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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정적으로 사랑하는 빠순이 이야기

제5회 문학동네 대학소설상 《환상통》 이희주 작가

하루에도 수십 개씩 블로그와 SNS에 리뷰가 올라온다. 리뷰를 하는 연령층도 10대부터 50대까지 다양하다.
제5회 문학동네 대학소설상 수상작이자 아이돌을 향한 ‘빠순이(여성 팬)’의 짝사랑을 섬세하게 그려 화제 몰이를 하고 있는 장편소설 《환상통》. 이희주 작가는 이를 열정적으로 사랑하는 인물들의 이야기라고 소개했다.
《환상통》에는 1~3부에 걸쳐 아이돌 그룹의 한 멤버를 사랑하는 20대 여성 M과 만옥, 그리고 만옥을 좋아하는 남자 민규가 각각 화자로 등장한다. 같은 일을 겪어도 다르게 느끼고 표현하며, 회상할 때도 서로 다르게 회상하는 방식이 흥미롭다고 여겨 챕터별로 화자 설정을 다르게 했다. 이들 세 명의 시선을 통해 빠순이 당사자들의 감정과 목소리를 통해 보편적인 사랑의 감정, 하지만 팬의 사랑이라는 특수성을 함께 보여주고 있다.

“작품을 가장 먼저 보신 심사위원과 관계자 분들은 ‘사랑’에 대한 심리를 묘사한 부분에 초점을 많이 맞추셨어요. 그런데 책으로 출간되고 나니까 많은 분이 팬들의 사랑, 빠순이 이야기라는 부분에 주목하셨죠. 그 중간 지점을 찾는 게 어렵더라고요. 어떤 독자가 제 책을 읽는가에 따라 상반된 반응을 볼 수 있는데, 시간이 지나면서 더 다양한 비평과 담론이 나올 수 있었으면 해요.”


‘아이돌 팬 문화’를 다루다


중앙대 국문과 4학년에 재학 중인 이희주 작가는 본인 이야기를 해 달랬더니 “저 별로 재미있는 사람이 아니라서 할 얘기 없어요”라며 웃는다. 2년 동안 휴학을 하고 예상치 못한 등단을 하고, 지금은 취업을 걱정하고 있다는 그는 대학에 입학하면서 글을 쓰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시를 썼다고 한다. 2년 반 정도 시 합평도 하고, 투고를 해서 최종심에 오르기도 했다.

“최종심에 올랐으니까 김칫국을 좀 마셨어요. 시로 등단하면 앞으로 계속 시를 쓸 텐데, 원래 쓰고 싶었던 소설을 못 쓴 게 나중에 후회가 될까봐 휴학을 하고 소설을 썼죠. 시도 소설도 좋지만 소설로 등단을 했으니 일단은 소설을 계속 쓰지 않을까요?”

《환상통》의 수상은 정말 예상하지 못했다며 소식을 듣고 당황스럽고 놀랐다고 한다.

“저는 제가 쓴 거니까 좋아요. 근데 어느 정도 수준인지는 감이 없었어요. 기대하진 않았지만 어쨌거나 상을 받으니 좋긴 한데, 시간이 지나면서 걱정이 많아졌어요. 등단을 목표로 하기보다는 저지르다시피 투고했거든요. 세상에 글을 써 냈을 때의 책임감을 뒤늦게 고민하고 있습니다.”

내용뿐 아니라 제목도 눈길을 끈다. ‘환상통’에 대해서는 중학교 때 읽은 기시 유스케의 《검은 집》이라는 공포 추리소설에서 처음 접했다. 환상통, 혹은 환지통은 몸의 한 부위나 장기가 물리적으로 없는 상태임에도 있는 것처럼 느끼는 감각, 병이다. 《검은 집》에 환지통을 앓는 환자가 나오는데, 무섭기도 했지만 인상적이었다고 한다. 투고 전에 제목을 생각하는데 ‘무의식에 잠재되어 있다가 뿅 하고 떠올랐다’고. 닿을 수 없는 아이돌을 향한, 열렬하다 못해 병적이기까지 할 수 있는 팬들의 사랑을 잘 표현하고 있다.

‘빠순이’를 소재로 글을 쓰게 된 계기를 물었다.

“소설을 쓸 당시에는 그냥 쓰고 싶어서 썼어요. 그런데 얼마 전에 친구가 말하기를, 서브컬처 관련 강의를 듣고 돌아오는 길에 제가 ‘세상에 빠순이가 참 많은데 왜 그런 이야기를 다룬 소설은 없을까’라는 이야기를 했대요. 아무래도 전부터 관심을 갖고 있었기에 자연스럽게 소재로 쓰게 된 것 같아요.”

실제 본인도 빠순이라고 말하는 이희주 작가는 그 어느 누구에게도 본인의 ‘오빠’가 누구인지 말하지 않고 있다. 개인의 경험과 연결시켜 보일 수 있는 가능성을 배제하고, ‘이 오빠 이야기래’라는 잔가지에 매몰되지 않게 하고 싶어서다. *덕통사고를 당했을 때 어떤 느낌이었는지만이라도 이야기해달라고 하자, 운명적인 한 순간 이런 건 아니고 본인은 쉽게 덕통사고를 당하는 편이라고 했다.

새로운 소재를 가지고 나왔을 때는 의도와 상관없이 어느 정도의 대표성을 띠기 마련이다. 차기작 역시 ‘여성’에 대한 단편이라고 언급했는데, 소외된 사람들의 이야기를 계속해서 쓰고 싶다는 이희주 작가는 이에 대해 어떻게 대처할까 궁금했다.

“문학은 대체로 소외된 사람들의 이야기를 소재로 삼았어요. 사실 좀 부담스러워요. 하지만 당연히 책임감을 갖고 그 무게를 인식하고 있어요. 대표성 자체보다는 점점 더 다양한 담론이 나오겠거니 생각하면서요.”


사랑은 고귀한 것일까


소설 출간은 최근이지만 원고를 쓴 지는 1년이 다 되어간다. 그 사이 인물들이 갖는 폭력성을 옹호하려 쓴 것은 아니지만 서술 기법적인 부분에서 조금 더 거리를 두었어야 하는데 실패한 것은 아닐까, 소재의 특수성을 간과한 것은 아닐까 많은 생각을 했다.

《환상통》은 사랑, 팬 문화, 실재와 기록과 같이 양면성을 지닌 많은 것을 다룬다.

“저는 사랑이 그렇게 고귀한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아요. ‘사랑’이라고 하면 반사적으로 아름다운 것을 떠올리잖아요, 핑크빛에 폭신폭신한 토끼 엉덩이 같은. 그런데 그 안에 칼이 있죠. 사랑이 좋기만 한가요? 아니라고 생각해요. 사람을 다치게 할 수 있는, 그 안에 명암이 분명히 존재하죠.”

이 소설에는 확실히 부정적인 부분들이 많이 부각되었을 수 있겠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팬 집단에서는 그 정도 병적인 것이 평균이라고 생각했다. 자신이 보고 느낀 것을 가감 없이 쓰려고 했는데, 쓰고 나니 조금 걱정이 되긴 했다고.

“안 그래도 부정적으로 많이 비치니까요. 그래도 덮어놓고 안 좋게 보지는 않았으면 해요. 공개방송을 기다리며 줄 서 있는 팬들의 사진을 찍으며 손가락질하는 그런 행동은 나쁘죠. 분명 팬들 내부에서 스스로 문제점을 자각하기 시작했고, 고쳐 나가려는 긍정적인 노력도 있어요.”

팬 문화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면서 이희주 작가는 “《환상통》에서는 팬 문화, 팬덤 자체는 거의 다루지 않았다”고 말했다.

“화자들이 집단성을 가진 인물은 아니에요. 가능한 한 개인의 심리를 묘사하려 했어요. 누군가의 ‘광팬’이라고 하는데, 그 광기가 집단성을 가지게 되면 너무 위험한 부분이 많다고 봐요. M은 사람의 마음에 칼날이 있을 수 있다는 점을 인지하고 있어요. 그런데 개인이 아닌 집단이 되었을 때 M처럼 모두가 자기 마음의 칼날을 인지하는 것은 어려워요. 이 때문에 사랑이라는 마음에서 비롯된 광기가 집단적으로 나쁘게 표출되기 시작하면 무서운 결과로 이어지죠.”

소설을 쓰고 나서 스스로 피드백하기 위해 관련 사례들을 찾아봤다고 했다. 열애설이 터졌을 때 집단으로 몰려가서 악성 댓글을 마구잡이로 다는 모습이 그 단적인 예라면서 “혼자서는 그렇게 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심사위원 중 한 사람인 정용준 소설가는 “어떤 대상에 매혹되고 그것을 사랑한다는 것이 무엇일지 작가 스스로 의문을 품고 있고 그것을 잘 다루기 위해 어떻게 해야 할지에 관한 소설적이고 언어적인 고민이 엿보인다”고 평했다. 많은 독자 역시 빠순이의 심리 묘사나 그들을 부정적으로 보는 사회적 시선 이면에 내재된 또 다른 심리를 탁월하게 묘사했다고 이야기하고 있다. 소설을 세상에 내놓은 이희주 작가는 거기에서 그치지 않고 자신에게 지워진 무게와 책임감을 인식하며 끊임없이 고민하고 있었다.

*덕통사고 : 교통사고처럼 우연하고 갑작스럽게 어떤 분야의 팬이나 마니아가 됨.
  • 2016년 11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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