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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를 위한 나라를 위하여

금보성 금보성아트센터 관장

글 : 유슬기 기자  / 사진 : 김선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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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보성아트센터는 작가들에게 ‘갤러리의 성지’라 불린다. 입구에는 ‘창작의 짐을 짊어진 자유로운 영혼의 쉼터’라고 쓰여 있다. 금보성아트센터의 금보성 관장은 한국 작가의 위상을 위해 ‘한국작가상’을 제정한 것은 물론, 〈2018 프랑스&아트코리아〉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제가 그림 그린 지가 30여 년 됐습니다. 해외에 나가면 한국의 작가를 소개해달라고 할 때가 있는데 소개할 만한 분이 없었습니다. 백남준 선생님을 소개하면 ‘바보’가 됐어요. 백남준은 우리나라에서 태어났어도, 우리 국적이 아니니까 우리 화가라고 할 수 없다는 거죠. 그 지적이 뼈아팠어요. 그리고 반성했습니다. 어떤 작가가 성공해서 국적을 바꾸었다면 그럴 만한 이유가 있었다고 봐야 합니다.”

금보성아트센터는 지난 8월 제1회 한국작가상 시상식을 개최했다. 1억원의 상금도 화제가 됐지만 그보다 더 눈길을 끈 것은 ‘국내외 60세 이상의 작가’를 대상으로 공모와 추천을 받았다는 점이었다. 대작 혹은 위작 시비 등으로 흉흉해진 미술계의 분위기를 반전하는 효과가 있었을 뿐 아니라, 언젠간 나이가 들 젊은 작가들에게도 격려가 되는 시상식이었다.


60세 이상 작가 대상 ‘한국작가상’ 제정

한국작가상을 수상한 유휴열 작가.
“한국작가상에는 한국다움이 묻어나길 바랐습니다. 여기에는 짧지 않은 사유와 내공이 필요하다고 봤습니다. 나이보다 중요한 것은 5000점이라는 작품을 만들어 본 경험입니다.”

선정까지는 약 6개월이 걸렸다. 10여 명의 평론가들이 후보의 작업실에 직접 방문했다. 저인망식으로 작가를 훑은 뒤 후보자를 세 명으로 압축했다. 이를 다시 두 명으로 줄이고, 최종 1인을 선정하는 방식이었다.

제1회 한국작가상을 수상한 작가는 유휴열 화백이다. 그의 나이는 올해 예순일곱. 심사위원들은 ‘알루미늄판을 이용한 색채 구성에서 밀도 있는 작품 세계를 보였고, 이 안에 한국미와 흥이 담겨 있었다’고 평가했다. 그는 전북 완주군 구이면 항가리에서 31년째 살고 있다. 그 역시 1982년 파리에 방문한 뒤 ‘아트페어에 우리나라 작가가 거의 없다’는 것에 충격을 받았다고 한다. 이후 우리의 것을 지키면서 세계와 소통할 수 있는 법을 궁리했다. 유휴열 작품의 변곡점이 된 시기다. 그가 젊은 작가들에게 반드시 넓은 세상을 보고 오라고 당부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당장 눈에 드러나지 않더라도 작품에 스며드는 변화가 있기 마련이다.

“우리 국적을 가진 우리의 아름다움을 보여준 작가가 누구인지를 점검했습니다. 유휴열 작가의 경우에는 대한민국 최고라고 할 수는 없어도, 세계와 겨룰 수 있는 한국 작가로서의 열정을 보여주었어요.”

금보성아트센터에서 열린 시상식에서 유휴열 작가는 수상 소감을 이렇게 말했다.

“저는 본디 잡초라는 것 중에서 괜찮겠다 싶은 것을 화분에 잘 올려 거름을 주고 사랑과 물을 주고 가꾸면 그것이 화초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저는 촌에서 그림 그리면서 ‘그려, 내 그림이 생명력을 가지고 잘 견뎌줘서 오래도록 잡초여도 좋겠다. 그 역할로 충분하다’ 그런 생각을 하면서 이 고개까지 왔습니다.”


한글 회화가 주는 울림

평창동에 위치한 금보성아트센터.
현재는 아트센터의 관장으로서 역할이 두드러지지만, 그 역시 붓질을 멈추지 않는 화가다. 대학에서는 신학을 전공했고, 20년을 문화 선교사로서 세계 각지에 머물렀다. 혹자는 그를 ‘한글회화의 거장’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한글 전시만 45회 열었다. 한국 작가를 알리기에 힘쓰는 것도, 한글 그림을 그리는 이유도 하나로 통한다.

“누군가가 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우리 살아온 이야기를 오롯이 이야기할 수 있다면, 그게 바로 우리 문화라고 생각합니다. 그것을 다시 회복하고 싶어요. 우리에게는 5000년의 문화 유전자가 있으니까요. 한글은 특별한 언어인 것 같아요. ‘한가위’가 왜 한가위인 줄 아세요? ‘한’에는 ‘크다, 넓다, 우주적이다’라는 의미가 있습니다. 한글은 ‘큰’글이고 큰 의미의 울림이 있는 겁니다. 한글 그림은 그런 의미에서 큰 그림이라고 생각해요.”

영어 알파벳 26자로 표현할 수 있는 소리가 300여 개에 불과한 것에 비해 한글은 24자로 1만 1000여 개의 소리를 낼 수 있다. 그림을 그리기 전에 그는 시를 썼다. 한글은 형태로도 우수하지만 의미로서도 탁월하다. 그가 낸 시집만 7권이다. 한글의 뜻과 형태에 깊이 있는 사유를 해본 경험은 한글을 지키는 자양분이 됐다. 엄밀히 한글은 소수민족의 언어다. 유네스코는 훈민정음 해례본을 세계기록유산에 등재했다. 그럼에도 한국에 ‘고유의 언어’가 있다는 것을 아는 이들은 많지 않다.

“우리다움, 한국적이라는 것들이 한국에서 태어나 보고 느낀 모든 감정을 포괄한다고 생각합니다. 시대가 바뀔 때마다 우리의 것이 사라지는 것에 대한 안타까움도 있었습니다. 시간이 흐르면 공용어가 되지 못한 소수민족의 언어는 사라지게 마련이에요. 우리가 최고라고 생각한다면 그걸 보여줘야죠. 우리는 인구가 적고, 말이 변하면서 점점 더 간직하기가 어려워지고 있습니다. 그러다보면 언어는 차츰 소멸돼요. 말에 담긴 정서도 사라지고요.”

2018년은 한국과 프랑스가 수교를 맺은 지 100주년이 되는 해다. 금보성 관장은 이때를 위해 아트코리아 프로젝트를 준비하고 있다.

“파리 문화재청에 개선문에 전시 승인을 요청했어요. 공중에다가 갤러리를 만들어서 작품을 보여주려고요. 2018년에는 프랑스와 수교 100주년이 돼요. 전 세계 미술시장을 좌지우지하는 크리스티가 세계 100대 작가를 선정하는데 한국의 작가가 없어요. 자존심이 상하더라고요. 한국에 작가가 적어도 5만 명은 넘거든요. 우리가 얼마나 많은 물감을 사서 쓰는데요(웃음). 전시를 다시 기획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죠.”

금보성 관장은 그 나라를 대표하는 예술가는 그 자체로 하나의 나라가 된다고 했다. 스페인에 여행 간 사람들은 피카소의 미술관, 가우디의 건축물을 보기 위해 흩어진다. 그들에게는 피카소와 가우디가 그 나라에 대한 기억으로 남는 것이다.

“21세기에는 작가 한 명 한 명이 나라라고 생각해요. 작가들에게 “당신들 한 사람이 나라고, 미래다”라고 말해주고 싶어요.”

금보성 작가는 2012년 그로리치 화랑을 인수했다. 70년대 비구상 전문 상업 화랑이던 이곳을 ‘갤러리 평창동’으로 개명한 뒤 무명의 작가들을 초대하는 전시회를 열었다. 1년 뒤 문을 연 금보성아트센터는 원래 김흥수미술관이었다. 금보성아트센터에서는 지난 5년 동안 700~800명 정도의 작가의 작품을 전시했다. 전시는 물론 홍보 비용도 일체 무료다. 형편이 어려운 화가나 신인 화가에게 자신의 아트센터를 무료로 빌려주고 홍보까지 대행해주고 있다. 밖으로는 한국 작가를 알리기 위해 애쓴다면, 안으로는 더 많은 한국 작가가 전시회를 열고 경험과 경력을 쌓을 기회를 얻어야 한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금보성아트센터에서는 60세 이상 작가를 대상으로 한 ‘한국작가상’ 외에도 신인 작가를 대상으로 ‘올해의 창작상’을 선정해 신인 작가에게 3500만원씩 지원하고 있다.
  • 2016년 10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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