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낯설고 설렘 가득한 미지의 세계로

작가 민정연

글 : 이선주 객원기자  / 사진 : 김선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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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매체를 사용해야 전달하는 메시지와 의미도 새로워진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습니다. 하지만 회화만으로도 얼마든지 새로워질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사진제공 : 공근혜 갤러리
어디서도 본 적 없는 이미지들

10월 23일까지 공근혜 갤러리에서 개인전을 열고 있는 민정연 작가는 어디에서도 본 적 없는 이미지들로 우리를 미지의 세계로 이끈다. 이 이미지들을 어떻게 해석할까 난감해지면서도 직관적으로 이끌리면서 마음에 파동이 이는 묘하고 독특한 작품이다. 기이한 이미지들로 구성된 그의 작품은 보는 이로 하여금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처럼 시공간을 뛰어넘는 새로운 세상으로 들어가 상상력을 확장하게 만든다. 작가 역시 ‘굳이 해석을 붙이지 말고 직관적으로 받아들이기’를 주문한다. 현실에서는 볼 수 없는 낯설고 새로운 이미지들을 만들어내는 그의 작품을 ‘초현실주의’로 보려는 시도에 대해서도 그는 단호하게 선을 긋는다. 누구도 추종하지 않고 자신만의 작품을 만들어내고 싶다고 말한다. 구체적인 설명을 붙이는 게 사족이 될 수도 있겠지만, 작가에게 한 작품 한 작품이 탄생하게 된 배경을 물었다. 〈길〉이란 제목이 붙은 작품에서는 아스팔트 도로의 끝부분이 파도처럼 휘돌아온다. 그런데 부서지는 파도가 새의 깃털처럼 보이기도 한다.

“홍익대 회화과를 졸업하고 프랑스로 건너간 후 10년간 파리에서 살았습니다. 파리는 미술대학(파리 국립고등예술학교)을 졸업한 후 작가로 활동하고 결혼해서 아이를 낳아 기른 곳이기도 하죠. 2014년 파리에서 800km 넘게 떨어진 남프랑스로 이주할 때 기분이 묘했습니다. 8시간 동안 고속도로를 달리면서 마음은 계속 과거의 수많은 기억과 옛 공간으로 되돌아가고 있었습니다. 길은 내면의 공간과 실제 공간이 만나고 얽히는 장소였지요. 익숙한 곳에서 낯선 곳으로 이동할 때는 불안감과 설렘이 겹쳐집니다. 불안감이 파도처럼 회귀성을 만들어낸다면 설렘은 철새의 깃털처럼 새로운 곳을 꿈꾸게 합니다. 상반되는 두 에너지를 한꺼번에 담아내고 싶었습니다.”

〈길- La route〉, acrylic on canvas, 200x150cm, 2014
그는 이번 개인전에서 처음으로 입체 작품을 선보였다. 평면 작품인 〈길〉이 3차원 공간으로 튀어나온 듯한 작품이다.

“그동안 현실과 비현실, 부드러움과 차가움, 의식과 무의식, 평면과 입체감 등 이중성(duality)을 끊임없이 탐구해왔습니다. 그러다 3차원 공간에서는 왜 이중성을 보여주지 못할까라는 생각을 했죠.”

입체 작품 뒤에 서니 앞쪽 벽면에 걸려 있는 또 다른 평면 작품의 길로 연결된다. 평면이 입체로 바뀌고, 다시 입체 작품 속 길이 평면으로 이어지는 게 흥미롭다. 하지만 관람객이 어느 위치에서 작품을 봐야 할지 일부러 알려주지는 않았다. “관점을 바꾸면 다른 작품이 보인다는 사실을 관람객 스스로 찾아내게 하고 싶다”고 작가는 말한다. 새 깃털 같은 회화 속 이미지를 입체적으로 표현할 재료를 찾는 데 2년, 제작하는 데 또 1년이 걸려 전시가 계속 늦춰졌다고 한다. 깃털 같으면서도 파도 느낌을 내는 매끈한 재료를 찾다 결국 레진으로 하나하나 주물을 떠서 만들었다고 한다. 처음에는 도자기로 만들어보기도 했다. “어머니가 한 땀 한 땀 자수를 놓는 모습을 어렸을 때부터 보아와서인지 섬세한 작업이 몸에 익었다”라고 작가는 설명한다. 그의 작품을 가까이에서 들여다보면 ‘펜으로 그린 게 아닐까’ 싶을 정도로 필선이 가늘고 섬세하다. 아크릴물감을 사용하지만 가장 가는 00호 붓으로 드로잉하듯 그린다고 설명한다. 〈어머니의 초상〉이라는 제목이 붙은 작품에서는 푸른색 바탕 위에 직선과 유기적인 형태가 둥둥 떠 있다.

〈어머니의 초상 Portrait de ma mere〉, acrylic on canvas, 2014
“2012년 아이를 낳아 키우게 되면서 어머니의 마음을 이해하기 시작했습니다. 아이가 나만을 의지하고 있으니 엄마가 약해 보일 수는 없잖아요? 겉으로는 냉정하고 엄격해 보이지만 내면은 여전히 여리고 억눌려 있죠. 그런 어머니의 내면을 그리고 싶었습니다. 바다 위에 둥둥 떠서 부유하는 존재로.”

부모님이 일찍이 재능을 알아보고 키워주었다는 점에서 그는 행운아다. 아버지는 화석과 수석을 수집하고 어머니는 서예와 자수를 할 정도로 문화적인 분위기에서 성장했고, 아버지는 세 살짜리 딸의 그림을 본 후 재능을 키워주겠다고 일찌감치 마음먹었다.

“그 나이에 선풍기를 입체적으로 그렸대요. 아버지는 어릴 때부터 저를 전시회나 작가 작업실에 데리고 다니셨죠. 그러다 대학 4학년 때 갑자기 정체성의 혼란을 겪었습니다. 기억도 나지 않을 때부터 한길만 바라보고 살아왔기에 거기에서 벗어나고 싶었습니다. 내게 정말 재능이 있는지 회의했고, 작가로 성공하겠다는 부담감을 비워버리고 싶었죠. 그래서 창작이 아니라 복원미술을 공부할 생각으로 프랑스 유학을 떠났습니다. 그런데 1년 동안 입학을 준비하면서 불안한 마음이 들 때마다 제가 그림을 그리고 있더라고요. 그림이 나를 치유하는 방법이라면 계속 그려야겠다고 마음을 고쳐먹었고, 파리 국립고등예술학교에 편입했습니다.”


프랑스에 거주하며 세계를 무대로 활동

프랑스의 미술대학은 그에게 새로운 길을 열어주었다. 우리나라에서는 이론 따로 실기 따로 공부했다면 프랑스에서는 ‘어떤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해 이 작업을 하느냐?’를 끊임없이 자문해야 했다. 한국에서의 교육을 통해 그리기 실력을 탄탄히 다질 수 있었다면, 프랑스에서는 이론적 기반을 넓히고 이론과 작업을 통합할 수 있었다. 덕분에 ‘아이디어가 좋을 뿐 아니라 기술도 좋다’는 평을 들었고, 일찌감치 작가로 자리매김할 수 있었다.

“대학에 재학 중이던 2004년, 파리 한국문화원의 젊은 작가 공모에 선정되면서 한 달간 개인전을 할 수 있었습니다. 졸업하기 전부터 끊임없이 전시가 이어졌으니 작가로서 행운이었죠. 우리 학교를 방문한 한 미국인이 굳이 포장을 벗겨 작품을 보여달라는 거예요. 제 작품을 보더니 ‘당장 계약하자’고 했습니다. 알고 보니 뉴욕과 스위스에서 갤러리를 운영하던 분이었습니다.”

〈어딘가에 Some where〉, acrylic on canvas, 2014
그는 그 후 프랑스와 스위스, 영국, 미국, 러시아 등 세계 각지에서 개인전을 열고, 세계 각국에서 단체전과 아트페어에 참여하고, 2011년에는 프랑스 생테티엔 현대미술관이 주최한 메세나 청년작가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이번 전시는 2009년에 이어 국내에서 여는 두 번째 개인전이다. 그동안 그는 결혼하고 아이를 낳고 남프랑스로 이주했다. 생활의 변화만큼이나 작품도 많이 달라졌다. 이전 작품들에서는 화면 한구석에 앉아 있는 작가의 초상을 찾을 수 있다. 그러다 구체적으로 식별할 수 있는 대상이 점차 사라지면서 공간이 더욱 개방되고 확장되었다.

“극사실적인 이미지로 등장한 인물은 내레이터 같은 역할을 합니다. 보는 이가 화면 속 공간이나 형태에 다가갈 수 있도록 친절하게 안내하지만, 그곳을 연극 무대의 배경처럼 만들어버리기도 합니다. 낯선 공간을 여행하는 기분을 전달하고 싶은데, 인물이 오히려 방해가 되는 것 같았습니다. 낯선 곳에서는 무슨 일이 일어날 것 같고 새로운 존재를 만날 것 같은 설렘이 생깁니다. 제 작품을 통해 그런 낯설고 불안한 설렘을 전달하고 싶어요. 그게 변화를 만들어내니까요.”

프랑스의 현대철학자 질 들뢰즈를 무척 좋아한다는 그는 “사방으로 뻗어나가면서 이질적인 것들과 접속해 새로움을 창출해내는 리좀(rhyzome)이란 개념을 내 그림에 도입하고 싶었다”고 말한다. 이 때문인지 평론가들은 그의 작품을 “미학적이면서도 지적인 탐험으로 이끈다”고 평해왔다. 이번 전시가 개막되자마자 바로 프랑스로 돌아간 그는 내년 2월 모스크바 국립 오리엔탈미술관에서 열리는 개인전 준비에 전념할 계획이다.
  • 2016년 11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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