 ‘대륙의 축(軸)’이 중요한 영향을 미쳤다. 유라시아 대륙의 경우 대륙의 축이 동서 방향으로 되어 있어 작물화된 식물이 비교적 비슷한 위도에서 적응해가면서 퍼져나갈 수 있었던 반면, 나머지 대륙들은 대륙의 축이 남북 방향으로 되어 있어 이것이 용이하지 않았다.


유라시아에서 문명이 발전한 이유

작물이나 가축들이 퍼져나가는 데에는 또 다른 자연적 장애물들이 있었는데, 북미와 남미는 매우 좁은 땅덩어리로 연결되어 있을 뿐만 아니라 안데스 산맥이 자리 잡고 있어 문명이 전파되기 어려웠다. 아프리카의 경우에는 사하라 사막을 사이에 두고 남북의 기후가 다를 뿐 아니라 남쪽으로 각종 풍토병이 있어서 가축이 퍼지기도 어려웠다는 것이다. 오세아니아는 바다로 둘러싸여 고립되어 있었으니 모든 면에서 절대적으로 불리했다.

이러한 이유로 유라시아 대륙에서 문명이 훨씬 빨리 발생했고 인구도 폭발적으로 늘어났다. 인구가 늘면서 식량 생산에 가담하지 않아도 살아갈 수 있는 사람들이 생겨나게 된다. 사회도 점차 복잡해지고 기술이 발전하고 군사력도 늘려가게 된다. 제목에서 언급된 ‘총’으로 대변되는 군사력과 무기로 덜 발달한 지역 주민들을 제압했다.

또한 ‘쇠’로 대변되는 ‘기술’로 미발달 지역을 압도했다. 원주민과 토착 사회는 천연두나 인플루엔자처럼 그들이 접해보지 못한 병원균들이 들어오면서 초토화되었다. 지난 500여 년간 유럽인이 자행한 비유럽인 정복은 이러한 과정을 극적으로 보여주는 예다. 유럽인이 아메리카 대륙에 들어간 후 질병과 전쟁으로 95%의 원주민이 죽어나갔던 것이다.

책은 이외에도 풍부한 읽을거리를 제공한다. 동남아시아인들이 태평양의 섬들로 퍼져나가는 과정, 일본인의 뿌리를 논하는 저자의 주장은 특히 흥미롭다. 역사, 언어학, 문화인류학, 고고학, 지리학, 생태학 등 다양한 학문 세계가 상호 작용하며 논리를 펼쳐내는 필독의 수작이다.
  • 2016년 11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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