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의 웹툰 - 체크포인트

초능력을 가지면 행복할까

슈퍼맨은 크립토나이트 앞에서는 힘없는 인간으로 전락하고, 헐크는 변신 후의 폭주를 스스로 제어하지 못해 자괴감에 짓눌려 산다. 아이언맨은 알코올중독에 만성적으로 심장병을 앓고 있다! 슈퍼 히어로들은 인간을 초월한 존재로 사명감을 가지고 위기에 빠진 지구의 운명을 구원하기 위해 나서지만, 그들에게조차 ‘인간적인’ 약점 한두 가지 정도는 있다.

《체크포인트》에는 슈퍼 히어로에 비하면 범속한, 초능력자가 나온다. 굳이 초능력자에게 범속하다는 표현을 쓴 이유는 주인공이 오직 자신의 안위를 위해서만 초능력을 쓰기 때문이다. 9월 5일 현재 작품은 22화까지 연재되었는데, 아직 주인공의 이름조차 나오지 않았다. 글쎄, 널리 떨치고 불릴 이름이 아니어서일까. 주인공의 초능력은 제목에 이미 나와 있다. ‘체크포인트’. 조금 자세히 설명하자면 잠들기 전까지 하루 중 원하는 시간에 체크포인트, 즉 게임처럼 세이브 지점을 설정해두면 그 뒤에 어떤 일이 있더라도 다시 이전 시간으로 돌아갈 수 있다. 죽어도 체크포인트로 돌아갈 수 있으며, 한 번이 아니라 수십, 수백 번도 돌아가는 게 가능하다.


세상에 이렇게 좋은 초능력이 또 있을까! 도박판에 거의 빈손으로 들어가서 아파트 몇 채를 살 돈을 따 오고, 최고급 레스토랑에서 가장 비싼 메뉴만 골라 배가 터질 때까지 시켜 먹고도 돈 한 푼 내지 않고 유유히 가게를 빠져나온다. 일을 할 필요도 없다. 복권 당첨 숫자를 확인한 뒤 체크포인트로 돌아가 그 숫자를 적어 복권을 구입하면 틀림없이 1등이 될 테니까.

그러나 세상에 좋기만한 게 어디 있겠는가. 살 수 있다면 빚을 내서라도 갖고 싶은 이 초능력은 주인공에게 계속되는 시련과 육체적·정신적 고통을 안겨준다. 《체크포인트》는 초능력과 상관없이 시작부터 거액의 불법 도박판에서 몇 번이고 죽어버리는 주인공의 모습으로 시작한다. 사채업자와 성형외과의, 부동산 투기꾼이 벌인 판에 고작 20대 중반 정도밖에 안 되어 보이는 주인공이 어떻게 끼게 됐는지는 모르겠지만 체크포인트를 이용해 신나게 돈을 딴다. 어떻게 돈을 잃었는지도 모르고 분해하는 사람들을 비웃으며 자리를 뜬다. 그리고 살해된다. 아무리 체크포인트로 되돌아가도 계속 죽는다! 돈이 문제가 아니라 자신을 죽게 설계한 자를 찾아내 살아 나가는 게 목적이 된다. 수십 번을 죽고 난 뒤에야 겨우 전모를 밝혀내 탈출에 성공하지만 그는 기어이, 또, 돈이 모인다는 소리를 기가 막히게 알아듣고 다른 도박판으로, 또 카지노로 떠돈다.


밀실에 가까운 배경에서 거의 비슷한 전개가 몇 번이고 반복되지만 긴박감과 속도감은 여느 액션물 못지않다. 손에 땀을 쥐고 곧장 작품에 몰입하게 된다. 죽느냐, 사느냐. 초능력이 있으면 잘 좀 이용해야지 이 바보야! 탄식이 나오기도 할 것이다. 어쨌든, 이쯤 되면 우리는 알 수 있다. 초능력이 문제가 아니라 초능력을 가진 사람이 문제라는 걸….

아주 어렸을 때 이 능력이 발현되었기에 그는 한 번도 노력이란 걸 해본 적이 없었다. 시험 공부 대신 커닝을 했고 배우는 대신 잔머리 굴릴 생각만 했다. 그러나 이 초능력이 만능이 아니란 건 주인공도 알고 독자도 안다. 체크포인트를 조금만 잘못 설정해도 상황 자체를 빠져나가지 못하고, 꾸준히 축적한 지식으로만 해결할 수 있는 문제는 제아무리 시간을 돌려봤자 풀 수 없으니 소용없다. 초능력으로 신나게 한탕 버는 활극을 기대했다면 실망하겠지만, 대신 세상의 룰을 무시하고 잘 살 수 없다는 정의 구현극(!)이 기다리고 있으니 사이다 원 샷의 쾌감은 보장할 수 있다.

글 : 송가, 그림 : 은소 / 네이버 화요웹툰
  • 2016년 10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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